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샘 워딩턴)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의 사랑을 받고 자란 입양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지만 동시에 해양 생명을 사랑하고 그들과 쉽게 가까워지는 온화한 정서를 지닌 키리는 여전히 소녀의 마음과 가까운 배우 시고니 위버로 묘사된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키리는 주체적인 영토 확장을 이룬다. 적대적인 부족의 예상치 못한 위협은 판도라의 이면을 고백하는 동시에 설리네 가족이 거쳐야만 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전을 감당하게 만든다. “키리는 여태껏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믿어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한다. 나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중학생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무력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직 그 상황을 직접 통과해보는 것, 그뿐이다. 그래서 키리의 상황은 무척 현실적이다. 내가 제임스 캐머런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젊은이로 살아가는 고통과 기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스파이더(잭 챔피언)와 같은 친구를 둔 안정감,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받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서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받을 수도 있다는 소속감과 균형감 등 우리 삶을 지탱하는 요소를 느낄 수 있다.”
가족 사이에서 키리는 종종 불안정해 보인다. 물속 영혼의 나무에 촉수를 연결했을 때 자연스럽게 기억을 공유하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키리는 발작을 일으킨다. 유독 외부 감각에 예민한 모습이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그의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변환된다. “키리는 판도라의 어머니 에이와와 진정한 유대감을 느낄만한 자신감은 없다. 물의 방식으로 삶에 정착한 가족들처럼 영혼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이와와의 연결을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까지도 사춘기를 거치는 키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놓여져 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궁극적인 연결을 믿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판도라를 배경으로 한 수중 연기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물속에서 정확한 감정을 연기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다양한 해양 생명과 교감하는 키리의 성정을 생각할 때 시고니 위버가 그에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물이라는 장치가 더해지면 정말로 키리가 되어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게 된다. 판도라의 수중 세계는 키리에게 특별한 장소이고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15분 정도 일찍 수중 촬영장에 도착해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과정에서 차분함이 정말 중요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 산소를 빨리 소모해서 긴 숏을 찍을 동안 숨을 참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경험하기 드문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도전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