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는 달콤하다.” <필름 코멘트>의 평론가 데이브 커가 말한 스티븐 킹 작품세계의 모토를 프랭크 다라본트만큼 충실히 실천한 감독도 드물다.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파렴치한 교도소장을 감쪽같이 속이고 탈옥하는 대목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는 어렵게 자유를 얻은 기쁨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여배우 포스터 뒤에 뚫린 터널과 텅 빈 금고를 확인하는 교도소장의 허탈한 표정은 복수가 왜 달콤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96년 6권 연작으로 발표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그린 마일>에서도 악당을 벌주는 대목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케 한다. 하지만 대공황기에 사형수 감옥 ‘그린 마일’에서 일어났다는 이번 이야기는 앤디의 탈옥처럼 희망적인 쪽은 아니다. 오히려, 나쁜 짓 한 사람 한둘 지옥에 보낸다고 원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극적 정서를 깔고 있다. 똑같이 감옥을 배경으로 삼고도 <그린 마일>이 <쇼생크 탈출>과 달리 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야기, <그린 마일>
-
이 도시는 이처럼 황량하고 음울한 것인가. 우리는 ‘교통 사고처럼’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고 헤어지는가. 어차피 우리네 삶이 근원적으로 외롭고 불안정한 것이라지만 광기로 버텨내야 할 만큼 공포스럽단 말인가. 사는 것이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거듭되는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의 착각으로 끊임없이 빨려들어가는 ‘구멍’ 속 같은 것일까. 이곳은, 사랑이란 어디에도 없는 마음의 연옥인가.
‘나’라는 중년 남자, 직업은 외과의사, 평온하게 살 것 같은 인텔리다. 하지만 ‘나’는 매일 술을 마시고 밤거리를 배회하다 난잡한 파티에도 따라간다. 끝을 알 수 없는 쾌락에 탐닉하며 고립 무원의 소외감을 이겨보려 한다. 존재의 불안에서 비롯된 공포는 미치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수술을 하다가 메스를 떨어뜨릴 정도로 손을 떤다. 외과의사에게 손떨림 증세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알코올 중독 탓인가, 위기의식이 들지만 이혼소송 때문에 법정에 나가야 한다.
‘
낯설고 폭력적인 도시 공간과 현대인들의 음울한 정서, <구멍>
-
할리우드의 스타중엔 영화와 현실을 구별 못하는 악동도 많다. 한 때 배드 보이로 유명했던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발렌타인 데이를 앞둔 지난 2월 12일 베버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라이언 해든과 결혼식을 올렸다. 전에 TV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신부 해든은 1997년 폭행과 마약복용으로 감옥에 다녀온 슬레이터를 조용히 지내도록 만든 일등공신. 아버지가 탈선하지 않게끔 미리 태어난 아이 제이든을 대동하고 둘은 하와이에서 신혼여행 중.
크리스천 슬레이터, 라이언 해든과 결혼
-
이란영화는 말 그대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로 대변되는 20세기 말의 이란영화가 올해를 기점으로 또 한번의 엄청난 변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현장을 테헤란에서 지난 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 파지르국제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파지르영화제는 지난 1979년의 이슬람혁명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화제로, 국제경쟁 부문과 국내경쟁 부문이 있지만 해외 게스트들에게는 단연 국내경쟁 부문이 관심의 대상이다. 조직위쪽도 이러한 관심을 반영, 해외의 게스트들만 따로 모아 이란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새 천년 이란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징후는 자파르 파나히가 도발적으로 제기한 사회·정치적 영화의 문제, 놀라운 신인감독들의 등장, 그리고 단편 영화의 눈부신 성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기에의 도전: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
이번 영화제 국내경쟁 부문에서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은 애초에 포
테헤란 파지르국제영화제, 이슬람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들 봇물
-
-
[정훈이 만화] <포켓 몬스터> 정치 포켓몬은 싫다더니…
[정훈이 만화] <포켓 몬스터> 정치 포켓몬은 싫다더니…
-
터미네이터가 화났다. 그를 건드린 건 나치 옹호 발언 등 최근 국제사회에서 경거망동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극우자유당수 외르크 하이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83년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슈워제네거는 하이더의 최근 이민금지 발언에 대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더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자질에 문제가 있다. 그런 이들을 지지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인 리드와 스팅도 2주 전 오스트리아 공연을 취소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외르크 하이더의 이민금지 발언에 비난
-
안성기씨(48)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제11회 일본 유바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2월19일 개막해서 22일까지 나흘 동안 훗카이도의 소도시 유바리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강수연이 뷰티스피리트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영화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비롯해 10여편의 경쟁작을 심사하기 위해 지난 18일 일본으로 출국한 안성기씨는 서울과 주문진을 오가며 촬영중인 오승욱 감독의 영화 <킬리만자로>에서 번개 역을 맡고 있다.
