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연출 전공으로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있는 25학번 김다인 연출자는 학창 시절에 직접 경험했던 ‘전형성’에 관한 고민을 갖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귀엽게 생긴 친구와 강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친구가 어울리니까 쌤들이 ‘물 흐리지 마라’, ‘좀 내비둬라’라는 반응을 유독 한 친구에게만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사람을 틀 안에 가둬두고 생각하게 되었나”를 고민하게 됐다고. 이 영화의 캐릭터와 구도를 만들면서 관객이 선입견을 갖도록 전략을 짠 것도 그 때문이다. 등장인물인 두 소년의 인물 배치부터 얼굴에 드리운 골목길의 음영까지 모두 관객이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곧 이들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것은 계산된 반전이다.
짧은 러닝타임의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두 인물에게도 사연이 있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내다가 둘의 세계가 딱 겹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 순간이 바로 <비행>의 장면인 것. “학창 시절에 느끼는 갑갑함, 그리고 그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을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표현한 <비행>은 김다인 연출자가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한 작품이기도 하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최대한 써먹기 위해서 여러 렌즈를 가져다 찍어보고 짐벌과 돌리숏도 구상했다.” 그래서인지 엔딩크레딧엔 참여한 스태프들의 이름보다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이 더 많이 올라갔다.
엔딩을 장식하는 영화 <E.T.>의 오마주 장면은 김다인 연출자의 개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신이다. “외계인도 날고 소년도 나는데 왜 우리는 날지 못하나. 우리도 다 날 수 있어, 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주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이 엔딩 장면에는 평소 일본 청춘영화를 즐겨보고 좋아하는 김다인 연출자가 직접 찾아낸 일본 밴드 리퀴드 피플의 <센트럴 게이트>가 엔딩 장면에 쓰이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해낸 곡이라고. “잘 몰랐던 밴드인데 에너지를 뿜어내는 노래를 영화의 엔딩에 삽입하고 싶었다.”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반전 매력이 있는 <비행>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책도 많이 읽고 고전영화도 많이 보면서” 견문을 넓히려는 새내기 감독이지만 언젠가는 그녀가 만든 판타지영화를 극장에서 볼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비행>
숏폼 부문 | 김다인 | 청춘, 판타지 | 전체관람가
어두운 골목길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소년은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소년의 등장이 마뜩잖아 보인다. 안경 쓴 소년도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음을 직감했다는 듯, 골목길 바닥에 있던 소년을 보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된다.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비행 청소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