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급보류 조치가 불씨가 돼 위헌성을 지적받아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현행 등급분류제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그동안 <거짓말> 소동에 가려 있었지만 지난해 두 차례 등급보류 처분을 받아 상영을 원천봉쇄당한 독립영화 <둘 하나 섹스>쪽에서 서울행정법원에 등급보류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낸 것. 절차상 먼저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만약 등급보류 취소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도 낼 작정이다.
지난 2월24일 <둘 하나 섹스> 제작사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와 소송대리인 조광희, 정연순, 이상희, 김희제, 김기중 변호사 등은 “등급보류 처분을 포함한 현행 등급분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영화진흥법이 헌법에 보장하는 본질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영화진흥법상의 상영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및 그 신청이 기각될 경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은 비단 <둘 하나 섹스
<둘 하나 섹스> 제작진, 등급분류제 위헌소송 착수
-
‘일상과 이탈’이란 간판을 달고 이시이 소고, 차이밍량, 홍상수 등 세 아시아 감독의 영화상영회와 감독초청 포럼이 3월10일부터 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세 감독은 고전적 극영화의 계율을 벗어던지고 파격적 스타일로 일상의 리얼리티를 예민하게 포착함으로써 국제평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행사 동안 매일 한 감독의 주요작품이 상영되며 이어 감독과의 대화 및 패널들이 참가하는 포럼이 벌어진다. 마지막날엔 세 감독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영화세계를 비교·토론하는 연합포럼이 예정돼 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다소 모호한 상태로 남용됐던 일상성의 미학이란 용어를 재정립하고, 그를 통해 촉망받는 세 아시아 감독의 성취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 일상으로의 초대
영화에서 일상성이란, 널리 퍼져 있는 생각과 달리, 예술영화의 표지가 아니라 모든 영화가 타고나는 것이다. 그것은 제도나 기관, 권력자 혹은 저항세력처럼 사회적 권력을 기준으로 세
영화, 일상으로의 초대, 아시아 감독 3인전
-
녀석이 ‘취직’이란 걸 했다. 취직이란 단어하고는 도통 거리가 멀어 보였던 놈이기에 짝짝짝. 3년 동안 곁에서 ‘시중’을 들어준 놈이라 박수 한번 더. 정말 ‘시중들었다’고 말한다면 ‘섭하네’라는 말이 입 속을 뱅뱅 돌겠지만, 10년 나이 많은 사람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트레스였음을 낸들 왜 모르랴.
“당신 뭐하는 사람인데 시중드는 사람까지 있었어?”라고 물어볼지 몰라서 구차하지만 삶을 조금 공개해야 할 듯하다. 어떤 일간지에서 허락없이 ‘폭로’한 바에 의하면 내가 사용하는 사무실은 네댓평 남짓한 크기다. ‘배운 도둑질’이라곤 글쓰는 것밖에 없어서 먹고 살려면 작업할 공간이 필요해서, 몇명이 촌지를 모아 마련한 곳이다. 문인이나 예술가처럼 대단한 창작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 터에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 나서면 막상 갈 곳이 없어지니 별 수 없었다.
‘판잣집’ 같은 곳에 컴퓨터, 오디오, 책상, 테이블, 책, 음반이 공간을 차지하면 지나다니기 불편할 때도 있다. 같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백수 궁상
-
최근 어떤 고등학생이 중퇴를 하고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상담을 청해왔다. 이미 카메라를 샀다고 했다. 내 대답은, 이왕 학교 나와버린 건 하는 수 없고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 영화과나 영상원에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혹시, 이 학생이 정규교육 따위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천재일까. 또는 정규교육이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갉아먹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나았던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하는 수 없다. 현실은 빤히 눈에 보이는 거니까. 지금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젊은 세대 영화감독들은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거나 일단 대학을 들어가기는 한 사람들이다. 오직 김기덕 감독 한 사람이 예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1/100의 예를 따르도록 충고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국은 완고한 학력계급사회다. 예술쪽은 예외를 허용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가령 프랑스 50, 60년대의 누벨바그가 전형적인 지식인 감독들의 작품이었다면, 80년대 이후 프랑스영화의
[편집장이 독자에게] 감독이 되려면 대학을 가라?
-
-
눈치챈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태양은 없다>(1999)에는 이전에 만들어진 여러 작품들이 녹아들어 있다. 우선 스타일면에서 그것은 <언지프>(1998)에 많이 기댄다. 패션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의 창작과정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비드라마적인 플롯과 불연속적인 편집을 배워왔다. 컨셉면에서는 단연 <미드나잇 카우보이>다. 욕망이 넘치는 대도시의 밤거리, 실패만을 거듭하는 가진 것 없는 청춘들, 그리고 약간의 동성애코드를 내장한 버디무비. 작가는 물론 감독과 제작자까지 이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던 까닭에 실제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이 빼어난 고전을 다함께 복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위대한 영화는 시공을 뛰어넘는다. 무려 3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이건만 지금 봐도 모던한 느낌이 여전한 <미드나잇 카우보이>가 바로 그렇다. 왜소한 체구에 다리까지 저는 비굴한 펨푸 리조,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남창이 되려 뉴욕으로 스며든 시골
[할리우드작가열전] 조숙한 신동, 진중한 노인, 왈도 솔트
-
여명이 <아나키스트>에 합류한다. 단 목소리만. 여명은 최근 자신의 소속사를 통해 개런티 없이 <아나키스트>의 주제가를 부르기로 계약을 마쳐 화제다. 평소 친한파로 알려져 있는 여명은 그동안 최초의 한·중 합작 영화에다 중국 상하이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마친 <아나키스트>에 관심을 보여왔다. 3월중 홍콩에서 녹음을 마치고 개봉 예정일인 4월 말에 맞춰 방한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O.S.T로 발매되고 중국에서는 여명의 새로운 앨범에 삽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교수까지 두고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심이라고.
