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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음이 가는대로, <룩백> 배우 데구치 나쓰키

데구치 나쓰키 배우가 <룩백>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한국과 일본의 온라인에서는 다소간의 토론이 벌어졌다. <룩백>의 두축인 후지노와 쿄모토 중 그가 어느 역할을 맡을 것인지의 문제였다. 쿄모토에 캐스팅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데구치 나쓰키는 후지노와 만났다. 후지노는 만화에 분명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나 쿄모토의 압도적인 실력에 잠시 만화의 길을 접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팬이라고 고백하는 쿄모토를 만난 이후 후지노의 마음은 뒤돌 길 없이 굳세진다. 더욱더 강한 의지로 만화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전작 <올 그린스>에 이어 청춘의 명암을 흥미롭게 표현해낸 데구치 나쓰키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씨네21> 로고는 우유 상표처럼 생겼어!”라며 웃음 짓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후지노였다.

- 원작 만화와 동명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룩백>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는데,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지난해 <올 그린스>로 처음 부산을 찾았을 때는 굉장히 긴장했지만, 이번엔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레드카펫을 걸을 수 있었다. <룩백>이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작품을 보진 못했다. 캐스팅 제의를 받고 원작을 보게 됐다. 각본까지 봤을 때 ‘나는 분명 쿄모토 역할이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후지노 역할이더라. (웃음) 처음엔 일본에서도 “데구치 나쓰키는 쿄모토일 거야. 후지노엔 잘 어울리지 않아”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걸 보니 ‘너희들 두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연기에 임하게 됐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캐스팅 비화를 밝힌 적이 있나.

직접적으로 말씀해주신 적은 없는데…. (이때 인터뷰 현장을 우연히 지나가던 고레에다 감독이 답변을 덧붙였다. “후지노가 지닌 천진난만한 성격이 데구치 배우와 잘 부합했고, 성장한 후지노가 지닌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해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나도 처음 들었다. (웃음) 감사합니다. 감독님!

- 배우 본인이 해석한 후지노는 어떤 인물이었나.

평소에도 그렇지만, 캐릭터의 모든 측면을 일부러 해석하며 인물을 주조해나가는 편은 아니다. 물론 만화를 그리는 기술적인 연습엔 매진했으나 연기적으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후지노의 마음을 받아들이려 했다. 쉽지는 않았다. 후지노와 실제의 나는 정말 다른 성격이기 때문이다. 후지노는 하나의 목표에 온 마음을 쏟지만, 나에게는 그런 열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 크진 않았지만, 촬영하며 연기하는 과정에서 점차 후지노에 동화되어갔다.

- 학창 시절은 어땠나. 후지노의 성격과 반대라면 쿄모토에 가까웠는지.

아니다. 그렇게 질문한다면 후지노쪽을 골라야 할 것 같다. (웃음) 전반적으로는 물론 다르지만, 부분부분 비슷한 모습은 발견된다. 예를 들어 후지노는 만화를 즐기며 그리다가 쿄모토의 만화를 보고 금방 그만둬버렸지 않나. 반면에 쿄모토는 후지노라는 이상향을 보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대학 진학까지 도전하려 한다. 따지자면 나도 후지노랑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후지노의 마음에 조금 더 공감이 갔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서 하고 싶은 것, 마음이 동하는 쪽으로 가는 편이었다. 취미도 금방금방 바뀌곤 한다.

- 덕분에 아주 자연스러운 후지노의 청춘이 그려진 것 같다. 감독의 디렉팅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편이었나.

그랬다. 하나하나 지정해서 디렉팅하지 않고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주신다. 다만 연기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망설이고 고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심스레 단서를 던져주시곤 했다

- 배우의 연기를 망설이게 했던 구체적 장면도 궁금하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대치하며 감정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이다. (설원에서 쿄모토가 후지노를 떠나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을 건네는 대목.-편집자) 꼭 붙어 있던 두 사람이 헤어지는 장면이라 감정적인 폭발이 필요했다. 몇 차례 연기하니 감정은 분명히 후지노의 것이 맞는데, 묘하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때 고레에다 감독님이 시선 처리에 대한 조언을 주셨다. 서로 계속 마주 보지 말고 조금씩 시선을 회피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면 좋겠단 말씀이었다. 그렇게 연기하니 정말 대사와 감정, 상황이 모두 확실하게 맞아떨어졌고, 좋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 쓰라린 말을 내뱉으면서도 흔들리는 눈빛을 숨기지 못했던 후지노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작품의 커다란 축, 후지노와 쿄모토의 관계성은 어떻게 생각했나.

아마 둘이 같은 반에서 학교를 함께 다녔다면 친한 친구가 되긴 어려웠을 것 같다. (웃음) 그렇지만 만화라는 공통의 지향점이 있기에 친구 이상으로 더욱 강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향하는 곳이 똑같고, 그곳을 향해 함께 갈 수 있는 사이라고 느꼈다. 다만 난 아직 그런 관계의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에 이것 역시 완전히 공감하기엔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대본을 읽고 느낀 감정에 최대한 충실한 채 현장에 나간다. 사실 많이 웃고 밝은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나의 주관과 생각이 강해지다 보면 연기는 더 길을 잃기 쉽다. 그보단 머릿속을 조금 비우고 연기에 임하는 편이 좋겠단 생각이다.

- 다음 연기 계획은 무엇인가. <올 그린스>에 이어 <룩백>에서도 쾌활한 청춘을 연기했는데, 청춘스타의 길을 계속 걸어갈 예정인지.

학창 시절에도 천방지축 나다니는 아이였기에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고, 두 작품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 정반대의 역할이나 장르에 도전해보고도 싶다. 마침 그 꿈이 이뤄졌다. 내년 2월11일 개봉하는 차기작에선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어두운 역할을 맡게 됐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데구치 나쓰키는 구로이 시로의 만화 <리바이어던>을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에 캐스팅됐다. 난파된 우주선에 갇힌 학생들이 생존 게임을 펼치는 SF 서바이벌 장르다. 데구치 배우가 맡은 니카이도 후타바는 냉정하고 잔혹한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