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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픔과 분노의 언어를 들어라, 바랑 역 배우 우나 채플린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시리즈의 새 얼굴, 새 국면, 새 갈등. 우나 채플린으로 체화된 ‘재의 부족’망콴족의 리더 바랑은 거침없는 말과 행동, 사나운 포효, 외향 전체를 물들인 검붉은 이미지까지 공포스러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상실의 역사를 끌어안은 부족의 리더를 맡기까지 우나 채플린은 자기만의 긴 여정을 거쳤다. “당시 나는 말그대로 트리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다. 살면서 정글 속 나무 집을 떠나고 싶게 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건 그럴 만한 일이었다. 처음 오디션장에 가서 즉흥 대본을 받아 연기를 했다. 짧게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뒤 며칠 지나서 연락이 왔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만나러 오라고. 제임스 캐머런이라니! 내 우상이잖아! (웃음) 그리고 감독을 만났을 때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이오다이내믹 농업(합성 화학물질 사용을 배제하고 점성술과 친환경 제제를 활용하는 농법.-편집자), 유기농, 토양과 칼륨 등. 영화와 상관없는 주제들이었지만 정말 편하고 재미있었다. 그때 바랑이 세상에 느낀 불공정함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나 채플린이 그린 바랑은 어떤 원칙으로 완성됐을까. 그는 바랑이 지닌 가장 위대하면서도 위협적인 무기로 ‘자기 자신의 확신’을 꼽았다. 바랑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내린 결단을 의심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는 자신과 민족이 겪은 트라우마를 연료로 삼는다. 에너지를 주는 원동력이 슬픔과 트라우마, 절망인 것이다. 이들은 맹렬한 전사이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다. 바랑이 지닌 폭력성과 분노는 결국 버림받음과 상처, 공포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재의 부족을 통해 자신을 비춰볼 기회를 갖는다. 바랑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이 타인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바타> 시리즈가 최초로 선보이는 나비족 빌런. <아바타>가 악의 축에 위치한 판도라 사람들을 그리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바랑은 신기하게도 네이티리를 닮았다. 두 사람은 정말 비슷하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두 여성이 다른 시간선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자매일 수도, 친한 친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말은 이들이 운명적으로 적군이 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둘은 모두 신념이 강하고, 직관적이고, 타고난 재능이 있다. 그러니 두 여성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보면 좋겠다. 이들이 지닌 슬픔과 분노의 언어를 들어보면 이상하게도 안전한 생각을 갖게 된다.” 나무 위의 집에서 머물던 여자는 영화제작 과정 중 대체할 수 없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아마존 야와나와 부족의 지도자들이 세트장을 방문한 것이다. 촬영장에 여러 원주민 공동체의 친구와 친척이 와 있다는 소식을 감독에게 전한 후에 벌어진 일이다. 세트장을 찾은 부족장들은 모두에게 축복을 기원하고 노래를 부르고 함께 기도했다. 우나 채플린에겐 지구에 펼쳐진 판도라를 직접 체험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