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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보다 위험한 - <스캔들>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 대담

<스캔들>을 봐야 할 세 가지 이유. 첫째, 작품을 선택하는 데 탁월한 선구안을 보여온 손예진이 영화 데뷔작 <취화선>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사극이라는 점. 둘째, 도포 자락 휘날리며 조선의 여인들을 홀리는 ‘밤의 군자’로 변신한 지창욱이 (팬들이 보면 놀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 셋째, 첫 사극에 도전한 나나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숙 부인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 이렇듯 <스캔들>은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조씨부인(조윤)을 연기한 손예진, 조씨부인을 사랑하는 조원 역의 지창욱, 두 사람의 ‘위험한 게임’에 휘말리는 희연 역의 나나. 세 인물이 한 공간에 놓이기만 해도 미묘한 긴장감이 생겨나고 감정의 불꽃이 피어난다. 그 팽팽한 기류가 작품의 밀도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사랑에 속절없이 붙잡힌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때로는 상대 배우의 단단한 기운에 힘입어 때로는 상대 배우의 따뜻한 눈빛에 기대 세 배우는 <스캔들>의 희로애락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창욱, 나나, 손예진(왼쪽부터).

- 손예진 배우는 <취화선> 이후 사실상 첫 본격 사극이고, 지창욱 배우는 전에 없던 천하의 바람둥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나 배우는 첫 사극에서 한과 욕망을 품은 청상과부를 연기한다. <스캔들>은 어떤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나.

지창욱 원작 소설의 제목(<위험한 관계>)처럼 인물들의 관계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조원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내가 무언가를 표현했다기보다 정지우 감독에 의해 완성됐다고 느낀다. 감독님이 깔아주신 판, 감독님의 손바닥 위에서 잘 놀았던 작품이다.

손예진 사극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사실 힘들어서였다. <취화선> 때 가체를 한번 썼는데 누가 망치로 머리를 계속 때리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래서 좋은 사극들이 많이 들어왔음에도 계속 고사했는데, 이번엔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 사극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고, 조씨부인이라는 캐릭터도 기존 사극의 인물들과 결이 달라 매력 있었다. 세 인물의 심리전과 서로의 꿍꿍이, 밀당, 의도치 않게 뱉은 말들로 이야기가 소용돌이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다행히 조씨부인은 가체를 쓰지 않는다. 속으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웃음)

나나 사극은 너무 해보고 싶은 장르였지만, 또한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현대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사극 캐스팅 제의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스캔들>에선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 희연을 들여다보니 내가 가진 성격 중 큰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주체적이고 도시적인 인물을 주로 표현했다면, 이번엔 내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과 상상하지 못했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창욱 나나씨가 희연을 연기한다는 게 나 역시 의외였다. 처음엔 다른 역할, 그러니까 극 중 소옥을 연기하나 싶었다. (웃음) 너무 신선한 캐스팅이라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청상과부 캐릭터가 특정한 이미지에 갇혀 있으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고, 희연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원하셨다고 한다.

- 세 인물 모두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구축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손예진 원작을 각색하면서 이야기가 많이 추가됐는데, 그 중심에는 조씨부인과 조원의 내기가 있다. 조씨부인이 왜 그런 내기를 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고, 조씨부인의 서사가 촘촘해야 했다. 어린 시절 조원과 문우였던 조윤은 조원보다 문예에 능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고, 사랑과 질투가 섞인 감정을 품게 된다. 이후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정략결혼을 하고 조씨부인으로 살아가던 중에 남편이 첩으로 소옥을 들이자 큰 상처를 받고 상실감을 느낀다.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조씨부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삶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서 유일한 사랑이었고,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봐준 친구였고, 가까운 사촌이었던 조원을 생각한다. 막상 조원을 다시 불러들였을 땐 솔직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그러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충동적으로 내기를 제안한다. 내기의 도구로만 바라봤던 희연에게선 뜻하지 않게 동질감과 연민, 질투를 느끼게 되고. 많은 감정이 조씨부인의 방 안에서 오가는 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는데, 복잡한 감정을 유지한 채 최대한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게 중요했다.

