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세 스즈는 동시대 일본영화의 얼굴과도 같은 배우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만남부터 <분노> <유랑의 달>로 이어지는 이상일 감독과의 협업, 이와이 슌지의 <키리에의 노래> 출연 등 일본의 대표적 거장들과 함께하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대, 별처럼>은 히로세 스즈가 시대의 징표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섬세한 정서의 매개일 수 있는지 알려준 또 하나의 이정표다. “최근에는 쇼와시대(1926~89)의 전후(戰後)나 재난 이후 등 특정 시기를 다루는 작품에 자주 출연했다. <그대, 별처럼>과 같이 솔직한 감정이 우선시되는 전통적 러브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아든 일은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히로세 스즈가 연기한 아키미는 세토내해의 작은 섬에서 연인 카이(요코하마 류세이)를 만나 15년간 사랑을 이어간다. 겉으론 무척 담담하고 고요하지만, 내면에는 가정과 사회가 가하는 억압을 잔뜩 안고 있는 인물이다. 정통 멜로드라마는 결국 어떠한 비극성을 내포한 장르의 일종이다. 히로세 스즈의 무거우면서 진중한 얼굴은 <그대, 별처럼>의 아스라한 서정뿐 아니라 멜로드라마의 필연적인 상처를 한껏 머금는다. 이상일의 <유랑의 달>이 떠오를 법하다. “<유랑의 달>에서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와 합을 맞추지 않았다면 이번 작품에서 훨씬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먼저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일부터가 연기 현장을 구축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랑의 달>과 연기 방식은 꽤 달랐다. “이상일 감독님은 ‘이곳을 꼭 돌파해주길 바란다’라는 식으로 연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연출자였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님은 조금 더 자유로운 표현을 유도하는 편이었다. 이곳저곳에 뿌려놓은 연기의 흔적을 제대로 물색하고 한곳에 담아주는 분”이었다.
아키미와 카이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며 빠른 시간에 깊은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의 축은 “아픔을 아는 이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감정, 자신들밖에 모르는 비밀과 상처를 치유하고 달래주는 마음”에 있었다. “서로의 온기와 다정함을 느끼게 된 때가 10대였기에 그밀도는 더욱더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히로세 스즈가 둘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체험한 장면은 아키미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얽힌 사건에 카이가 개입하는 대목이었다. 아키미의 아버지는 다른 여성을 만나 가정을 떠났고, 어머니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상대 여성의 집을 찾아간다. 이때 카이는 “‘혼자 가면 힘들 테니 같이 가줄까?’라고 말하거나 어머니의 손을 대신 잡아주기도 한다. 아키미와 카이가 하나의 일에 한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다. 카이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고, 연기하면서도 아키미의 마음에 ‘과연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수 있던 동력”이었다. “마음의 아픔을 겪은 이일수록 무언가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 그저 용서하는 사람의 존재감을 크게 느낀다. 아키미는 어릴 적부터 사회적 환경이나 가족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그것을 삼켜온 사람이었다. 마냥 온화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에 익숙지 않은 유형”이었던 것이다. 그런 아키미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빛은 카이”였다. 둘의 사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듯이 운명처럼 다가온 이유다. “15년 동안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이해하기 어렵고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둘은 언제나 가장 명확한 선택을 취했다고 생각한다. 관객 각자에게 그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단정 지을 순 없더라도, 다양한 가치관의 양태나 사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 같은 것을 함께 느껴준다면 기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