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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요즘 다들 이 얘기 하더라고요 - 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 51인이 말하는 2026년 트렌드 키워드

지금 한국 영상 콘텐츠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무엇일까? 2026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 응한 51인의 리더들은 각자가 주목하는 신작 영화, 콘텐츠, 인물들에 더해 신년을 이끌 영상 콘텐츠 트렌드에 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이 모인 키워드 4개를 꼽아 리더들의 메시지를 종합했다. 수년째 신선한 아이템이자 마침내 자체적인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숏폼, 상상의 영역에 머무르다가 비로소 영상 업계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AI를 비롯해 리더들이 국내외 OTT 플랫폼들의 이합집산에 대처하는 자세와 국제 공동제작이라는 돌파구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여기에서 확인하시기를 바란다.

KEYWORD 01: 숏폼, 더 분명한 타깃을 향해

숏폼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

숏폼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

2024년, 2025년에 이어 2026년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도 ‘숏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이제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기존 소셜미디어보다 분명한 타깃을 노리는 숏폼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다종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커진 시장에 한국 업체들도 자체 플랫폼과 콘텐츠로 승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메가 트렌드나 유행보다 개인의 취향에 세밀하게 맞춰진 숏폼, FMV(Full Motion Video) 등 손안의 콘텐츠와 맞춤형 추천 등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는 리더들의 예측에 걸맞게 당장 1월에는 게임, 영상, 웹툰 IP를 다루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 테이크원컴퍼니가 K팝 아티스트와 결합한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킷츠’(KITZ)를 론칭하며 NCT 제노, 재민 주연의 숏폼 드라마 <와인드업>을 공개했다. BL, GL을 아우르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 구작 영화를 30분 내로 압축해 서비스하겠다는 국내 스타트업 세로본능의 숏폼 전용 플랫폼 ‘세로’(SERO)도 2월 첫주에 나란히 출시됐다.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곳도 늘었다. 대표적으로 쇼박스는 올해 처음 숏폼 드라마 제작에 나서며 국내외 숏폼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드라마박스, 비글루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유통 기반을 마련한 쇼박스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다수 합류한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를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의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숏폼이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콘텐츠 산업에 안착할 것 같다”는 진단은 이제 예측을 넘어 현실이 되었다. <씨네21>도 후속기사를 통해 숏폼 시장의 현재와 비전을 더 깊고 넓게 살펴볼 계획이다. /남선우

KEYWORD 02: AI, 어디까지 쓰이고 있을까

AI 영화 <중간계>

말 많은 AI. 실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어디까지 활용하고 있을까? 인력 대체와 창작의 가치 변질 등을 고민하던 가까운 과거와 달리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우려이기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AI 기술 적용을 긍정적으로, 또는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AI를 활용한 장편영화는 콘텐츠 산업에 위협보다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시나리오, 연출, 촬영 등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전문가들이 고용 위협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동시에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어떤 AI 기술을 차용할지에 대한 권한은 여전히 수정과 결정을 거듭하는 연출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세부 영역에서 AI는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VFX, 사운드 믹싱, 색보정 등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검토, 세계관 정리, 설정 점검 등 스토리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도 AI를 활용한다고 다수의 응답자가 말했다. 작품이 기술적으로 보정되는 후반 과정뿐만 아니라 이제는 작품이 출발하는 지점부터 AI가 적극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투자배급 관점에서도 AI 활용은 필수가 되었다. “AI는 창작의 대체가 아닌 증폭 장치가 되었다. 당사는 작품 완성도 증대뿐만 아니라 작품별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한 투자 심사 및 관리 고도화를 병행하며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권리·보상 체계와 저작 윤리, 품질 관리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숙제도 분명하다. 정리하면 사람의 창작을 전면에 두고 AI로 효율을 끌어올리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해법이라고 판단한다.”(영화 투자배급사 A) 투자배급 결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현명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례 검토, 레퍼런스 정리, 최근 3년간 트렌드 분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AI를 활용하면 단순 업무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영화 투자배급사 B)

대부분의 영화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AI 기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절충이다. “대규모의 고난도 시각효과가 투입된 헤비 VFX 신의 경우 실제작비가 올라가는데 AI를 활용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퀄리티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 물가상승에서 AI는 예산 절감의 중요한 기회다. 이는 대규모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이 불가결한 독립영화에도 잠재적인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모든 응답자는 적극적인 AI 기술 실사용을 답하면서도 마지막엔 각기 다른, 그러나 궁극적인 의미는 같은 마지막 문장을 덧붙였다. “AI는 창작을 대체하기보다는 사고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사 설계나 연출의 판단은 여전히 창작자의 몫이다.” /이자연

KEYWORD 03: OTT 합병, 지금 우리는?

