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영상 찍는 게 취미였던 오은빈 연출자는 그대로 자라 고등학생 때에는 학교폭력 방지를 주제로 한 공익광고를 만들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영상 기획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기록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넌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와?”라고.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에 돌입하는 행동력 덕분에 그의 가족들 역시 카메라 앞에 서는 데에 익숙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연기력도 함께 성장한 것은 아니라서 언젠가 가족이 아닌 진짜 배우들과 촬영하는 것이 오은빈 연출자의 꿈이다. <연기: 인연 연, 일어 날 기>에 출연한 연기자들 역시 그의 엄마와 여동생이다.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헤드폰을 낀 채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딸 역할을 맡아주었다. 짧은 영상 속 슬픈 반전을 숨겨둔 이번 영상은 그와는 상반된 연출자의 생일날 기억에서 출발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오셔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시는데 무척 행복하고, 가족의 그 모습이 참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문득 가족간의 이런 행복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싶었다. 그렇다면 가족의 단절을 주제로 촬영해봐야겠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서 그와 상반되는 단절된 가족을 떠올렸다는 아이러니.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이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앞에 있어도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가족이 모두 집에 있어도 함께 밥을 먹지 않고 각자 따로 먹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에서 온 신경을 빼앗는 것이 당연시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에게 잘 가닿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영상에서는 좀 극단적으로 충격을 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지만 앞과 뒤의 전개에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반전이 숨어 있는 이유다. 짧은 영상을 만들더라도 도파민만 자극하는 단순한 영상보다는 메시지를 담는 것을 좋아하는 오은빈 연출자는 문제없는영화제 공모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회문제를 담은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충격 여운을 주고 싶다.” 엄마에게 생일 축하 노래도 일부러 음울하게 허밍으로 불러달라고 한 것도 여운을 주고 싶어서다.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 편집하는 전 과정이 너무 즐겁고 몰입이 되기에 앞으로도 영상 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해서 감독이나 연출보다는 기획 작가 일을 하고 싶다. 어디에 몰두해서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게 행복하고 그게 영상으로 구현됐을 때 짜릿하다.”
<연기: 인연 연, 일어날 기>
숏폼 부문 | 오은빈 | 가족 | 전체관람가
“가족과 함께 있어도 하루 1시간도 대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 브리핑과 함께 엄마가 딸의 생일을 축하하는 작은 식탁이 보인다. 식탁 위 앙증맞은 케이크 위에는 음산하게도 검은 초가 꽂혀 있고, 엄마의 생일 축하 노래가 허밍으로 주변을 맴돈다. 엄마가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는 딸에게 가닿지 못하고 딸은 헤드폰을 끼고 휴대폰만 응시한다. 함께 있어도 단절된 가족관계를 그리며 영상 앞과 뒤에 연기를 메타포로 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