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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극장 이후 영화의 시간표를 묻다 - ACFM 산업 포럼 ‘After Theatrical’ 현장

홀드백’은 극장 상영과 후속 유통 창구 사이의 간격을 뜻하며, 공개 시점을 정하는 문제 이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극장이 영화를 독점 상영하는 기간뿐 아니라 제작사와 투자자의 수익 회수 시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월11일 2026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열린 ‘After Theatrical: 극장 이후의 시간표’ 포럼은 한국·프랑스·일본의 사례를 통해 홀드백의 상세를 논했다. 미국영화협회(MPA), 부산영상위원회(BFC),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진행을 맡은 손보영 MPA 코리아 대표는 “미국엔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법정 극장 공개 기간이 없으며 제작자와 배급사, 극장, 스트리밍서비스가 작품별 여건에 맞게 공개 시점을 정한다”라며 “오늘의 목표는 어느 모델이 더 낫고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므로 각국의 홀드백 목표와 효과를 함께 살펴 보자”라고 제안했다.

홀드백이 길어져도 결과는 미지수

진행을 맡은 손보영 MPA 코리아 대표.

한순호 아시아영화학교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극장 시장의 변화를 소개했다. 2019년 약 2억2668만명이었던 연간 관객 수는 2025년 약 1억610만명으로 감소했다. 팬데믹 기간의 극장 운영 중단과 OTT 이용 확대, 티켓 가격 상승이 관객의 선택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연구를 인용해 “통계를 봤을 때홀드백 길이가 극장 관객수를 결정하는 유의미한 요인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공개 제한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관객의 극장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24년부터 정부 주도로 6개월 홀드백을 골자로 한 업계 자율협약이 논의되고 있지만 극장측과 투자자, 제작자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중이다. 한순호 교수는 모든 영화에 같은 기간을 적용하기보다 공적 지원 여부와 투자 방식, 작품 규모 등을 고려해 공개 시점을 달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프랑스의 제도적 보장

패널 토론 진행 현장. 손보영 MPA 코리아 대표, 한순호 교수, 아가트 뱅송 주한 프랑스대사관 시청각 담당관, 모리야 다케시 프로듀서(왼쪽부터).

아가트 뱅송 주한 프랑스대사관 시청각 담당관은 프랑스의 매체별 순차 공개 제도인 ‘미디어 크로놀로지’를 소개했다. 이 제도는 개봉 후 4개월간 극장 독점 공개를 보장하며, 이후 공개 시점은 매체에 따라 별도 논의한다. 카날플뤼스는 6개월, 디즈니+는 9개월, 넷플릭스와 프라임 비디오는 기본적으로 17개월 뒤 영화를 공개한다. 콘텐츠 투자 약정에 따라 더 이른 공개 시점을 확보할 수도 있다. 프랑스 모델의 핵심은 공개 기간과 제작 투자를 연계하는 데 있다. 일정한 매출과 시청 점유율 요건을 충족하는 스트리밍 사업자는 프랑스 내 전년도 매출의 20~25%를 유럽 작품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아가트 뱅송 담당관은 이 투자 의무를 통해 2024년 4억유로 이상의 재원이 조성됐으며, 180개 작품과 140개 제작사가 관련 투자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홀드백만으로 관객이 극장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프랑스에서는 영화교육과 상영 기회 보장, 다양한 규모의 제작사가 활동하는 생태계가 함께 제도를 뒷받침한다” 라고 설명했다.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공통 기준을 마련하되, 시장 변화에 맞춰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제작위원회가 영화의 생애주기를 설계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한순호 아시아영화학교 교수.

모리야 다케시 프로듀서는 여러 기업이 투자와 위험을 분담하는 일본의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설명했다. 제작사와 방송사, 배급사, 출판사, 스트리밍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누가 투자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공개 전략도 달라진다. “극장 배급사가 주도하면 스트리밍 공개까지 12~18개월을 두기도 하지만, 스트리밍 사업자가 제작 초기부터 참여하면 극장 개봉 1~3개월 만에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한다.” 그가 제작한 <미드나잇 스완>은 공개 창구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 않은 사례다. 2020년 9월 극장 개봉한 영화는 이듬해 DVD·블루레이와 프라임 비디오의 건별 결제형 VOD(TVOD)를 거쳐 2023년 넷플릭스 구독형 스트리밍(SVOD)에 공개됐다. 이후 2024년 6월 다시 극장 상영이 이어졌다. 그는 “제작위원회 참여사가 두곳뿐이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모든 영화에 적용할 정답은 없다”라고 강조 했다. 특히 국제공동제작에서는 국가별 시장과 권리관계가 다른 만큼 기획·투자 단계부터 공개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통의 기준과 유연성 사이

패널 토론에서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되, 구체적인 공개 기간은 업계가 작품별로 결정해야 한다는 데 세 패널의 의견이 모였다. 다만 10년 뒤 극장 독점 기간을 전망하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렸 다. 아가트 뱅송 담당관은 홀드백이 주 단위로 짧아지면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모으는 예술영화가 극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라며 수개월 단위의 기간이 유지되기를 바랐다. 반면 한순호 교수는 관객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고 흥행이 개봉 초기에 집중되는 만큼 홀드백도 몇주 단위로 짧아질 것임을 전망했다. 모리야 다케시 프로듀서는 일본에서도 예술영화가 약 2주간만 상영되는 사례를 들며, “관객이 극장 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또렷해야 그 이상의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짚었다.

사진제공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