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액터 이혜리에게 관심이 생겨 무주산골영화제로 향한다면, 올해 영화제의 다종다양한 셀렉션에도 주목해보자. <씨네21>이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을 엄선해보았다. 보다 자세한 영화 상영 및 공연 정보는 무주산골영화제의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요아킴 트리에르, 변성현, 손구용
무주산골영화제는 그해 가장 주목해야 할 국내외 감독의 세계를 종횡으로 망라한다. ‘동시대 시네아스트’는 현재 월드시네마의 흐름을 조망하는 영화제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브라질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이탈리아의 알리체 로르바케르 등 여러 국가를 오간 ‘동시대 시네아스트’가 이번엔 노르웨이로 향한다. 올해의 ‘동시대 시네아스트’는 <센티멘탈 밸류>로 칸영화제와 오스카를 석권한 요아킴 트리에르다. 그가 영국 국립영화학교에서 수학하는 동안 만든 단편영화 3편(<피에타> <스틸> <프록터>)은 물론 ‘오슬로 3부작’으로 묶이는 <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 31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최신작 <센티멘탈 밸류>가 무주를 수놓는다. 특히 <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 31일>은 국내에서 일반 극장 개봉을 한 적 없는 작품이다. 트리에르가 수십년간 영화를 통해 연구한 도시 속의 고립, 개인의 유동적 정체성과 같은 키워드를 극장에서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제 기간 중엔 그의 세계를 다룬 비평서 <기억과 실존의 시네아스트 요아킴 트리에>가 발간된다. 무주산골영화제는 한국영화의 동시대적 흐름을 조망하고, 현재 한국영화를 이끄는 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소개하기 위해 ‘디렉터즈 포커스’와 ‘넥스트 시네아스트’를 구분해 운영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한명의 한국 감독을 집중 조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디렉터즈 포커스’가 자신만의 연출 언어로 뚜렷한 성취를 이룬 감독을 탐구한다면, ‘넥스트 시네아스트’는 과감한 시도로 한국 영화미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신진감독을 발굴하는 데주력한다. ‘디렉터즈 포커스’는 변성현 감독을 비춘다. 연기와 실제,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묻는두 단편 <무비스타 한재호씨의 메쏘드 연기>와 <리얼>, 장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킹메이커>가 상영된다. 또 신작 <굿뉴스>를 주제로 주연배우 홍경과 변성현 감독이 함께하는 야외 토크가 열린다. 이에 맞물어 영화 계간지 <프리즘오브>와 협업한 인터뷰집 <디렉터즈 포커스 특별호: 변성현>이 출간된다. 책 속엔 변성현 단독 인터뷰와 감독론은 물론, 설경구, 전도연 등 동료 배우들과 그가 나눈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넥스트 시네아스트’는 영화, 사진, 텍스트를 가로지르며 자기만의 영토를 개척 중인 손구용 감독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무주상상반디숲 지하 전시상영관에서 그의 모든 장 · 단편이 매일 루핑 상영되며, 창작자와 비평가가 함께하는 라운드 테이블도 두 차례 개최된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상 수상자인 뮤지션 키라라가 참여하는 무성영화 <밤 산책> 라이브 연주 상영도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상영 후에는 김병규 영화평론가가 모더레이터로 나서는 ‘토킹시네마’가 이어진다. 더불어 전시상영관 로비에서는 손 감독의 예술적 기원이자 최근 재개한 사진 작업물 전시를 만나볼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각예술 및 문자 기반 창작자들의 작업 공간이자 정기적, 지속적 상영회와 워크숍을 개최하는 공간 ‘소리그림’과 공동 기획으로 꾸려진다.
메아리치는 시네마
‘산골’에서 울고 웃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는 최신 국내외 영화 상영과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중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는 단연 무주산골영화제의 정수다. 올해는 싱어송라이터 겸 피아니스트인 전진희가 버스터 키턴의 <일곱 번의 기회>에, 키라라가 해럴드 로이드의 대표작 <신입생>에 발맞춰 음악을 더한다.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의 단골손님인 밴드 뮤즈그레인은 찰리 채플린이 만든 두편의 단편, <이민자>와 <이지 스트리트>를 도맡는다. 영화제의 개막작 또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한다. 김종관 감독의 최신작 <흐린 창문 너머의 누군가>(2025)에 이태훈 음악감독의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복합영화공연, <흐린 창문 너머의 누군가: 라이브>를 챙겨두자. 영화의 시작과 끝, 그리고 세개의 에피소드 사이에 특별 영상과 라이브 연주가 더해지며 김종관 감독이 총연출을 맡는다. 해발 700m 덕유산국립공원 중턱에 위치한 ‘덕유산 숲속 극장’에서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시라트> <여행과 나날> 등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모두 받은 작품은 물론 벨러 터르와 아그네시 흐러니츠키가 공동 연출한 <토리노의 말>이 35mm 필름으로 특별 상영된다.
나무 아래서 음악을
자연특별시를 표방하는 무주에서 극장 안에만 앉아 있는건 직무 유기가 아닐까. 다양한 음악 공연과 야외 토크가 무주등나무운동장 등나무스테이지에서 매일 꽃피운다. 6월5일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인 최유리, 싱어송라이터 글(GLL), <모든 날, 모든 순간> <너를 만나> 등으로 유명한 폴 킴이 무대에 오른다. 6일엔 라이징 밴드 지소쿠리클럽과 <너에게 닿기를>로 또 한번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십센치가, 7일엔 밴드 너드커넥션과 볼빨간사춘기가 음악으로 관객을 열광케 한다. 야외 토크 역시 매일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디렉터즈 포커스: 변성현 with 홍경’ 외에도 넥스트 액터 이혜리가 백은하배우연구소의 백은하 소장과 자신의 작품과 연기관을 논한다.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넘어 각종 영화제에서도 웃음 만발의 영화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는 원소윤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장르없음’으로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좀더 밖으로 나가봐도 좋겠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라면 야외 어린이 전용관 ‘키즈스테이지’를 놓쳐서는 안된다. 야외 영화 상영과 공연, 키즈마켓, 키즈 워크룸, 야외 놀이터 등이 최북미술관 일대에서 사흘간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