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의 족쇄는 어떻게 끊어질까. 영화 <햄넷>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승화해 연극 <햄릿>을 탄생시킨 셰익스피어와 그의 아내 아녜스의 비화를 풀어낸 작품이다. 매와 교감하며 숲을 떠돌던 아녜스(제시 버클리)와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하는 윌(폴 메스칼)은 사랑에 빠져 서로를 탐닉하고 가정을 꾸린다.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다룬 많은 작품이 그의 희비극이나 작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면, <햄넷>은 그의 아내 아녜스를 무대 정중앙으로 불러 두 사람이 함께 직면한 사건과 감정을 열거한다. 2021년 <노매드랜드>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고, 올해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의 강력한 후발 주자로 언급되는 클로이 자오 감독은 원작 소설 <햄넷>의 세계관을 영상문법으로 유려하게 연다. 아름답고 강렬하게, 숨 막힐 듯 장엄하게. 어떤 것으로도 쉽게 대체될 수 없고 변형될 수 없는 슬픔의 원형은 어떻게 포착될까. 궁극적인 질문을 건네기 위해 클로이 자오와 긴 전화 통화를 나누었다. 수화기로 전해지는 작고 침착한 목소리에서 영화를 활보하던 강인함이 느껴졌다. 역사적인 극작가 옆자리에 핀 조명의 불을 하나 더 밝힌 영화 <햄넷>에는 도저히 외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속절없이 고백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 첫째 수잔나의 탄생과 숲속에서의 출산, 런던으로 떠나버린 윌과 둘째 쌍둥이들의 탄생, 그리고 죽음이 드리운 비극의 서막까지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이야기는 성난 파도에 휩쓸리듯 몸을 맡겨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극장 앞에 모여들었을 때, 한편의 연극이 되어 무대 위에 당도한 슬픔은 누적된 시간만큼 힘을 얻은 듯 우리를 다시 소생시킨다. 그것을 발판 삼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애의 족쇄를 끊어버린다. 사로잡히고, 압도되었다가 이내 온 마음이 슬픔으로 정화되는 영화 <햄넷>에 대한 긴 리뷰도 덧붙인다.
[기획] 그 슬픔을 사랑하네 나는 우네, 사랑을 잃고 - <햄넷> 클로이 자오 감독 인터뷰부터 리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