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는 쉬우며, 쉽게 말할 수 없는 건 진리가 아니다.예수는 군중 앞에서 늘 비유(어느 시대나 인민들이 삶의 지혜를 나누는 방법인)로 연설했다. 비유로 전달하는 예수의 진리는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었지만, 대단한 학식을 가진 엘리트보다는 오히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지랭이에게 더 충실하게 이해되었다. 말하자면, 예수는 진리를 가장 쉬운 말로 전함으로써 남다른 지적 능력으로 진리에 접근하려는 엘리트들의 특권 의식을 박탈했다. 세상의 바닥에서 솟아오른 예수의 진리는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 그가 죽은 지 300여년이 지날 무렵 그를 죽인 로마제국을 정복했다.오늘 한국에서 진리는 여전히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자, 모종의 특별한 지적 훈련을 통해 달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생각은 대개 자신들의 권위를 확보하려는 지식인들의 노력에 기인하지만, 이른바 좌파 영역에선 ‘80년대 지식인들의 독특한 청산’과 관련한 것이다. 90년대 들어 일군의 80년대 좌파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역사의
진리는 쉽다
-
지난해 말부터 혼자 밥지어먹으며 살고 있다. 한국춤을 하는 아내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전라도의 선생들에게 배우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김단은 이른바 서울권 초등학교를 피하려, 이도저도 아닌 김건은 제 엄마와 누나를 따라 전주로 내려갔다. 전주 변두리 초등학교의 소박하고 조용한 입학식 풍경이 내게 얼마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그 풍경엔 서울과 전주가 갖는 작지만 분명한 욕망의 차이가 담겨 있었다. 그 차이는 김단의 유년 시절이 가질 정신적 유익의 작지만 분명한 차이가 될 거였다.입학식을 마치고 교실을 들러볼 즈음 안도감은 더 큰 낭패감과 겹쳐졌다. 1학년 교실은 모조리 벽이 터져 있었다. 이웃 교실들의 소리가 뒤섞여 선생의 말소리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이 괴상한 구조의 교실은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 ‘열린교육의 구현’으로 마련되었다 했다(하긴 운동권 이력을 팔아 장관까지 오르고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운동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불안정한 인물이니 열린교육을 교실 벽을 트는 일로 구
학교
-
■ STORY ‘피카츄 탐험대’는 한가로운 오후에 언덕에서 낮잠을 자다가 벌어지는 소동. 사라진 토케피를 찾아나선 포케몬들은 신비한 나무와 야생 포켓몬들이 살고 있는 계곡으로 빠진다. 토케피를 찾아내지만 그는 알알이 포케몬들과 함께 있고, 갑자기 폭풍이 몰아친다. 피카츄 일행은 토케피를 데려갈 수 있을까? ‘루기아의 탄생’은 신비한 포켓 몬스터 수집가 라단 박사가 전설의 포켓 몬스터인 바다의 신 루기아를 수집하기 위해 잠들어 있는 전설의 포켓 몬스터들, 불의 신 파이어와 번개의 신 썬더, 얼음의 신 프리져를 깨움으로써 생긴 일이다. 그들을 깨우면 세상은 파멸로 치닫는다는 전설대로 세상은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등 대혼란이 일어난다. 전설에 따르면 그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최고의 포켓 몬스터 훈련사. 지우 일행은 폭풍을 만나 오렌지 제도에 있는 아시아 섬에 닿는다. 거기서 최고의 포켓 몬스터 훈련사임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에 드는데, 전설의 훈련사가 자신이라는 말을 듣고,
시사실/포켓 몬스터2
-
