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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설은 이렇게 갱신된다, <아바타: 불과 재> 미리보기 – 래 산치니 총괄 프로듀서 인터뷰

영화로 하나 되는 순간을 기대한다

<아바타: 불과 재>의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지난가을 래 산치니 총괄 프로듀서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영화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이 죽음을 맞이한 다음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첫째 아들을 잃은 설리네 가족은 사뭇 차분하고 묵직해진 분위기로 시리즈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작품 전반의 무드가 전편보다 크게 우울하거나 어두운 건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몰입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를 잃지 않았나. 하루이틀 만에 극복할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남은 이들은 이 과정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한다. 미지의 행성에서도 아이를 잃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이 세계에도 인류 보편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담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슬픔뿐만 아니라 갈등 또한 다각화된다. 특히 부부로 많은 것을 포용하고 협력해온 제이크(샘 워딩턴)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간에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네이티리는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형성된 인물로 판도라의 어머니 에이와를 향한 신앙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제이크는 행동하는 남자다.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부는 의사소통 과정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아바타> 시리즈는 두 사람의 사랑과 이해가 위기를 극복할 거라는 믿음이 견고하다. 이 근간이 흔들린 적은 없다. 그리고 그 희망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판도라에는 매일 일식이 일어나지만 빛은 항상 다시 돌아온다. 어둠으로 가득 찼다가 빛이 돌아오는 것. 삶은 그런 식으로 계속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이라 생각한다.”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타이타닉> <트루 라이즈> 등 다양한 작품을 오랜 시간 함께해온 래 산치니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아바타: 불과 재>의 설정 단계부터 심도 깊게 바라봤다. 특히 재의 부족 ‘망콴족’의 등장. 설리 가족과 대척점에 서는 이들은 인간이 악역을 맡았던 전작들과 달리 나비족 중 처음으로 빌런의 위치에 섰다. “재의 부족에겐 흥미로운 배경이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 고향 나무와 비옥한 땅에서 지냈지만 다소 고립된 상태였다. 다른 부족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는데 이 지점이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화산 분출로 거주지가 파괴됐을 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용암으로 굳어진 토양에서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도 작물을 키울 수도 없었다. 허망함과 무력감. 재의 부족이 약탈과 가혹한 수취를 한 배경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전 세계 영화시장에 <아바타> 시리즈는 어떤 의미를 남길까. “공유하는 문화적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세대, 성별,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를 갈라놓고 분리시키는 것들이 너무 많다. 모두가 극장에 가서 함께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전 일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극장으로 연결됐다. <아바타> 시리즈가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공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