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티니핑> 제작사 SAMG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기준 매출 약 1412억원, 영업이익 약 22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도인 2024년의 영업손실(61억원)과 비교하면 회복 수준을 넘어 안정적 수익 구조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적 향상의 근거로 많은 이들은 2024년 8월 개봉한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을 꼽는다. 메인 타깃인 유아동뿐만 아니라 2030세대의 관심까지 포섭하며 대중문화의 재편을 이뤘다는 평이다. 실제로 2026년 초에 오픈한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더 티니핑 성수’ 방문객 중 20대 비중은 20.6%로 집계된다. 이제 키즈 콘텐츠는 유치한 것이라고 여기던 어른들의 보편적 선입견마저 벙찐 채 새로운 시선으로 업데이트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캐치! 티니핑>의 무엇이 관심의 지평을 넓혔을까. 티니핑은 어떻게 어린이부터 (심지어 미혼의) 성인까지 끌어안을 수 있었을까. <캐치! 티니핑>을 통해 흥행 공식을 돌아본다.
01. 보호자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 수집 IP의 확장 가능성
아동애니메이션 산업은 완구 시장과 긴밀하게 이어진다. 완구·문구로 제작되어야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캐릭터 IP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던 중 SAMG엔터테인먼트의 김수훈 대표는 전과 달라진 소비 패턴을 발견한다. 이전에는 한 아이에게 분기별로 한두 가지 장난감을 사주는 데 그치는 분위기였다면, 출생률이 줄어들면서 1인 아동에게 여러 상품을 선물하는 것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함께 상승세를 보인 것이 바로 컬렉팅 IP다. 일본의 <포켓몬스터>, 미국의 마블 코믹스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하나의 세계관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계속해 개발되는 작품을 말한다. 이러한 취향과 선호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안착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은, 특히 유아동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점을 적용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캐치! 티니핑>은 수집 IP의 로직을 활용했고 에피소드별로, 시즌별로 새로운 티니핑을 무한증식하며 어른들을 ‘파산핑’에 이르게 했다. 여기까지가 SAMG엔터테인먼트의 전략에 해당한다면 진짜 ‘바이럴’은 무한한 티니핑을 진짜로 외우는 어린이들과 그 차이를 식별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차이로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세모·네모·동그라미 같은 도형 원리는 어려워하지만 샤샤핑, 오로라핑, 발레핑은 척척 맞히는 어린이 에피소드나 티니핑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베란다로 쫓겨난 아버지 썰 같은 게 티니핑 세계관을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2030을 타깃으로 한 이벤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러키드로와 랜덤 포카 문화에 친숙한 이들을 겨냥한 듯 172종 한정 포토카드 발매는 레어, 애니메이션 레어, 슈퍼 레어, 울트라 레어, 시크릿 레어 등 단계적으로 차등을 주어 이 모든 것을 제 돈으로 도장깨기할 수 있는 ‘어른 오타쿠’들의 민심을 자극했다.
02. 사이드킥이 주인공인 세계관 - 캐릭터디자인
마법소녀물을 보면 대부분의 주인공 소녀는 소위 ‘어깨 천사’. ‘어깨 요정’이라 불리는 사이드킥(sidekick)을 달고 다닌다(<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루나,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의 통통 같은 캐릭터들). 하지만 <캐치! 티니핑>은 기존 문법을 깨고 이들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마법 공주 로미는 어린이들이 자신을 대입시킬 인물로, 모든 티니핑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은연중 자극한다. 티니핑들의 캐릭터디자인은 굵은 줄기에서 볼 때 크게 다를 것 없지만 각기 맡은 소재에 따라서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 SAMG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놀랍게도 ‘단순함’이다. 사람들은 복잡하고 많은 메시지가 가미된 것을 생각보다 힘들어한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직관적이고 단순한 변형 가능성이 주어지면 금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야근을 마친 날 ‘피곤핑’, 과식한 날 ‘폭식핑’과 같은 자조적인 농담으로 전환되어 우리 일상 곳곳에 티니핑이 있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03. 극장판으로 작품성, 서사 확장성 얻기 - 롱폼으로의 방향 전환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과 TV시리즈 <캐치! 티니핑>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완전히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TV시리즈는 시즌별로 새로운 티니핑을 소개하는 구조였다면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하나의 티니핑에 완전히 집중했다. 즉 수집형 캐릭터 IP가 기존 방식과 달리 한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 극장판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사실 상대적으로 쉬운 건 TV시리즈를 지속하는 것이다. TV시리즈는 작은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저예산으로도 제작할 수 있고, 퀄리티 컨트롤의 기준점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영상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고 있는 와중, 게다가 <캐치! 티니핑>의 메인 타깃층에게 90여분의 러닝타임은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SAMG엔터테인먼트는 극장판을 택했다. 그 이유는 가족 중심의 콘텐츠를 지향하는 회사 자체의 철학을 따르는 동시에 <캐치! 티니핑>이 한편의 영화로 나올 법한, 깊이(depth) 있는 서사가 충분히 가능한 IP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귀여운 티니핑들이 무한 창조되는 것이 양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극장판으로의 전환은 질적 가능성을 내재한다. 산업 내에는 <캐치! 티니핑>으로 출발한 극장판 또한 비즈니스적 유연성이 커서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사랑의 하츄핑> 이후에도 새로운 티니핑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프리퀄이나 시퀄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04. 유아동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완하는 법 - 시네마틱 경험이 된 음악
<사랑의 하츄핑> 극장판이 흥행 가도에 오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O.S.T <처음 본 순간>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사랑의 하츄핑>이 음악을 내세운 이유도 명료하다. 일반 극영화는 지나가는 흐름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만 로미와 하츄핑의 구도에서는 디테일한 감정선을 단번에 조형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첫눈에 하츄핑을 알아본 로미의 흔들리는 마음과 설렘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음악이다. 서사와 함의적 감정을 드러내는 예술적 창구.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에도 서사를 뒷받침하는 뮤지컬 모멘텀이 크게 세번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김수훈 감독은 나노 단위로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엄마와의 갈등을 겪은 뒤 노래하는 에서는 초창기 버전이 굉장히 발랄했다. 그래서 엄마와 싸운 뒤 우울한 감수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디렉션을 주었다. 바다 소년 카이트와 듀엣으로 부르는 <눈을 떠봐>에서는 바다라는 존재가 시련이 많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바다에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도 있다는 사실이 전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백지영과 정지소의 듀엣곡인 <처음이라서>는 엄마와 딸이 함께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길 바랐다. 가사 전달이 가장 중요한 정점의 곡이기 때문에 완전히 정통 발라드 느낌으로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