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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흔들리는 파도만이 바다의 성장을 기억한다 -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김수훈 감독

2년 전 여름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은 <사랑의 하츄핑>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귀염둥이 친구들의 반란. <마당을 나온 암탉>(222만명) 이후 13년 만에 국내 애니메이션이 관객수 100만명을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독특하고도 명료한 세계관, 1020세대의 밈 문화를 달구는 셀링포인트, 하이퀄리티의 O.S.T, 보편적 공감에 명중한 서사까지 키즈 콘텐츠는 더이상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 또 다른 모험을 앞둔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이하 <고래보석의 전설>)이 관객을 찾는다. 스토리, 캐릭터 세팅, 음악, 3D애니메이션, 미술 등 모든 항목이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물결부터 해안 수평선 위로 그늘진 그림자까지 모든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우리의 기분 좋은 서머 어드벤처가 펼쳐진다. “그럼 또 같이 떠나볼까? 츄!”

- 트릴로지 3부작으로 구성된 <사랑의 하츄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 <사랑의 하츄핑>이 솔메이트를 찾고 싶은 로미가 하츄핑을 발견한 우정담을 다룬다면 이번 <고래보석의 전설>은 로미와 엄마의 갈등을 다룬다. 관계라는 키워드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금, 모녀 사이의 문제로 확장한 이유는.

<사랑의 하츄핑> 시리즈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형태의 사랑을 다룰지 가장 고민이 컸다. 그중 가장 크고 순수하면서도 보편성을 지닌 엄마의 사랑을 선택했다. 공간적 배경이 바다인 이유도 바다가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기 고래와 엄마 고래의 모습 또한 모성애를 은유하고. 무엇보다 모녀 관계가 지닌 특수성이 무척 신기하고 독특한 것 같다. 가까이 있기에 가장 이해하면서도 가장 미워하기도 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속으로는 서로를 계속 생각하고. 특히 딸의 반항심이 커지는 사춘기를 기점으로 많은 다툼이 일어난다. 따라서 <고래보석의 전설>은 정확히 엄마의 이야기라기보다, 로미가 엄마를 이해해나가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 로미가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 그 장면을 보는 어머니 관객들도 자신이 이해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 어른 관객과 아동 관객을 한번에 아우른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스토리 관점에서 아이들에겐 현재진행형 고민이지만 그것을 이미 통과한 어른들에겐 사소한 문제처럼 비칠 수 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가족영화가 그래서 어렵다. 이 미션에 성공한 디즈니나 드림웍스 같은 메이저 회사 말고는 누구나 힘들어한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계속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서사는 어른들 수준에서도 유치하지 않아야 한다. 고유의 메시지도 지녀야 하고. 그렇기에 소재를 너무 크게 잡으면 안된다. 거대한 걸 잡을수록 난해해진다. 그보다는 작고 정확한 소재로 폭을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가족영화가 가족간의 사랑, 이해를 다루는 이유도 그것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가장 공감하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언뜻 전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다. 한국은 가족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보는 문화가 정착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세대에만 해도 가부장적 환경 속에서 어른들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당연했다. 이념과 가치관이 빠르게 안착한 사회일수록 그 주제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가족에 관해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럴 거라면 어른들의 눈높이보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시작하는 게 바람직할 거라고 판단했다.

- 전편에서는 하츄핑과 로미 2인 구도에 집중했다면 <고래보석의 전설>에서는 해적단까지 등장하며 로미가 만나야 하는 인물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졌다. 바다 소년 카이트가 또래 세대라면 아히죠 해적단은 어른들로서 존재한다. 로미의 관계망을 넓힌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는 서사적 재미를 위한 것이었다. 바다에 가면 망망대해에서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해적이다.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소재로서 떠올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로미가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른의 도움을 받길 바랐다. 어른의 시각에서 아히죠는 계속 조언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라,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좌절시키는 게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직면하도록 돕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적이 되기를 선택한 여성 선장이기 때문에 로미와 로미의 엄마 모두에게 공감하여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과정은 우리의 삶과 굉장히 맞닿아 있다. 우리는 어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주변 어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느끼면서 삶이 구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의 고난을 극복하는 건 로미 스스로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성장을 이루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을 딛고 스스로 깨달아 혼자 해결해 나갈 때다.

- 기술적 디테일도 눈에 띈다. 카이트의 잠수함 위에서 바닷바람을 쐴 때 로미의 머리칼이 흩날린다. 그리고 그 옆 티니핑의 귀도 살랑살랑 나부낀다. 머리카락이야 그렇다 쳐도 티니핑의 귀는 가만히 있어도 아무도 몰랐을 텐데.

우리 회사도 벌써 애니메이션을 25년 넘게 만들어왔으니 기술적 어려움은 거의 없다. 다만 모두 시간과 예산의 문제다. 아동애니메이션이 유치해 보이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중 하나가 이러한 디테일이다. 성인 관객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시각적 즐거움이 필수이기 때문에 시각적 만족을 채우지 못하면 관객에게 스토리를 이해시키는 데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캐릭터의 눈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 사람들이 대화할 때 눈을 바라보는 것처럼 캐릭터를 볼 때에도 자동으로 눈을 가장 먼저 본다. 시선 처리나 눈동자의 방향이 미묘하게 이상하면 사람들은 그 부족함을 알아차린다.

- <고래보석의 전설>에서는 모래 빼고 거의 모든 물성이 표현된다. 물, 파도(물방울), 얼음, 별(빛), 구름(수증기)까지. 1편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구현하려 공력을 들였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를 많이 했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다. 특히 바다 표면 위로 물이 튀는 장면들을 렌더링하는 게 워낙 오래 걸려서 어렵다. 기술적 어려움이라기보다는 모두 예산과 시간과의 싸움이다. 물 표면이 오브젝트와 부딪히거나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가장 어려웠다. 또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은하수. 구름을 표현하는 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브젝트가 아니라서. 그리고 별을 하나하나 심어서 유성이 어느 부분에서 떨어지게 할지 모두 다르게 설정했다. 특히 그 장면은 로미의 꿈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 환상적 이미지가 중요해 많은 힘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