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대학교 강의실을 향하는 기분은 ‘만감이 교차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모종의 기대감까지 지울 수는 없다. ‘이 나이에 무슨 시간강사?’라는 생각에 학교 출강은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먹자마자, 어떻게 마음을 들켰는지 연락 오는 곳도 한 군데 없는 상황은 솔직히 꽝이었다.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마음이 설렌다. ‘젊은 제자들과 세상에 대해 함께 토론한다’는 마음이냐고? 이런 촌스럽고 덜떨어진 생각이라니, 그런 강사는 영화 <세기말>에 나오듯 개그맨보다 더 웃기던데.
역시나 범생이 출신 아저씨의 머리는 거기서 거긴가 보다. 강의 몇번 ‘뛰고’ 나니 설렘 같은 건 온데간데없어지고 ‘요즘 대학생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지식인 얕잡아보기’가 대세인 요즘 분위기에서 이런 말하면 입에 거품물고 으르렁거릴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 대학생들은 ‘공부’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책 안 읽는 그대들에게
-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단체가 생겨난다. ‘여성영화인 모임’(가칭)은 오는 4월19일 창립총회 일정을 잡아놓고 출범을 준비중이다. 주진숙, 채윤희씨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아, 여성제작자 프로듀서 평론가 감독 스탭 언론인 등이 참석한 준비모임을 두 차례 열었다. ‘모임’은 첫해인 올해 ※여성영화인 인력양성을 위한 워크숍을 프로듀서/시나리오/연출/촬영조명/편집/디지털제작 등 6개 과정으로 진행하고 ※현재 활동중인 여성영화인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여성영화인력 뱅크’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여성들 작품의 정기 발표회 및 여성영화인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여성영화인 모임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중 여섯명의 여성영화인들이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처음 거론됐다. 간담회 녹취록은 이 모임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준다. “여성문화예술제에서 워크숍을 하는데 왜 왔느냐고 물어보니까, 태반이 다른 워크숍에 갔을 때 ‘야! 여자는 원래 스크립터 하는 거야’라고 하더래요. 촬영보 하고 싶은데
[편집장이 독자에게] 여성영화인들에게 즐거운 뉴스
-
아카데미 사상 각본(색)상부문에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작가는 우디 앨런이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무려 10편의 후보작을 냈고 그 중 <애니홀>(1977)과 <한나와 그 자매들>(1986)로 두개의 오스카를 가져갔다. 놀라운 기록이긴 하지만 굳이 타율로 따지자면 2할. 패디 차예프스키는 그에 비해 훨씬 실속있다. 네번 노미네이트되어 세개의 오스카를 챙겼으니 타율이 무려 7할5푼. 타율도 타율이거니와 현재까지 아카데미 각본(색)상 최다수상기록이다.
뉴욕 브롱크스의 빈민가 태생인 차예프스키가 본래의 희망이었던 코미디언의 꿈을 접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2차대전 때 입은 상처 때문. 조지 큐커의 <이중생활>(1947)에 단역배우로 잠깐 출연하며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다음 그는 TV쪽으로 활동무대를 옮긴다. 차예프스키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TV드라마 작가였다. 그는 특히 하층 노동자계급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키친-싱크 드라마’(kitc
[할리우드작가열전] “더이상은 못 참아!”, 패디 차예프스키
-
<쉬리>의 일본 흥행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난 1월22일 도쿄 시내 13개관을 비롯 일본 전역 37개관에서 개봉한 <쉬리>가 개봉 5일간 90% 가까운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승승장구, 현재 전국 120개 극장에서 관객 80만명을 돌파했다. 수입사인 시네콰논, 배급사 어뮤즈, 제작사 강제규필름은 4월7일 <쉬리> 배우, 감독을 초청해 관객 100만명 돌파 기념행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강제규필름은 “당초 4월11일 종영을 예정했지만 4월 말까지 연장상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최종관객 수는 130만∼1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관객 100만명을 넘을 경우 예상되는 흥행수익은 10억엔(약 100억원). <쉬리> 일본판권가격은 130만달러(약 15억원)였고 홍보비로 약 3억엔이 투자됐다.
미국 메이저들, <쉬리> 판권 검토중
<쉬리>의 해외흥행 가능성은 지난해 홍콩에서도 입증됐던 일이다. 지난해 11월4일
일본 흥행에 이어 해외에서 프로포즈 받는 <쉬리>
-
-
“돈 꼬를레오네. 이탈리아의 시실리 출신. 9살 때 가족 몰살.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밑바닥 범죄세계로 들어가다. 이후 온갖 추악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 “추악하다니, 어디까지나 밤의 룰대로 사업을 벌였을 뿐이네.” “그래, 그 규칙 때문에 모질게도 사람들을 죽였구만. 에∼또, 말년에 일가 붕괴의 위기를 겪게 되나 손자와 뜰에서 놀다가 심장마비로 사망. 마피아 대부치고는 너무나 평온한 죽음이군. 꼼짝없이 지옥행이겠어.” “3그러니까 자네를 부른 것 아닌가. 이것봐, 변호사 양반. 어떻게 안 되겠나?” “쉽진 않은데. 여긴 이런 게임이 있어. 자네 영혼에 붙은 돈 중 1억원을 내놓게. 그걸 오늘 하루 만에 다 써버리면 선처가 가능하지.” “까짓거 써버리지. 여기는 룸살롱이 없나?” “어허, 아니야. 지상에 있는 누군가가 대신 돈을 써줘야 하네. 그것도 한번에 100만원 이상은 쓸 수 없고, 같은 건 두개 이상 살 수 없지. 재빨리 뛰면서, 좍좍 돈을 써줘야 해."
