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학교 점퍼를 입은 고등학교 3학년 황준호 연출자와 마주 앉았다. 그의 연출작 <최고의 선물>을 보았을 때에는 이토록 어린 연출자를 상상도 못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상 속 성숙한 메시지가 납득이 됐다. 어머니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영상은 친아들과 입양한 다문화가정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 아이 모두 엄마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영상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고 여겨왔던 황준호 연출자의 생각이 담겼다. “OECD의 다문화사회 기준이 있는데, 한국 사회는 2024년부터 거기 들어간다. 주변만 봐도 다양한 인종과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지 않나. 하지만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 다문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황준호 연출자도 다문화가정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호주에서 태어났고 아버지 역시 호주 국적을 지니고 있다. 어릴 때 해외에서 지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외국에 비해 한국이 생김새가 다른 이에 대한 배제가 강하다고 느꼈다. “다문화 공익광고에는 꼭 불편하다는 댓글이 달린다. 우리나라 사람 신경 쓰기도 부족한데 왜 자꾸 다른 나라 사람을 신경 쓰냐, 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모두 사랑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유다. 불편하다는 인식에 맞서 누구를 가르치기보다는 부드럽게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중요한 영상이었던 만큼 ‘목소리 오디션’도 봤다고 한다. “학교 친구 하윤경, 한예하와 함께 만든 영상인데 저희 어머니까지 포함해서 세명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샘플로 받았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들이 오디션처럼 음성파일을 보내주셨고, 그중에 우리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았던 예하의 어머니께 녹음을 부탁드렸다. 흔쾌히 진행해주셔서 지금의 영상이 완성됐다.” 황준호 연출자는 사회의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라고 청소년들이 모의 의회를 열어서 입법 청원안을 쓰는 청소년 단체가 있는데 거기서도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위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논리나 토론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예술의 영역 같다.” 함께 영상을 만든 친구들의 이름과 함께 동네작은학교와 삼일교회의 이름을 꼭 넣어달라고 신신당부하는 황준호 연출자는 다음에 만들 영상도 친구들과 계획 중이다.
<최고의 선물>
숏폼 부문 | 황준호 | 가족 | 전체관람가
다정함이 담뿍 묻어나는 엄마의 목소리. 두 아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읽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며 서서히 두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명은 친아들이고 또 한명은 다문화가정에서 입양된 아들이다. 영상은 다정한 엄마의 편지를 통해 두 아이 모두 소중하며 세상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