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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려함 그늘 뒤의 배우를 연기하다 - <비광> 배우 하지원

남미의 삶이 안정을 찾아갈 즈음 남편 중구(류승룡)에게 숨겨진 딸이 찾아온다. 얼마 전 가정을 꾸린 배우와 야구선수, 그들의 딸 동주(김시아)를 둘러싼 대중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8년이 지난 후에도 남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방송가의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며 남미는 고비를 넘긴다. 올해 초 방영한 <클라이맥스>에 이어 <비광>에서도 하지원은 ‘연기자’를 연기한다. <클라이맥스>의 상아가 성공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인물이라면 <비광>의 남미는 고갈된 상황에서도 배우의 꿈을 품고 지내는 사람이다. 그간 배우 하지원의 강점이었던 곧고 강한 에너지는 <비광>에서 처절하고 초연하게 변모한다. 30여년에 가까운 베테랑의 변신을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

- 많은 이들이 남미에게서 하지원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것이다. 배우 본인도 변화를 바라며 <비광>에 합류했는지.

나라는 존재,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 관해 고민이 많을 시점에 <비광> 시나리오를 받았다. 남미라는 캐릭터도 배우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배우 하지원으로서 해온 고민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동안 캐릭터성이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주로 해왔는데 현실에 발붙인 남미를 마주하니 흥미로웠다. 이 인물과 세계에 온전히 녹아들고 싶었고 이지원 감독님과도 꼭 작업해보고 싶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남미도 배우이지만 성정이 훨씬 거칠고 성공과 실패의 굴곡이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다.

남미의 골드 드레스도 하지원이라면 입지 않았을 의상이다. (웃음) 캐릭터를 구축할 때 외형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지원 감독님과 의견이 잘 맞았다. 종종 내가 직접 시안을 만들어 제작진에 제안하기도 하지만 감독님이 워낙 꼼꼼히 준비하셔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8년 후 시점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머리를 탈색해 상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 남미의 날카로운 말투, 욕이 튀어나올 때의 높은 텐션 등도 철저하게 연구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살던 배우가 추락했을 때 느껴지는 차이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감독님과 여러 차례 의견을 맞췄다.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시간 동안에도 남미는 엄청나게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남미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그래서 현재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됐을 거라 생각했다.

- 남미랑 중구의 관계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두 사람이 재회했을 때 여전히 애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남미는 중구와 알콩달콩 사랑하는 사이였다기보다 가족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중구와 헤어졌지만 남미는 가족의 따뜻함을 계속 그리워했을 것이다. 중구의 엄마 기식(김해숙)이나 누나 지숙(김선영)과 꾸준히 연락하고 그들도 남미를 잘 챙겨주지 않나. 다른 것보다도 8년 후 중구와 재회했을 때의 연기가 어려웠다. 불쑥 찾아온 동주를 데리고 중구에게 갔을 때 남미의 얼굴엔 약간의 익숙함, 낯섦, 망설임과 같은 감정이 담긴다. 그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동주의 거처를 두고 남미와 중구가 언쟁을 벌일 때다. 둘 다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했다.

그 신이 정말 중요해서 감독님, 류승룡 배우와 촬영 전에 리딩도 몇 차례 하고 리허설도 진행했다. 말 그대로 남미의 짐승 같은 날것의 에너지가 터져나와야 했다. 톤이 달라지지 않고 한번에 쭉 이어져야 하는 신이라 촬영을 마치니 거의 탈진하게 되더라. 그래도 최선을 다해 촬영한 장면이다.

- 반면 지숙과 술집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선 서글픈 감정과 진솔한 대화가 오간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무척 좋았다. 술에 취한 지숙이 남미 머리카락이 푸석하다며 끝에 마요네즈를 발라준다거나 입에 과일을 넣어주는 장면들은 전부 애드리브다. 합이 잘 맞아서 “언니, 나중에 우리 또 같이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 한창 배우로서 고민이 많을 때 임한 작품이라고. 촬영을 마친 후 어땠나.

아직도 고민하고 질문하는 과정 안에 있다. 나라는 사람과 배우라는 일에 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여전히 연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광>은 모처럼 내가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임했던 영화다. 그만큼 소중하고 애정이 간다.

- <클라이맥스>의 상아 역시 배우이지만 남미와 또 다른 결의 인물인데.

<클라이맥스>가 먼저 공개되긴 했는데 촬영 순서는 <비광>이 먼저였다. 남미와 상아 모두 화려한 삶을 사는 배우다. 남미가 추락을 겪고 힘들게 버티는 캐릭터라면 상아는 생존을 위한 욕망을 발산하는 인물에 가깝다. 그런 다름을 표현하는 재미가 있었다. <클라이맥스>가 큰 사랑을 받아 요즘 중국, 일본 등에서 팬미팅을 갖고 유튜브 <26학번 지원이요>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차기작 시나리오들을 보면서 다음 작품도 차근히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