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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칠드런스 트레인>

비올라 아르도네 지음 김희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

아메리고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극심한 빈곤에 놓인 194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에 사는 소년이 매일 하는 일은 쓰레기장에서 누더기를 거둬 노점으로 가져가 파는 것이다. 공산당 여성 조합원 주도로 남부의 가난한 아이들을 북부의 여유로운 집에 보내 돌봐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아메리고 역시 기차를 타고 북부로 향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아메리고의 엄마에게 ‘아들을 팔아먹는다’고 비난하지만, 더는 아이를 굶길 수 없었던 엄마는 “그곳에 가면 아이가 배불리 먹고 토실토실 살이 찔 거”라는 말을 믿고 북부로 가는 기차에 아들을 태운다. 전쟁과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가난과 북부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돌봄은 이 책의 먹먹한 감동 포인트다. 보상 없는 나눔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는 남의 집 아이를 대가 없이 돌봐준다는 그 시절 정책을 선뜻 믿기 어려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던 독자에게, 아메리고를 따스하게 보살펴주고 난생처음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이름이 새겨진 바이올린까지 선물하는 양부모의 온정은 그 의심을 머쓱하게 만든다. 행복한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아메리고 역시 처음엔 이들을 의심하지만 소년을 믿어주고 교육을 시켜주며 끝없이 퍼부어주는 애정 앞에서 소년은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처음 자신의 방, 자신의 악기, 자신의 신발을 갖게 된 소년은 온전한 돌봄 속에서 엄마가 있는 곳이 아닌 이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영화는 어른이 되어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성인 아메리고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들으며 머리가 희끗한 연주자가 된 아메리고는 연주 직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대 뒤에서 깡마른 한 어린 소년의 환영을 본다. 해어진 옷 위로 드러난 깡마른 어깨만 봐도 소년이 얼마나 굶주렸는지 알 수 있다.

소년의 시점으로 남부 시절, 북부 시절, 그리고 다시 친모에게 돌아가 북부의 양부모를 그리워하는 시절과 어른이 된 이후로 나뉜 소설은, 장마다 화자의 시점에 독자가 온전히 공감하게 만든다. 친모와 양부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아이의 갈등조차 소설은 오래 묘사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매우 현실적인 돌봄이고, 그것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소년은 알게 된다. 전쟁 후 피폐해진 도시의 아이들을 여유 있는 지역으로 보내 단기간 돌봄을 받게 했던 소설 속 이야기는 이탈리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 감동해서 그랬어요. 사실 한번도 생일 파티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엄마가 준 낡은 바느질 상자 말고는 선물도 받은 적이 없어요. 행복한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