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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속도, 현실감, 몰입감, <킬러들의 수다> 이춘영 시민창작자

<킬러들의 수다>의 러닝타임은 95초다. “29초 영화제 출품을 위해서 ‘모임’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기획했”던 이 작품은 이춘영 연출자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제작 스튜디오의 형들과 카페에 모여 기획부터 콘티 작업까지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냈다. “아따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먼.” “그냥 확 다 태워버려?” “여 쓸고, 여 하나도 쓸고.” 듣기엔 다소 험악해 보이는 이 대사들은 한국의 여러 누아르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낸 것들로 실은 표면 그대로의 의미 전달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다. “뻔한 레퍼런스,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킬러’와 ‘수다’는 사실은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남자들이 모여서 건전한 태도와 정신을 갖고 나누는 상황을 가리킨다. 범죄 현장을 보게 될 거란 예상을 하고 있는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짧지만 강렬한 반전을 구사한 것. 2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춘영 연출자는 “원하는 메시지나 이야기를 전부 압축해서 표현하기보다는 차라리 관객으로 하여금 한번 더 보고 싶게끔 궁금증을 유발시키자”라는 전략을 구상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다섯 남자들의 비중 역시 어느 누구 하나에 치우치지 않도록 최대한 분량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29초 버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 95초 버전의 엔딩에 삽입된 ‘함께 지켜야 할 것을 안 지키는 사람이 진짜 킬러입니다’라는 문구도 “뜬금없고 이야기와 맞지 않아 보이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킬러들의 수다>는 아이디어 구상은 30분, 스토리보드 제작은 5분, 그리고 일주일 후 촬영, 현장 촬영을 1시간 만에 끝낸 후 이틀 동안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쳤다. 빨리 만들었다고 해서 대충 작업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이춘영 연출자는 이번 영화 작업을 통해 조감독, 촬영감독과 의견이 일치할 때 비로소 현장이 속전속결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드라마의 조연배우로 활동하면서 최근에는 숏폼 드라마 연출 제의까지 받은 이춘영 연출자는 앞으로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의 다음 작품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킬러들의 수다>

숏폼 부문 | 이춘영 | 반전 누아르 | 등급 정보 없음

남자들이 산에 모여서 끔찍한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다. 옷차림도 제각각이고 내뱉는 언사가 거칠어서 무언가를 은폐하고 있거나 범죄를 모의 중이라고 추측하게 하는 상황. 하지만 이 남자들의 말과 표정은 카메라의 시선과 편집을 통해 이해되므로 결말은 예측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