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시사회장. 무서운 영화를 내심 몹시 겁내는 한편 청춘 영화라면 자다가도 솔깃한 <씨네21> 기자 H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불이 꺼지고 소녀들의 일기장이 펼쳐지자 H는 한번 더 당황했다. 필름이 돌아갈수록 ‘속편’이라는 문패 앞에 은근히 그려봤던 상상도는 무안하게 구겨지고,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훨훨 날아가는 게 아닌가. 울고 웃고 두근대다 보니 어느새 영화는 끝났고, H는 미처 감상도 수습 못한 채 오로지 한때 여고생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여고괴담..> 기사를 떠맡고 말았다.
하지만 기사를 넘긴 다음에도, 관객들의 논란을 구경하고 감독을 만난 후에도, H는 체증에 걸린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연말연시를 뒤숭숭하게 보낸 그는 마침내 결론을 냈다. 그래, 이 영화는 내게 지나치게 가까운 거야. 그래서 사방을 분별할 수 없는 거구. 이럴 때는 한바탕 떠드는 게 최고인데, 투덜투덜.
불안한 일상의 판타지 소녀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귀여운 모습을 한껏 과시한 카메론 디아즈가 최근 지갑과 7천달러를 도둑맞았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물품검사를 위해 선반대에 올려둔 지갑이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 앞뒤에 바짝 포진한 경호원들을 따돌릴 수 있는 도둑이라면 국제적인 실력의 소유자. 그러나 체포된 범인은 X-레이 기계를 조작하는 공항직원으로 알려졌다. 카메론 디아즈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범인의 한마디. “메리의 지갑엔 뭔가 묵직한 것이 있다?”
카메론 디아즈, 지갑과 7천달러 도둑맞아
-
스크린쿼터감시단 사무국장인 양기환씨가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작년 12월31일 문화부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93년 출범 이후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홍보 및 실질적인 현장 감시를 도맡아 온 양기환 사무국장은 99년에는 프랑스 바스티유영화인선언과 시애틀 뉴라운드 협상 때 NGO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양기환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감시단에 주는 것으로 알겠다” “적어도 문화부는 다른 부처들과 달리 주체의식을 갖고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현재의 전향적인 자세를 끝까지 견지해달라”는 당부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스크린쿼터감시단 문화부 표창
-
“속보! 송강호가 월북하자 이병헌이 재입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송강호와 이병헌이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한다. 북한군 오경필 역을 맡은 송강호는 ‘분단’ 문제에 진지하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만족해했고, 남쪽의 이수혁 병장역을 맡은 이병헌은 앞으로 영화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배역은 아직 캐스팅중이며 2월8일 크랭크인할 예정. <공동경비구역 J.S.A>은 <3인조>로 데뷔한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송강호·이병헌,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
-
-
이지호(28) 감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그의 영화 <동화>(32분, 35mm)가 선댄스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뉴욕에서 태어나 살아온 그가 고국에 들어온 지는 겨우 3년. 모국어가 자신을 말해주기란 아직 버겁지만 대신 영화는 성적 판타지까지 보여줄 만큼 겁없다. 96년 귀국해 삼성영상사업단에서 2년 정도 음반프로듀서로 일하며 모은 돈 2천만원을 포함한 3천여만원을 <동화> 제작에 털어넣었다. 단편영화인 데다 시나리오까지 뽑아놓은 상태였지만, 기획해서 제작하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이중 촬영기간은 2주일.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아무하고나 대충 영화 찍긴 싫었는데, 운 좋게도 유능한 스탭과 배우들이 거의 무보수로 함께 일해줬다고.
