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뉴스를 TV로 접하고 화들짝 놀란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강동원)를 보자마자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의 ‘고추 총각’ 희철(강동원)이 떠올랐다. 프러포즈 반지가 하필이면 여성 승객 좌석 밑에 떨어져 곤란한 남자를 맛깔나게 표현하던 강동원은 20여년 전에도 코미디에 능했다. 이번에 그는 말로, 몸으로, 떨어지는 액자로도 웃기는 <와일드 씽>에서 봉인이 해제된 것처럼 연기한다. 다만 작정하고 웃기기 전까지 긴 땀방울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돌이 되는 길, 쉽지 않았지
기억하기론 춤 연습은 촬영 두달 전부터 끝날 때까지 5개월 정도 했다. 촬영 전에는 주 4~5일씩 연습실에 나갔고, 촬영 중 휴차 날엔 무조건, 촬영이 끝난 뒤에도 연습실을 찾았다. 현우는 춤을 잘 추고 싶은 게 아니라 ‘댄스 머신’ 캐릭터니까. 가장 중요했던 건 기본 춤 선을 몸에 익히고 힙합 바운스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일이었다. 헤드스핀 같은 고난도 동작은 거의 운동이라 생각하고 배웠다.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Love is>가 나온 뒤에는 담당 댄스팀과 현우의 개인 안무를 함께 짰다. 보컬 트레이닝은 따로 받지 않았다. 노래는, 좀 한다. (웃음)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컨셉은 작품 초기 단계에서 잡았는데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상당히 반영됐다.
사실 현우는 말이야…
지금보다 훨씬 제멋대로였고 캐릭터 아크도 더 컸다. 성공해서 생활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커 가수를 꿈꿨으나 무대를 계속하면서 진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깨닫는 굴곡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경제적 수난을 래퍼 상구(엄태구)쪽으로 몰아줬다. 현우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축이니까. 능청스럽고 포기를 모르는 성격은 변함없다. 그 면모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시그니처 동작인 헤드스핀은 현우 자체다. 얼마나 잘하든 못하든,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결국 끝나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내 영화 캐릭터들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면 말이지
슬픈 눈(<형사 Duelist>), 송지원(<의형제>), 여성민(<가려진 시간>), 정태성(<늑대의 유혹>), 초인(<초능력자>). 나쁜 남자와 신비주의가 적당히 섞인 꽃미남 5인조면 좋겠다. 치원이(<검사외전>)는 분명 사고를 칠 테니 제외고, 동수(<브로커>)는 끼가 없어서 안된다. 영일이(<설계자>)는 지나치게 ‘T’라 팀 생활과 잘 안 맞을 거다. 대수(<두근두근 내 인생>)와 건우(<골든슬럼버>)는 매니저팀, 임중경(<인랑>)은 가드팀, 김재명(<마스터>)은 소속사 대표를 맡으면 되겠다. 그리고 희철이(<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노래를 좀 하니까 그 시절의 ‘얼굴 없는 가수’처럼 숨겨둔 보컬로 딱이다.
요즘 나는 말이야…
운동하고 일하고의 반복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개발하고, 소재를 찾고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듀싱과 제작을 시작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인데 쉽지 않다. 오랜 취미인 목공도 그래서 못하고 있다. 하나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고 개인 작업실이 없으니 남의 목공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잘 없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배우로서 좀더 다양한 활동을 해볼걸 그랬나, 내가 의미 있다고 믿고 밀어붙였던 일들이 사실은 별것 아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그렇지만 고민을 심각하게 이어갈 생각은 없다. 지금 벌여놓은 일들이 언젠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저 매일 계속할 뿐이다.
코미디에 대한 내 생각이 궁금해?
내가 제일 잘하는 연기는 코믹 연기지 않을까? 할 때 어렵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들고, 현장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재밌다. 오히려 나한테 어려운 건 명령하고 사람들을 끌고 가는 리더형 캐릭터다.
사람들은 <늑대의 유혹>을 내 전환점이라 말하지만
나는 <형사 Duelist>다. 이 작품에서 익힌 작업 방식 그대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까. 당시 8개월 동안 일주일에 6일, 하루 10시간씩 정말 지독하게 훈련했다. ‘이명세 스쿨’의 배우라면 그렇게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작품 들어가기 전에 최소 석달을 밀도 있게 준비하지 않으면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일하면서 배운 게 많았고, 이런 경험 자체가 값져서 바꿀 생각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