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표 신파의 비중이 줄었다지만 재난과 가족을 뒤섞는 코드는 <군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현석(지창욱)과 최현희(김신록) 남매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갑작스레 벌어진 감염 사태로부터 친누나 현희를 구하기 위해 현석은 모든 것을 불사른다.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남매의 이야기는 언제나 애틋하지만, 현희는 하반신마비의 휠체어 사용자다. 재난을 맞닥뜨린 인간 사회는 과연 현희, 현석 남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군체>는 두 사람을 통해 이 질문을 건넨다.
김신록은 지창욱과 물리적으로 붙어지낸 시간이 현희에게도, 배우 김신록에게도 생에 의지와 희망을 주었다고 말한다. “나를 업고 다니는 창욱이가 실시간으로 볼이 패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좀 내려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니 극 중 현희가 한 말은 진짜 김신록의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같은 심정이었던 거다. 나중에 현희가 마침내 받아들이고 포기하게 되는 것들도 그래서 이해가 됐다.” 실제로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첫 상영 당시, 남매의 이야기를 보고 눈물을 훔치는 해외 관객들이 있었다. 감정의 보편성이 국경을 넘은 것이다. 그러니까 현희가 은유하는 것들, 가령 신체적 약자로서 인간 집단에서 낙오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강단은 모두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기에 충분했다. 이 눈물을 두고 김신록은 현희가 경험한 인간의 선의를 말했다. “<군체>의 모든 이들은 취약성을 갖고 있다. 일진 학생은 성격적인 취약성으로 생존이 어렵고, 권세정(전지현)은 의협심이 도리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현석은 관계적 취약성을, 현희는 신체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 이때 현희는 장애인으로서 문명의 이기와 인간 사회의 선의를 진실로 경험해본 인물이다. 그 선의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에 남들에게도 온정을 베푼다. 그 의미를 모르는 현석은 현희를 말리고. 그때 두 사람의 세계관 붕괴가 일어난다. 사람을 믿는 것과 경계하는 것. 무엇이 진짜 인간적일까. 우리 남매가 건네는 윤리적 질문이다.”(김신록)
현희의 결단 이후 현석은 완전히 변해버린다. 모든 것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살아남게 하려던 그는 파괴적이고 파멸적인 결말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간다. 단도 하나만으로 인간과 좀비, 양쪽과 싸움을 벌이는 그는 길고 장대한 원테이크 신을 맞이한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원테이크 신이 생길 줄 몰랐다. (웃음)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일에 무술팀과 합을 맞추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든 동작을 외우는 데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은 기억이 난다. 전투가 끝나고 현석의 얼굴 위로 핏줄기가 세로로 튀는 장면이 있는데 한번에 가기 위해서 눈을 감지 않으려 애를 많이 썼다. <군체>의 많은 장면은 여러 테이크를 갈 수 없었기에 순간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었다.”(지창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