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이창동의 영화는 언제나 그 거리에서 시작했다. 세상을 근심하는 거장은 에 이르러 바야흐로 그 거리를 건너는 일이 가능한지 묻는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부부를 마주 세운다. 한쪽에는 구조조정과 파업 진압의 기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고통을 기록하려는 카메라가 있다. 누군가의 상처가 기록할 대상이 되고 누군가의 삶이 탐나는 풍경으로 다가오는 그 모든 시간, 이창동의 카메라는 계급의 격차와 노동의 구조적 모순을 응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의 윤리를 되묻는다.
한마디로 이창동은 더 깊어졌고 더 맑아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간의 고뇌, 원죄를 파고드는 깊이는 더해졌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조심스럽게 정제됐다. 세상을 향한 근심과 인간을 향한 믿음, 그럼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잔잔하게 겹치는 이 영화가 마침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의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수상 무대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의 빼어난 연출력 만큼이나 그의 꾸준한 근심을 믿는다. 수상이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24년 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안겼던 영화제가 다시 건넨 은사자상은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베니스에서 보내온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 배우의 자세한 인터뷰를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한 인터뷰는 이 진심 어린 영화의 첫 번째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에 맞춰 추석 합본호의 표지도 이창동 감독의 수상 사진으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가. 그 불가능한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은 여전히 가능한가. 어쩌면 사랑은 거리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간격을 끝내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씨네21>이 끝까지 곁에서 바라본 영화와 피사체와 창작자 사이의 거리를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 리뷰와 이창동 감독, 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