여명, 목소리로 <아나키스트>에 합류
-
신은경이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영화제작사 신필름이 3월1일 서울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신은경은 신필름과 영화출연계약을 맺고서 6천만원의 계약금을 지불했는데도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11월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가 문제의 영화. 신은경이 <종합병원…> 등 다른 영화 출연을 이유로 들어 계약을 이행치 않아 피해를 입었으며 결국 계약금 및 시나리오 작업비를 포함한 부대비용 1억4천여만원을 반환해 달라는 신필름쪽 주장에 대해 신은경쪽은 다른 영화사에 전속계약이 된 상태라 출연은 불가능했고 돈을 돌려주려 했지만 영화사쪽이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은경, 소송에 휘말려
-
이 시대 미인은 신인? 여균동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美人>의 도발적인 누드모델 역으로 신예 이지현이 캐스팅됐다. 극중에서 이지현은 실연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다 운명처럼 만난 남자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정지된 자세가 아니라 몸을 움직여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지현은 그동안 사진모델로 활동하면서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에 출연해왔다. 3월 초 크랭크인할 예정인 <美人>은 두 남녀의 인상적인 러브신을 위해 재미 현대무용가까지 섭외했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자잘한 동선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있는 상태다. <美人>은 김재호 기사가 촬영감독으로 데뷔하고 노영심이 영화음악을 맡았다.
여균동 감독의 새 영화 <미인>에 신예 이지현 캐스팅
-
최근 별세한 김진규, 최무룡씨의 뒤를 이어 황금기를 주도하던 노배우가 또 한 사람 이승을 떴다. 원로배우 문정숙씨가 3월1일 지병인 간질환으로 타계한 것. 1927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문정숙씨는 보성여학교에 다니던 17살 때부터 연극무대에 올랐으니 한평생을 배우로 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월북한 그의 언니 문정복(작고)씨도 북한에서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유명한 배우였다. 문씨는 1956년 극영화 <유진의 애수>로 데뷔한 뒤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부터 최근작으로는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까지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그가 국내 여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는 유현목, 이만희 감독 등과 함께 작업한 1960년대. 특히 이만희 감독의 영화에서 문씨의 도회적 이미지가 빛을 발했는데, 이 감독은 <7인의 여포로>(1965), <만추>(1966) 등을 통해 문정숙씨의 눈빛에서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는
원로배우 문정숙씨, 지병으로 타계
-
성룡이 <취권> 이후 22년 만에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 지난 2월2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직접 출연하고 제작하는 영화 <특무미성>의 제작발표회를 연 성룡은 3월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촬영장소는 홍콩과 터키다. 약 8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99년 서울 명예시민증을 받는 자리에서 영화 촬영장소로 한국이 어떠냐는 시장의 제안을 받고 나서부터 추진했다는 후문. 성룡은 <특무미성>에서 헬스기구 판매원이지만 평소 비밀요원을 동경하는 베이 역을 맡았다. 고아인 줄 알았던 베이, 비밀요원이었던 자신의 친부가 살아 있음을 알고 한국으로 오지만 알 수 없는 유언과 유산만을 남긴 채 죽은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진짜 비밀요원으로 변신한다. <정사> <구멍>에 출연했던 김민이 미국 정보부 비밀요원으로 나온다. 영어 대사가 매끄럽다는 점이 캐스팅 이유. 액
성룡, 한국에서 영화 찍는다
-
인터넷과 영화를 접붙여서 스파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이런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이었다. 하지만 뭔가 빠졌고 앞뒤가 바뀌었다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시작했고 의미를 부여했고 하나둘씩 준비했다. 클릭하는 수많은 손가락들이 존중받는 그런 만남을 원했고 그래서 사이버공간에서 무시되기 일쑤인 수용자의 권리를 높이 쳐들었다. 지난 2월25일 폐막한 제1회 네티즌영화제는 첫 번째 ‘시위’라 불릴 만했다. 프로그래머 이재준(31) 천성일(30),프로듀서 제정훈(30), 그리고 심사위원장 구재모(27)씨는 한사코 ‘축제’였다고 부인할지라도 말이다.
“재미있는 일 한번 해보자.” 제정훈씨가 네티즌들이 주도하는 영화제를 만들어보자고 수신자 없는 메일을 띄운 것이 지난해 11월. 한달 뒤 꾸려진 준비모임 결과 33개 통신동호회 대표자들, 120명의 네티즌 심사위원단, 20만명의 네티즌 채점단이 짜여졌다. 구체적인 계획들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네티즌영화제를 만든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