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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숨은 어린이 찾기>

김소영 지음창비 펴냄

그림책은 읽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페이지에 그림이 전부고 글자는 몇줄 되지 않으니 쓱쓱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같은 그림책을 더 풍성하게 읽어내는 방법이 있다면 솔깃할 수밖에. 김소영 작가의 <숨은 어린이 찾기>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시작해 어린이를 위한 독서 교실을 오래 운영해온 저자의 즐거운 책읽기를 담은 에세이다. 어린이의 사소한 순간을 크게 보여주는 장면을 곰곰이 뜯어보고 기쁨이 탄생하는 순간을 발견하거나(<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바느질로 표현한 새가 날아가는 모습에, 강아지의 졸린 눈에 경탄하거나(<나는 매일 그려요: 꼬마 무 지개와 구름 강아지>), ‘가짜 뉴스’의 시대에 ‘소문’ 대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그랬구나!>) 하는 대목들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만큼이나 현실의 자그마한 좋은 일들이 팡팡 소리를 내며 느낌표와 함께 폭발하는 느낌을 받는다. 성실한 독자는 책을 읽는 만큼이나 사람을 읽어낸다.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을 그림책이 이미 세심하게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숨은 어린이 찾기>를 읽으면서 다시 알아간다. 그림책의 커다란 페이지에 구석구석 그려진 작지만 결정적인 삶의 단서들을 포착하는 눈을 갖는다면, 누구라도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만 같다. 더 나은 삶을 발명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적막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 일단 ‘조용하다’를 이해해야 하고, ‘조용하다’가 더 오래 지속되는 침묵을 다 함께 만들어내며 ‘적막하다’를 이해하려는 순간 어린이 독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읽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그림책>이 궁금해진다. 소리를 상상하는 일이 그림책을 통한 창의성 자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신비롭게 느껴져서다. AI가 별별 그림을 다 그리는 시대에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가장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을 인간이 고심해 담아낸 사례로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통해 이야기하는 대목은 또 어떤가. “기술의 진보가 예술의 퇴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할수록 예술은 어린이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다.” 문장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문장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따라가며, 책읽기의 근육을 키운다. 어린이 독자에게도 성인 독자에게도 두루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도와주는 읽기 경험이다.

조그만 동물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협력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어린이의 생활이 겹쳐 보인다.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