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TEO) 콘텐츠 스튜디오와 워터홀컴퍼니의 두 번째 배급작은 데이비드 라워리 감독의 <마더 메리>다. 애증으로 얽힌 스타와 의상디자이너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두 인물 중 누구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작품이다. <마더 메리>에 앞서 테오와 워터홀컴퍼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더 드라마>를 시작으로 영화 배급과 마케팅 등에서 협업에 나섰다. 관람이 끝난 뒤에도 여러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함께 그려나갈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 <마더 메리>를 소개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김태호 테오 콘텐츠 스튜디오 대표와 주현 워터홀컴퍼니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 <마더 메리>에 앞서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더 드라마>를 공동 배급한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테오가 영화 수입을 시작한 이유, 두 회사가 협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태호 얼마 전 테오의 콘텐츠에 관해 다시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엔 한 작품이 시청률 30%를 거뜬히 넘어서곤 했지만 지금은 동시간대 시청률을 전부 합쳐도 3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 시대에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수십명이 매달리고 있는데, 스스로 크리에이터라 부르면서도 우리가 노동의 영역을 너무 작게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테오의 콘텐츠를 예능프로그램에 국한하지 말자고 결정하고 시청자에게 무엇을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워터홀컴퍼니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다.
주현 지난해 30주년을 맞이한 <러브레터>를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처럼 세로 자막을 사용했더니 관객들이 다양한 피드백을 주더라.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 낯설어진 세대에게 이런 경험도 가능하다는 걸 전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때 김태호 대표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우리의 취향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테오와 협업한다면 내가 고민하던 새로운 관객층을 극장으로 불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 데이비드 라워리 감독의 영화는 개성은 뚜렷하지만 대중적이진 않다. 배급사로서 <마더 메리>의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나.
주현 <마더 메리>는 데이비드 라워리 감독의 가장 대중적인 프로젝트다. 전작처럼 강렬한 비주얼은 유지하되 스토리텔링과 메시지를 더했다. 앤 해서웨이라는 슈퍼스타가 가상의 팝스타를 연기한다는 도전적인 선택, 찰리 XCX와의 음악 작업 등을 고려하면 테오와 함께 배급하기에 이상적인 작품이라 여겼다.
김태호 개인적으로는 스타와 스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친근했다.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실제 아티스트와 주변인들의 관계에서 감지한 적이 있고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협업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적이 있다. 그런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이런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무대연출과 선곡, 앨범 모두 예상을 넘어설 만큼 좋았고 그것만으로도 라워리 감독이 대중에게 한발 다가갔다고 여겼다. 스토리가 예측할 수 없게 전개되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만들더라. 과연 관객들은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 어떤 관객은 신뢰하는 수입배급사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작품을 선택한다. 테오와 워터홀컴퍼니에도 그런 관객이 생길 텐데, 앞으로 어떤 영화를 배급하고 싶나.
김태호 취향을 미리 통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때 우리의 취향을 주입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시청자들은 취향이 상당히 분화됐고 그것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지표다. 우리 입맛대로 영화를 고를 수도 있고 반대로 특정 관객의 취향을 파악해 그에 맞는 영화를 배급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다양한 결의 작품을 고르다보면 그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주현 해외 마켓에 가보면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가 많이 등장한다. 한국 시장의 바이어, 수입 회사의 동력이 예전보다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극단적인 취향의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을 계속 찾아 소개하고 싶다. 혼자선 어렵겠지만 김태호 대표와 함께라면 훨씬 다양한 도전이 가능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모션과 캠페인도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수입한 영화이니 한번 보겠다는 관객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런 관객이 생길 크레딧을 쌓고 싶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앞으로 배급할 작품으로 <내 곁에 있어줘> <재앙 재>를 소개했다.
주현 <내 곁에 있어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기노시타 바쿠의 작품이다. 그의 전작 <오드 택시>를 인상 깊게 본 터라 지난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내 곁에 있어줘>를 관람했다. 드물게 오리지널 스크립트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고 일본 애니메이션임에도 한국인의 정서를 깊게 파고든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도 소개됐는데 관객들이 ‘도파민은 안 터지는데 영화가 가슴에 너무 남는다’, ‘이런 평양냉면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다’라는 평을 들려줬다. (웃음) <재앙 재>는 6번의 살인을 다루는데 단 한번도 살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극 없이도 재앙의 공포감을 안긴다는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 여러 개봉예정작을 앞둔 현재, 각오 혹은 포부를 들려준다면.
김태호 MBC에서 일할 때 추석 특집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외부 기획안을 두고 올 추석에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면 좋을지 심사하는 자리였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MBC라는 플랫폼의 규격에 맞지 않아 제외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 기획을 잘 완성해서 다른 플랫폼에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MBC를 나와 회사를 만들었다. 그 무렵부터 제작과 유통 환경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배급을 시작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배급하는 영화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우리가 소개하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다림이 된다면 참 좋겠다. 방송으로 따지면 ‘다음 이 시간에…’가 주는 그 절절한 기다림을 안기는 콘텐츠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