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일본에서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2024년 12월7일, 도쿄와 요코하마, 오사카의 4개관에서 개봉한 뒤 포레포레 히가시나카노 극장에서 55회 연속 매진, 미니시어터 랭킹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개봉 45일 만에 41개관 6만5792명, 흥행수입 1억엔을 돌파했다. 상영 요청이 거듭되자 4개관에서 전국 100개관 이상으로 극장 수가 크게 늘었다.
배급을 담당한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는 ‘한일 영화관의 여행’을 테마로 한 커뮤니티시네마 페스티벌을 통해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소식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페스티벌을 준비할 때 일본 미니시어터 담당자들과 다양한 교류가 오갔다. 당시 미니시어터 최고 화제작이 뭐냐고 물으니 다큐멘터리 2편을 꼽아주었고 그중 하나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였다.”(주희) 엣나인필름의 해외 담당자가 일본 출장길에 올랐을 때, 들르는 미니시어터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포스터가 걸려 있음을 전해 듣긴 했으나 주희 이사가 수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이다. “20년간 가족을 촬영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다큐멘터리스트로서의 윤리까지 거론됐지만 그걸 감안하고 감독님이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겠다고 결심한 것이지 않나. 조심스럽지만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여의치 않으면 아트나인 단독 개봉이라도 할 요량으로 수면 위에 올려보기로 결정했다.”(주희)
마케팅 문구를 하나하나 살피는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엣나인필름은 세 가지 배급 마케팅 원칙을 세웠다. “이 작품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으로 소비되지 않게 할 것, 영화를 관람한 뒤로 조현병에 관한 오해와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 관객이 이 질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담론 형성의 장을 만들 것. 예고편, 홍보용 게시물 등에도 영화의 일부만 활용했고 GV에 정신과 전문의를 모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주희) 지난 3월 치러진 ‘2026 재팬무비페스티벌: 로그인 일본 인디시네마’ 상영작 중 사전 예매로 매진된 작품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유일했다. 관심도를 일찌감치 체감했으나 “개봉 이후 이렇게까지 반향이 클 줄은 몰랐다”고 주희 이사는 설명한다.
소재의 충격, 기록의 희소성
시간차를 두고 개봉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흥행 양상은 유사했다. 양국 모두 작품을 향한 초기 관심도가 높았다. 재팬무비페스티벌의 관객 후기 덕에 개봉일인 7월29일, 아트나인과 더숲아트시네마, 씨네큐브광화문, 아트하우스 모모, 오오극장 등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매진 사례를 이뤘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내한 GV 또한 전석이 채워졌다. 개봉 첫주 매진 행렬이 주목도를 높이고 새 관객을 불러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택한 관객들은 “X에서 바이럴되는 걸 보고 궁금해졌”(관객 A)다거나 “영화 내용보다도 ‘슬펐다’, ‘안타까웠다’와 같은 감상 위주로 후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관객 B)고 전한다. 한일 개봉 초반의 주요 관객은 20대 젊은 여성들이었고 이들의 반응이 적극적인 입소문으로 확장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상영 때마다 젊은 관객이 느는 걸 체감했다”(<모토마치영화관 이야기> 대담)는 고베 모토마치영화관을 위시한 일본 미니시어터 사례와 겹치는 지점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OTT, VOD 등의 부가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아 극장 외엔 영화를 볼 방법이 없다는 점도 모객 요소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 큰 흥미가 없고 공개된 시놉시스만으론 꼭 봐야 할 영화라 생각하지 않”았던 관객도 “추후 OTT 등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고 실관람평도 좋아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관객 C)고 말한다.
물론 배급 전략과 입소문에만 기댄 작품은 아니다. 정신질환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넓은 잠재 관객층과 연결되어 있었다. “흥행 후 후지노 감독이 극장 사인회에서 관객들과 이야기해보니 30% 정도가 정신질환 당사자 또는 그 가족”(<문춘 온라인>)이었다.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관객, 가령 “조모가 치매와 조현병을 동시에 앓아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한”(관객 A) 것을 지켜본 한국 관객도 “얼마나 힘든 병인지 알기에 극 중 상황이 익숙하고 안타까웠고”(관객 A), “누나가 약을 빨리 복용했다면 상황이 나았을 것이란 생각에 속상했다”(관객 D)고 후기를 전했다. 그 밖에도 관객들은 가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각자 상황에 따라 후지노 감독의 가족에게 공감했다. “감독 내한 GV 때 객석에서 각자의 힘듦을 성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벌새> GV가 연상될 정도였다. 40~50대 관객들은 본인 이야기와 더불어 부모 돌봄, 치매,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가족구성원의 상황을 전하곤 했다.”(주희)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영화의 질문은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관한 질문을 던”(<All About>) 진다. “부모 입장에선 딸의 병을 받아들이고 병원에 데려간다는 답을 내릴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남동생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책임지고 싶은 마음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모두 드는 것이 가족임을 알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이 내게도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다.”(관객 C) 그 밖에도 영화를 관람한 뒤에도 “어떻게 해야 했을지 계속 되뇌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관객 B)는 관객들의 유사한 후기가 이어졌다.
후지노 감독은 “일본에 우리 가족과 비슷한 선택을 한 가정이 더 있을 수도, 앞으로 이런 상황을 겪게 될 가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영상을 하나의 실패 사례로 공개하기로 했다”(<씨네21> 1567호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인터뷰)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개봉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소재의 충격과 20년의 기록이라는 희소성, 정신질환에 국한하지 않은 가족관계에서의 동질감, 용납 불가 지점을 발견한 후기들이 다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개봉 2주차를 넘어선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 “가족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이해와 수용”(<씨네21> 1567호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인터뷰)으로까지 점차 논의가 확장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