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네21 추천도서 - <꿈의 방>

데이비드 린치, 크리스틴 매케나 지음 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매혹되기 위해 대상을 온전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그랬다. 그의 비밀과 꿈, 환상과 비틀린 현실은 이해를 넘어서는 매혹을 불러일으켰다. <꿈의 방>은 데이비드 린치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대기적으로 나란히 두고 당신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의 주변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꿈의 방>은 린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한 회고록이자 평론가가 취재를 통해 완성한 전기가 된다. 여러 면에서 재미있는 책이다. <이레이저 헤드>를 완성했지만 칸영화제 출품도 뉴욕영화제 출품도 거절당한 뒤 “나는 할리우드의 핵심에 들어갈 준비가 됐어. 변두리를 전전하는 건 이제 신물이 나”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 적은 없어도 제대로 일이 돌아가는 바닥에서 일을 도모하고자 한 린치의 욕망이 느껴진다. <엘리펀트 맨>을 만들던 때는 사진 작업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는데, 여성들과 버려진 공장들이라는 주제는 그를 특별히 매혹시켰다. 그사이 결혼과 이혼, 혼인 상태에서의 연애 등이 이어지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작품과 관련된 대목들은 의심할 바 없이 ‘홀린다’. 그의 영화가 그랬듯이.

나의 경우는 <트윈 픽스>에 대한 대목에 빠져들었다. 데이비드 린치가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들은 티베트인들이 겪는 고초 이야기가 <트윈 픽스>에서 데일 쿠퍼 요원이 트윈 픽스 보안관국 직원들에게 그 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장면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놀랍지 않게도 그는 드라마의 파일럿을 장편영화와 똑같이 생각했다. 두 시즌을 통틀어 <트윈 픽스>에서 다뤘던 에피소드는 파일럿뿐이었다는 말. <멀홀랜드 드라이브>때는 이전과 캐스팅 방식이 달랐다. 사진만 보고 캐스팅을 정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모든 사진을 검토해 배우를 고른 뒤 배우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해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스토리>가 있다. 가장 데이비드 린치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그래서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어떤 작품보다 실험적이었던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리처드 판즈워스는 칸영화제에도 동행했지만 목장으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에 팔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나빠지면 그 일을 해야겠다고 말했던 그는 실제로 그렇게 (총으로 자살을) 했다. 숱한 사람들이 오고 갔고 영화는 완성됐고 이제 그는 가고 없다. 그의 영화들은 그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명성은 당신이 그걸 어떻게 부르든, 기괴한 거예요. /4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