대부 꼬를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롤라 걸 런
-
영화감독이 인터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자신의 연출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이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어떤 인터뷰에선가 “차기작”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도 가끔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지난 작품들은 이미 여러 사람에게 공개됐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자랑스러운 마음보다 참담한 마음에 가깝다. 지난 시절의 한국 영화판처럼 연출자의 의도를 50%도 반영하기 어려운 척박한 문화풍토에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이다. 그래서 그게 최선이 아니라는 자존심이 고개를 든다. 차라리 불쌍한 작품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작품이 떠오른다. 흥행이 안 된 작품, 또 흥행은 잘됐지만 평자들에게 평가를 얻지 못한 작품, 관객에게 잘못 이해된 작품… 등 아쉬움이 있는 작품들이 더러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화 <어우동>이다.
<어우동>은 내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관객을 많이 끌어낸 영화였지만 내가 바랐던 올
이장호 [48] - 안타까운 흥행작, <어우동>
-
가까운 나라, 미지의 감성
올해 1월22일 일본에서도 개봉한 <쉬리>는, 한국영화를 일본에서 개봉하는 상식적인 방식(일단 도쿄의 1개관에서 상영하고, 그 다음에 다른 주요 도시에서 1개관씩 공개)을 뒤집으면서 전국 동시공개, 즉, 할리우드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개봉하여, 관객동원에서도 같은 시기 할리우드영화들을 앞서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성공은, 일본에 앞서서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홍콩에서도 실현됐다.
<쉬리>가 파격적인 대성공을 거둔 두곳의 외국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쉬리>보다 먼저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했다는 것이다. 반면,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하지 않았던 대만(타이베이영화제에서는 상영됐다)의 경우, <쉬리>가 일본이나 홍콩처럼 기록적인 대히트를 하지 못했다. 또한 홍콩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이전에 개봉했던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는 그
<쉬리>가 일본에서 대히트한 두세 가지 이유
-
또 베이비 붐 세대 얘긴데, 지난해 9월, 베이비 붐 세대 남자들의 페이소스를 다룬, 은유로 충만한 작품 두편이 나왔다. 중년의 위기에 관한 음울한 코미디 <아메리칸 뷰티>, 그리고 신심 돈독한 전직 야구 선수가 등장하는 최루물 <For Love of the Game>이 그들.
줄거리는 똑같이 ‘이 양반아, 앞가림 잘해서 한번 회춘해봐’ 이런 얘기지만, 태도는 조금 다르다. <아메리칸 뷰티>는, 단박에 눈길을 끌어보자는 속셈에선지, 불만투성이 10대가 홈비디오에 등장해서 “딸 친구한테 군침이나 흘리는 별같지 않은 놈팡이가 아니라, 남보기 번 듯한 범생이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다”고 투덜거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미짜’는 자기 아빠가 “살려두기엔 너무 창피한 인간”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로 그 말대로 됐다고 황천길에 오른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전한다.
열없고 악취미적인 <아메리칸 뷰티>는 <Married… With Chil
징그럽게 차가운 샘 멘데스의 영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
-
"성전이다. 매일"
감독 리들리 스콧 인터뷰
-피보다 눈과 흙이 날리는 첫 전투장면은 폭력적이라기보다 시적인 분위기로 인상에 남는데.
=별로 폭력적이지 않다니 재미있군. 눈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전투 장면을 찍는데, 러셀이 눈을 보는 첫 장면부터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겨울에 런던에서 찍었으니까. 불필요한 폭력은 감독으로서 내가 점점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문제다. 그래서 검투사를 내세운 로마시대 영화를 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었다.
-첫 영화 <대결자>도 나폴레옹 시대 두 병사의 결투를 그린 시대극인데, 그 경험이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음…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그뒤로도 많은 영화를 찍었고, 2천여편의 광고를 찍었다. 광고는 영화만큼 제작규모가 크지는 않으니까, <대결자>를 찍었던 경험이 도움이 되긴 했겠지만 직접적인 것은 아니다.
-전투 장면, 하늘에 대한 묘사 등 CF처럼 감각적인 시각
[현지보고] 리들리 스콧 신작 <글래디에이터> 시사회 [2]
-
세기말적 스타일리스트, 콜로세움에 서다
리들리 스콧의 신작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글라디에이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이미 20년이 다 된 얘기지만,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에서 본 스콧의 묵시록적 세계관과 어둡고 음울한 이미지의 교감이 워낙 매혹적인 자태로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 작품 한편으로 비교적 과작의 행보를 보인 이 세기말적 스타일리스트가 91년작 <델마와 루이스>를 축으로 점차 내리막을 걸어왔다는 것도 궁금증을 부풀리는 하나의 이유. 콜롬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는 92년작 <1492 콜롬버스>에 이어 <화이트 스콜>, 가장 최근작인 <G.I.제인>까지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스콧의 하락세는 신작의 공개무대에도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 L.A. 현지시각 2000년 3월11일 8시, 중심가인 산타모
[현지보고] 리들리 스콧 신작 <글래디에이터> 시사회 [1]
-
키퍼 서덜런드가 이혼장을 냈다. 그는 3년 전 결혼한 아내 켈리 윈 서덜런드와 남남이 되기로 했다.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차이”가 이혼의 사유. 두 번째 이혼장 제출이라 안 그래도 껄끄러운 판에 그는 사소한 서류상의 실수로 한번 더 LA 법원에 발걸음을 해야 했다고. 부인에게 생계비를 요구하겠느냐는 서류란에 “그렇다”라고 대답해서다. 줄리아 로버츠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그는 배우 카멜리아 케스와 첫 번째 웨딩마치를 올리기도 했다.
키퍼 서덜런드 3년 전 결혼한 아내와 이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