2025년은 OTT 플랫폼에도 거대 지각변동이 느껴진 해였다. 공룡 플랫폼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진행 중이고, 국내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논의하고 있으며, 왓챠는 현재 회생 과정에서 인가 전 인수합병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몸집 키우기에 박차를 가한 넷플릭스와 생존전략을 모색 중인 국내 플랫폼 사이에는 판도를 쉽게 뒤집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위계가 선명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 51인 또한 불균형의 장기화와 비대화를 우려한다. 현재 “한정된 플랫폼으로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제작사들이 준비한 작품들이 편성을 못 받는” 상황이고 “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중소 제작사들의 생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예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영화,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어 산업 전반에 다양성이 극감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제작 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OTT 플랫폼이 합병하거나 사라지면 제작사는 소수 플랫폼에만 투자를 기대해야 한다. 제작 여건은 그만큼 나빠진다. 플랫폼 수가 줄어들면 선택권도 줄어들고, 자본은 더 보수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장 풍경도 바뀌었다. “OTT 작품의 제작비와 스태프 인건비가 영화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졌다. 실력 있는 영화 스태프들이 OTT를 선호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 결과 영화 현장에는 낮아진 제작비와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부족한 인력이 남는다. 영화 현장은 제작 수준을 끝까지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영화가 기술과 경험의 집약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산업 최전방에서 인지하는 위험한 신호다.”

최근 산업 경향을 우려한다고 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OTT 춘추 전국 시대가 막을 내린 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폭발적이지만 무분별한 성장의 시기(2020~23년)를 지나오면서 이제는 내실 있는 플랫폼만 살아남는” 재편의 시기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유통사의 결합과 재편은 제작사에 더욱 냉정한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게 된다. 투자 기준이 보수화된 만큼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독자적인 IP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OTT의 선택권과 영향력이 막대해진 만큼 판권 확보에 대한 제작사와 플랫폼간에 계약 재설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눈에 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IP에 대한 권리를 얼마나 방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OTT의 자본을 쓰더라도 부가 판권이나 해외 극장 매출의 일부를 제작사가 직접 배분받는 조건을 관철할 수 있는 협상력이 필요하다. 또한 극장 상영이 OTT 홍보 수단이 되지 않도록 극장만의 단독 콘텐츠(확장판, 스페셜 GV 등)를 차별화하는 전략이 병행돼야만 한다.” /이자연

KEYWORD 04: 국제 공동제작, 리스크 분산의 키

<운명을 읽는 기계>

51인의 응답자 중 90% 이상이 “국제 공동제작을 시도하거나 시도를 고려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 또한 소속 배우가 공동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이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 프로덕션과의 공동제작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진정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한국 콘텐츠의 제작비 상승 대비 내수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한계를 타개할 “유일한 미래 대응책”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존을 도모하려면 국외 진출이 불가피해졌다. “콘텐츠는 글로벌로 나아가는데, 제작 리스크는 여전히 국내에만 남아 있는” 터라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니라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대기업 스튜디오나 OTT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사장되는” 프로젝트가 많은 만큼 해외 파트너를 물색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독립예술영화 제작·배급업 종사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해외 영화제 진출이 과거에 비해 저조”한 가운데, “최근 일본 예술영화들이 선택한 해외 공동제작 방식”이 재원 확보와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로맨틱 어나니머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돌파구라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은 과연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과 글로벌 팬덤” 덕분이다. “K콘텐츠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각 나라들이 우리나라와 일하고 싶어 하는 시기”인 데다 “마침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을 통한 높은 관심이 맞물리면서” 해외 투자사와 제작사로부터 “다양한 접촉 및 문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전언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각 국가 및 지역에 적합한 공동제작 방식을 모색 중이다. 리메이크나 로케이션 활용에 따른 인센티브 지원 등 기존에 성행한 틀에 더해 IP 제공에 제작비 투자를 겸한 제안, 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지화를 염두에 둔 협업 등이 예시다.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작품을 피칭해야 하는” 만큼 “보편적 정서에 지역별 강점을 덧입히는 멀티 로컬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 법인을 거점 삼아 “공동 개발, 제작, 배급의 사슬을 하나씩 연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과는 이미 하나둘 밖으로 나오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이 투자한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Apple TV+ 시리즈 <운명을 읽는 기계>를 만들어 시즌2까지 공개했고, 용필름은 일본 제작진이 다수 합류한 ‘용필름 재팬’을 꾸려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완성했다. 현지 개봉 당시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배우 이광수가 주연한 <나혼자 프린스>, <파묘> 제작진이 가세한 <까이마: 저주의 무덤> 등 합작 소식은 베트남에서 가장 활발히 들려오고 있다. <도희야>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는 프랑스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아 촬영을 마쳤다.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에 머무르기보다는 서사와 인력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방향으로 발전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본다”는 답변이 시사하듯, “이야기 자체가 국경을 넘나드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남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