지창욱 조원은 조윤과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한다.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자격지심 또한 있었던 인물이다. 사랑의 약속을 배신당한 뒤엔 삐뚤어져 난봉꾼이 되고, 다시 만난 조윤의 부탁을 듣고 화가 나 충동적인 기싸움을 시작한다. 조윤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면서 동시에 애증과 복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윤은 따뜻한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 인물이라 희연에게서 받는 감정들은 낯설고 무서웠을 거다. 조원 역시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데, 그 복잡함이 이 인물의 키워드가 아닐까 한다.

나나 희연은 자기 안의 양면성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인물이다. 숨길 줄 모르는 투명한 인물. 그래서 희연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게 중요했다. 상황과 감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욕망이 생기면 솔직하게 표현한다. 조원을 만나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을 갖는 게 두려우면서도 점점 주체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인물이 조원을 만나 세상에 눈을 뜨고 독립적으로 삶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마치 아이가 커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 세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함께 연기한 경험은 어땠나.

손예진 나나씨는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정말 순수했다.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되는데, 나나씨는 그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20대 때의 나도 저렇게 연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순수한 희연의 모습에 나도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창욱씨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유연하고 센스 있는 배우다. 롱테이크와 복잡한 감정의 대사가 많았고, 동선이라든지 액션이라든지 기술적으로도 신경 쓸 게 많았는데 현장에서 유연하게 연기를 하더라. 표정 하나, 대사 하나로 장면의 재미를 살리는 모습을 보고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 다만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현장에서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다음에 현대극으로 다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지창욱 우선 훌륭한 두 배우와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런데 두분이 정말 다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느낌이 이런 걸까. (웃음) 특히 조윤과 조원은 한번 만나면 전쟁이었다. 한 테이크가 10분이 넘기도 했고,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전쟁 같은 장면들을 촬영하고 나면 온몸이 아플 정도였다. 예진 선배님에게는 뚫을 수 없는 단단함과 포스가 있었다. 그 포스가 대단해서 시리즈를 다 보고 나서는 더 팬이 됐다.

손예진 원래 팬이었어? 그럼 얘기를 좀 하고 시작하지. 그랬으면 더 잘해줬을 텐데. (웃음)

지창욱 팬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나.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을 보고 자랐….

손예진 어렸을 때부터라니, 왜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것처럼 말해. (웃음)

지창욱 나나씨는 연기의 본질을 집요하게 찾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였는데, 감정이 버거웠는지 나나씨가 다가와 나를 이렇게 가만히 안았다.

손예진 나도 그 얘기 너무 하고 싶었는데! 현장에서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창욱 그 순간 희연이 지금 많은 것을 느끼고 있구나, 이 친구에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연기하는 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희연의 눈을 바라봤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생생하고 또렷하게 다가왔다. 이런 경험들이 너무 신기했다.

나나 지창욱이 아닌 조원이라는 사람을 안았을 때 받는 에너지가 있었다. 나를 진정성 있게 바라봐주던 조원의 눈이 필요했다. 희연은 리드하는 인물이 아니다. 상대가 리드하면 그걸 잘 받아야 하는 인물인데, 두분의 눈빛이 매번 진심이어서 미리 생각하고 계산하기보다 100% 그 순간을 믿고 연기했다. 두분이 너무 잘 주셔서, 나는 그저 잘 받으면 됐다. 손예진 선배님의 믿음을 주는 눈빛과 창욱 오빠의 따뜻함과 슬픔이 배어 있는 눈빛을 충만하게 느낀 현장이었다.

- ‘지창욱의 조원’을 통해 숨겨둔 섹시함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없었나.

나나 오, 섹시 아이콘!

손예진 감춰뒀던 나의 섹시함!

지창욱 섹시가 제일 어렵다. 섹시하고는 거리가 좀 먼데….

손예진 액션도 섹시하게 나오지 않았어

지창욱 모르겠다.

나나 잘 알면서. (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