<동화>는 악마인 야마모토 부인(이혜영)이 진호(이지호)에게 자정까지 그가 원하는 여자들 모두와 잠자리를 갖게 해주겠다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단 조건은 선택한 여자들이 홀수여야 한다는 것
이지호 감독의 <동화>, 선댄스 단편경쟁부문으로
-
일본을 대표하는 ‘휴머니스트’ 오구리 고헤이 감독(56)이 한국을 찾았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 아니다. 영화를 취재하러 왔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취재하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리포터 자격으로 일행에 합류했다. NHK는 매년 5편의 아시아권 영화를 선정해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데 <박하사탕>은 작년에 낙점받은 영화 중 한편이다. 평소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어드바이스 자격으로 NHK의 제작 지원작 선정 작업에 참여해왔으며 이번에 <박하사탕>이 한국에서 개봉하자 감독과의 대담을 겸해 한국을 방문한 것.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잠자는 남자>를 출품하는 등 오구리 감독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 감독의 데뷔작 <진흙강>(81)은 재일한국인 가족의 빈곤하고 누추한 삶을 포착한 영화였으며 재일한국인 작가 이회성 원작의 <
NHK <박하사탕> 특집 취재차 방한한 오구리 고헤이 감독
-
소피 마르소는 007 시리즈의 유서깊은 법칙을 깨뜨렸다. 단단하게 몸을 감싼 상복이나 음모를 주도하는 계략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다리 때문에 캐스팅되진 않았다”고 우기는 소피 마르소도 물론 풍성하게 굴곡진 육체 때문에 007 시리즈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본드걸 본연의 임무를 배반하고 제임스 본드를 위한 여자가 되길 거부했다. 소피 마르소는 처음으로 다른 남자를 사랑한 본드걸이다. 이처럼 소피 마르소는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하면서도 그녀의 방식대로 돌파구를 찾는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열세살에 사람들 앞에 나타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야 했던 소피 마르소는 그렇게 항상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1980년, 말간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라붐>의 소녀를 지켜보았던 사람들은 아마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인형처럼 아꼈던 이 10대의 여배우가 스물네살 연상의 안드레이 줄랍스키와 때이른 동거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그가 연출한 <
본드를 사랑하지 않은 본드걸, <007 언리미티드>의 소피 마르소
-
제목에 축제 분위기의 새해 첫날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고 개봉이 1주일 밀리긴 했지만, <행복한 장의사>는 웃음과 희망이 있는 영화다. 사는 게 별로 즐겁지 않은 세 사람이 노 장의사로부터 죽음을 경건하게 맞는 법을 배우면서 삶의 온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연기와 음악을 오가며 양쪽에서 다 든든한 자리를 마련한 김창완과 임창정이 주연이라는 점이 또다른 관심거리.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자살하려다 마음 고쳐먹고 장의사 일을 시작한 판철구, 장의사 자리에 오락실을 차리려는 철없는 청년 장재현 역을 각각 맡아, 새 천년 벽두의 관객을 찾았다.
노래 부를까, 영화할까
김창완
“록하기엔 너무 늙어버렸지”
“맞아. 이게 처음 주연 맡은 영화야. 소감? 누군가 ‘60, 70년대라면 당신 같은 사람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그러더군. 맞는 말이지 뭐. 난 영화 하는 거 자체가 좋아. 주연이라고 해봤자 멋있는 영웅도 아니고 그냥 허둥대는 초보장의사에 불과
<행복한 장의사>의 두 주연배우 김창완·임창정
-
<쿨>
이런 영화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으로 95년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그랜드파더>, 영화쪽에 들어와 있던 대우와 당시 씨네2000에서 공모한 사전제작지원 당선작으로 뽑혀 만든 <저스트 두 잇> 등 단편으로 주목받은 김용균 감독의 데뷔작. <쿨>(Cool)은 ‘쿨한 감성의 잔잔한 사랑영화’로 순정만화풍의 사랑이야기다.
6년 경력의 동화부 애니메이터인 스물다섯살난 여자는 시나리오 작가 데뷔를 준비하는, 한살 많은 남자와 동거중이다. 말수가 적은 여자는 얼핏보면 차가워보이지만 귀여우면서도 속깊은 면을 가지고 있다. 또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남자는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에 활달하지만 다소 엉뚱한 점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신비롭게 그린다.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7] - <쿨> 外
-
<가위>
이런 영화
혜진의 친구 은주가 가세한 이후로, 서클 멤버들의 인생항로가 심각하게 꼬여가자, 선애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 은주의 등장과 맞물렸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속에서 죽음을 부르던 불길한 아이 경아를 떠올린 선애는, 지금의 은주가 과거의 경아라는 증거를 잡아낸다. 충격 속에서 밤거리를 헤매던 혜진은 은주(경아)가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걸 본다. 2년 후, 모임의 멤버들은 하나둘 비참한 죽음을 맞고, 남겨진 혜진은 은주가 죽던 그날 밤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불길한 아이, 검은 고양이, 악몽 그리고 거울. 공포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도 짐작할 수 있는 공포의 키워드를 전면에 배치한 <가위>는 그래서, 낯설지 않은 공포 영화로 다가온다. 피범벅과 사지절단의 충격요법 대신, 감성을 파고드는 둔한 공포와 서늘한 냉기가 흐르는 화면으로 관객을 조여올 것이라고. 젊은 친구들 7명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인 만큼, 또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던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6] - <가위> 外
-
<비밀>
이런 영화
98년 <여고괴담>으로 신인 감독 돌풍의 주역이 되었던 박기형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일상에 지친 30대 남자와 15세 초능력 소녀의 신비한 교감을 그린 초현실 감성영화’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판타지 미스터리 영화. 서로에게 뭔가 비밀스런 구석이 있고, 이런 비밀이 다른 비밀을 낳고, 비밀은 결국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다. 이런 비밀을 벗겨내고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음울한 시대의 희망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겨울비가 추적이는 새벽, 생명보험회사 보상담당 직원인 30대 남자는 말과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를 만나 돌보게 된다. 남자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이 소녀와 텔레파시로 교감을 체험한다. 두사람 사이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소녀의 초능력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에너지까지 발산한다. 하지만 이들의 순수한 사랑은 현실에서 외면당하고 베일에 쌓여 있던 소녀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남자는 혼란에 휩싸인다.
직접 독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5] - <비밀>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