■ STORY 시름시름 앓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충신 태극 장군의 아들 거북이 해로는 육지로 토끼의 간을 찾아나선다. 사냥꾼에게 부모를 잃고 혼자 꿋꿋이 살아가는 토끼소녀 토레미와 만나게 된 해로는 어느덧 그녀와 친해지고 토레미와의 우정과 용왕이 내린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토레미를 바닷속 세계로 데려온 해로. 이번엔 용왕의 왕좌를 노리는 이모겐의 계략까지 그들을 덥치게 된다.■ Review 이 영화의 소구대상은 분명히 어린이다. 전래동화를 각색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 성인용이 될 리는 만무하겠고 그렇다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자니 각색된 이야기라든가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다. 원작과 다른 점은 토끼와 거북이의 우정을 극의 중심으로 떠올리려 했다는 점인데, 이들의 우정이 성립되고 갈등이 맺어지고 다시 해소되는 과정은 너무나 쉽게 그려진다.애니메이션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커다란 부분은 바로 캐릭터다. 물론 톱스타의 더빙된 목소리나 제작사의 명성이 마케팅 전략
별주부 해로
-
-
늑대와 함께 춤을!<늑대의 후예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화려한 배우 진용이 큰 몫을 했다. 스타 배우 다섯명의 스케쥴을 맞추고, 촬영지에 들이닥치는 파파라치와 수백명의 팬들을 따돌리느라 스탭들이 진땀을 뺄 정도로, 이들의 캐스팅은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프롱삭을 연기한 배우 사무엘 르비앙은 초반에는 <슬리피 할로우>의 조니 뎁을 연상시키는 순진하고 맑은 모습이지만, 친구의 죽음과 사건의 전모를 대한 뒤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처럼 비감어린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해 보인다. 키에슬롭스키의 <레드>를 통해 배우로 알려졌고, 최근엔 에릭 로샹의 <토틀 웨스턴>에도 출연했다. 지적이고 부드러운 면모가 돋보이지만, 이 영화로 액션 스타로의 가능성도 열었다. 타지인인 프롱삭을 못마땅해하는 제보당의 토착 세력 장을 연기한 뱅상 카셀은 <라빠르망> <증오> <크림슨 리버> 등으로 비교
출연배우들
-
■ STORY 1764년, 프랑스 남부 산악지대 제보당에 정체 불명의 괴물이 나타나 여자와 아이들을 무참히 죽이는 사건이 이어진다. 루이 15세는 문무를 겸비한 기사 프롱삭(사무엘 르비앙)과 전사 마니(마크 다카스코스)를 파견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도록 한다. 한편 제보당의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실력자 장(뱅상 카셀)은 괴물의 정체가 거대한 늑대라 믿고 군대를 동원해 늑대 사냥에 열을 올리지만, 야수의 제물이 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늑대를 잡기 위한 덫이 도리어 무고한 마을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만다. 프롱삭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사건 현장의 흔적을 살피면서 살인 괴물은 늑대가 아닌 악마적인 야수라고 주장하지만, 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지역 권력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기 시작한 프롱삭은 결국 괴물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Review 올 상반기 프랑스 영화계의 가장 큰 화제는 바로 ‘자국영화 열풍’이었다. 프랑스
늑대의 후예들
-
5년 가까이 준비해온 야심찬 한국 애니메이션이지만, <이웃집 토토로> <슈렉> <파이널 판타지> 등과 맞서기에는 힘이 많이 부쳐 보인다. 원래 올해 1월 개봉할 예정이었다가, 시사회 반응이 좋지 못해 바닷속 장면을 3D로 만들어 추가하는 후반작업을 거쳐 11일 개봉한다.
