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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 극장에서 보고 싶은 추억의 애니메이션 극장판 6편

최근엔 애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이 스크린에 걸리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지만, 한때 브라운관이나 해적판으로만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본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구가하는 게 극장판이라지만 아쉽게도 극장에 가닿지 못했다. 그 언젠가 최초 개봉을 꿈꾸는 6편을 사심 가득 골라보았다.

<극장판 환상마전 최유기-선택받은 자를 위한 진혼가>

감독 이케다 시게루 제작연도 2001년

<최유기>의 매력은 단언컨대 현장 삼장,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팀워크에 있다. 천축국으로 향하던 네 사람은 거대한 괴조에게 쫓기던 소녀 붕란을 구하고, 그의 초대를 받아 숲속 마을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 만남은 삼장에게 원한을 품은 도안이 꾸민 함정이었다. 서유기라는 문화적 원형을 빌리면서도 미네쿠라 가즈야 특유의 퇴폐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디자인을 입힌 <최유기>는 2000년대 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퇴폐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무엇보다 TV판과 같은 성우진이 다시 네 사람을 연기한다는 점도 좋다. 한때 TV 앞에서 이들의 여정을 따라갔던 사람이라면 모두 이곳으로! 얼렁뚱땅 모험 속에서도 교훈을 남긴 삼장의 말을 덧붙이며. “모두들 ‘누군가를 위해’라고 떠들어대지만 누구나 자기를 위해서만 살고 죽는 거야.” /이자연

<강철의 연금술사 -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

감독 미즈시마 세이지 제작연도 2005년

소년만화의 왕도 그리고 정점! <강철의 연금술사>가 얼마 전 국내 OTT에서 정식 유통되기 시작했다. 지금이 바로 <강철의 연금술사 -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를 극장에서 봐야 할 때다. 이곳은 연금술이 존재하는 세계다. 에드워드 엘릭과 알폰스 엘릭 형제는 연금술로 어머니를 되살리려다가 자신들의 몸을 잃는다. 형제는 몸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강철의 연금술사 의 TV애니메이션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TV용으로 제작된 (2003)이고 하나는 원작 만화를 그대로 옮긴<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2009)다. <강철의 연금술사: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뒷이야기를 그린 극장판이다. 연금술의 법칙과 현대 과학기술 사이의 혼란을 전 인류적 문제로 다루며 우리가 지나온 폭력의 역사를 응시한다. /이우빈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감독 고다마 겐지 제작연도 2001년

<명탐정 코난> 극장판 인기투표에서도 <베이커가의 망령>과 함께 1, 2위권을 다투며 팬덤 내에서 인기 많은 극장판이다. 극장판 5기인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추리와 액션의 균형에 있다. 현실 속 방탈출 게임을 연상시키듯 초고층빌딩 곳곳에 놓인 단서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이 공간을 그대로 이어받아 긴박한 탈출극으로 자유롭게 변주한다. 특히 컨셉상 수직 구도가 계속해 반복되는, 높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시간에 쫓기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작은 화면보다 극장에서 볼 때 훨씬 큰 쾌감을 맛볼 수 있다. <명탐정 코난> 초기 극장판들의 최초 개봉이 이어지는 흐름을 타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도 만날 수 있길. 도일, 미란, 장미…. 로컬 이름들을 그대로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자연

<바람의 검심: 추억편>

감독 후루하시 가즈히로 제작연도 1999년

흉터를 가진 사무라이는 늘 조심해야 한다. 그들에겐 언제나 아주 깊은 과거가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속 주인공 히무라 켄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무라이 시대가 끝나고 메이지유신이 시작될 무렵, 켄신은 최상급의 검술 ‘비천어검류’를 계승하여 사무라이 ‘발도제’로 이름을 떨친다. 차갑디차갑던 그는 미상의 여인 토모에를 만나 평범한 사람의 하루를 보내려 하지만…. <바람의 검심>은 일본에서 단연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힐 만큼의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눈과 피의 대비, 검의 마찰, 극복할 수 없는 과거, 닿을 수 없는 순애까지 작품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4부작 OVA와 그것을 편집한 감독판이 있다. 둘 중 무엇이라도 극장에서 꼭 다시 보고 싶다. 매혹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우빈

<흙꼭두장군>

감독 김성칠 제작연도 1991년

이런 애니메이션이 존재했었다는 사실부터 설명해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레트로 작품이다. <흙꼭두장군>은 김병규 작가의 동화 <까만 수레를 탄 흙꼭두장군>을 원작으로 1991년 MBC가 제작한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소년 빈수는 목화밭에서 발견된 왕릉에서 2012년의 시간을 견뎌온 흙꼭두장군을 만나고, 두 사람은 왕릉을 노리는 도굴꾼에 맞서 모험을 시작한다. 선하고 차분한 스토리라인이 인상적이지만 이 작품은 오직 어린이를 위한 모험담에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왕릉과 흙인형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통해 역사와 유물, 시간의 의미를 정의하고, 흙으로 빚어진 존재와 소년의 깊은 우정은 많은 이를 울리기까지 했다. 사실 극장판보다는 TV전용으로 제작됐지만,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처럼 현대에 맞게 재구성되면 좋겠다. /이자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

감독 하라 게이이치 제작연도 2001년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TV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9번째 극장판이다. 어느 날 20세기 박물관이 들어서고 짱구의 부모님 세대는 이곳에 푹 빠져든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기에 이 세대의 어른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그 애정이 정도를 지나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방치하기에 이르고 만다. 노스탤지어의 마력을 둘러싸고 두 세대가 격돌한다. 황금시대란 언제나 과거에 있다. 실제론 그렇지 않았더라도 추억이 보완하는 과거의 아름다움이란 쉬이 거부할 수 없는 존재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은 그러한 향수의 문제를 너무나도 즐겁게, 너무나도 슬프게 그린 역작이다. 언젠가 이 작품의 감동을 극장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우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