전래 설화 별주부전을 각색하면서, 용왕이 사는 바닷속 나라에 상어떼가 쳐들어와 충신과 간신이 갈린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또 충신의 아들인 거북이 '해로'에게 초점을 맞춰 해로가 토끼의 꾀에 속는 게 아니라, 해로와 토끼가 협력하는 쪽으로 내용을 바꿨다. 이야기는 요란하되 상상력이 부족하고, 화면은 딱딱하고 조야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임범 기자
국산 애니 <별주부 해로> 11일 개봉
-
얼핏 서로에게 두드러기를 일으킬 듯한 두 감독. 유대계 중산층 출신의 두 천재 감독 큐브릭과 스필버그가 처음 만난 것은 1979년 런던에서였다. 각각 <샤이닝>과 <레이더스>의 프리프로덕션중이던 두 사람은 세트장 문간에서 상견례를 나누고 당장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후 스필버그와 친분을 유지했던 스탠리 큐브릭은 1983년 <A.I.> 의 원안인 브라이언 알디스의 단편 <수퍼 토이의 수명은 여름 내내 간다>(Super Toys Last All Summer Long)의 판권을 사들이고, 원작자 알디스, 시나리오 작가 이안 왓슨과 함께 각본 작업에 들어갔다. <A.I.> 의 작업은 느렸다. 큐브릭은 두 작가 외에도 아서 C.클라크, 밥 쇼, 사라 메이틀랜드 등과 시나리오를 위해 접촉했고 아티스트 크리스 베이커에게 드로잉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큐브릭이 끌어들인 ‘피노키오’ 스토리가 탐탁지 않았던 알디스는 팀을 떠났다. 최대의 난제는 데
제작 스토리
-
흥행면에서 <늑대의 후예들>은 프랑스판 <친구>에 해당하는 영화다. 최근 우리나라보다도 더 뜨겁게 자국영화 열풍이 일어 시장점유율이 55%를 넘어서고 있는 프랑스에서 이 영화는 지난 1월말 개봉해 700만명을 동원해 그 열풍의 정점에 올라선 상태다.프랑스 상업영화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택시> 시리즈 등을 만들어온 '스튜디오 카날플러스'가 5천만달러를 들여 제작하고, <토틀 웨스턴>의 사무엘 르비앙,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99년 <로제타>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밀리 드켄, <크라잉 프리맨>의 마크 다카스코스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등 블록버스터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18세기 후반 혁명 직전의 프랑스 산악지방에 출몰하는 정체 불명의 야수를 추적하는 미스테리 스릴러의 틀에, 마크 다카스코스와 뱅상 카셀 등 몸좋은 남자배우들의 화려한 액션을 첨가했다. 거기에 에밀리 드켄의 청순함과 모니카 벨루치의
<늑대의 후예들> 프랑스영화 화려한 외출
-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윤종찬 감독(38)의 장편 데뷔작 <소름>이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으로 꼽히고 있다. 장르로 따지면 일단 스릴러 공포물로 봐야겠지만, 이것만으로 <소름>의 독특한 색깔을 다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또, 빛과 어둠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실사조명이나 스릴러 형식에 걸맞지 않는 롱테이크(길게 찍기)같은 기술적 시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실험이지만 완성도는 높다. 스페인의 시체스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가 일제히 <소름>을 초청했다는 최근 소식도 이 영화가 지닌 별스런 개성을 뒷받침해준다. 아무튼 `다음에는 도대체 어떤 걸 찍을까'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예측불가능의 감독은 많지 않다.이야기 전개에서 인간과 인간이 맺은 우연이 지독한 악연으로 바뀌는 순간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파트 내부 공간이 끊임없이 내뿜는 냉기가 <소름>이 주는 심상치 않은 공포다. 이건 윤 감독 개인의 경험과 느낌이 '전
<소름> 윤종찬 감독 판타스틱영화제 초청
-
■ STORY 지구 온난화로 도시가 수몰되고 자원이 고갈된 미래.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기능을 다하는 로봇이 널리 보급된 가운데, 사이버트로닉스 사의 하비 박사(윌리엄 허트)는 사랑의 감정을 소유한 최초의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을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본떠 개발한다. 아들이 5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헨리(샘 로바즈)와 모니카(프랜시스 오코너) 부부에게 입양된 데이빗. 엄마의 이름이 입력된 순간부터 데이빗은 모니카를 절대적으로 사랑하지만, 코마에서 깨어난 친아들 마틴이 데이빗을 질투하면서 사고가 연발하자 부모는 데이빗을 말하는 곰인형 테디와 함께 숲에 버린다. 데이빗은 엄마가 읽어준 <피노키오>를 구원의 예언으로 믿고 자신을 ‘진짜 아이’로 만들어 엄마의 애정을 돌려줄 푸른 요정을 찾아나서고, 도망중인 지골로 로봇 조(주드 로)와 동행이 된다. 로봇을 테러하는 폐기물 축제와 환락 도시 루즈 시티의 모험에서 살아남은 둘은 맨해튼의 하비 박사를 찾아가지만 거기서 견
존재의 시원을 찾아가는 연약한 로봇의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