유바리영화제 심사위원장 안성기
-
<쉬리>에서 북한 특수 8군단 여전사 이방희의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은숙이 <비밀>에서 세련된 캐리어우먼으로 변신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 출신으로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해 왔으며 탭댄스, 판토마임에도 능하다. <쉬리> 이후 남성적인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후속작을 고르는 데 고심했다는 박은숙은 <비밀>에서 초능력 소녀와 30대 남자의 초현실적인 사랑을 지켜보면서 또다른 비밀의 사랑을 경험하는 유도경 역을 맡았다. 박기형 감독의 <비밀>은 현재 10%가량 촬영이 진행된 상태다.
<쉬리> 여전사 박은숙, <비밀>에서 캐리어우먼으로 변신
-
김하늘이 <동감>의 여주인공 소은 역에 캐스팅됐다. 김하늘은 1997년 <바이준>에서 죽은 준을 잊지 못하는 채영 역으로 데뷔하고 <닥터 K>에서 신비한 의사를 사랑하는 소녀로 나온 뒤에는 TV에 주력했다. <동감>은 1979년 개기 월식이 있던 날 밤 소은이 우연히 고물 무선기 하나를 얻으면서 시작된다. 내팽개쳐 놓은 무선기로 아마추어 무선 마니아인 지인으로부터 교신이 들어오면서 둘은 서툰 교신을 주고받는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실을 안 소은과 지인은 햄(HAM)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기로 하고 약속을 정해 만나기로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는 나타나지 않는다. 둘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었던 것. 1979년의 영문과 학생 소은과 2000년 광고창작과 학생인 지인은 만날 수 없지만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교감을 시작한다.
김하늘의 상대역인 지인 역은 <바이준>에서 물끄러미 채영을 바라보기만 했던 유지태. 준을
김하늘, <동감>에 캐스팅
-
비록 변호사이긴 하지만 영화쪽 사람들에게 조광희(34)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영화검열 철폐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일에 발벗고 나선 것은 물론, 영화와 관련한 갖가지 일에 공식·비공식 자문에서부터 법적 대리인 노릇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으로 참여해 영화와 영화인들 편에 서서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웠으며, 98년에는 영화 <어게인> 연출을 준비하던 이순안 감독이 제작사를 상대로 낸 ‘영화제작 및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에 “이유있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이 결정은 비록 가처분 신청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 관련 저작권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광희 변호사의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제작사의 횡포에 처음 법적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이 사건 이후 독립 영화쪽은 물론 영화계에서는 마치 무슨 해결사인 양 그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영화를 변호한다, 변호사 조광희
-
언제부턴가 주위에서 ‘재미없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런 ‘과’(科·발음대로라면 ‘꽈’)만 주위에 분포된 건지, 전반적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건지는 확인할 길 없다. 그렇지만 ‘직장인보다는 재미있게 산다’고 자부하는 내 입에서도 이틀에 한번쯤은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 후자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근거 하나 더. 원고를 청탁받을 때의 주문도 ‘쉽고 재밌게 써달라’는 게 대부분이다. 바야흐로 ‘재미 찾는 사회’다.
이전에는 어땠기에?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이 찾던 것은 재미가 아니라 의미였다”라는 주장이 꽤 있을 듯하다. 재미와 의미라. 그럭저럭 세태의 변화를 상징해주는 대조다. 운(韻)도 맞아떨어진다(의미는 한자어고, 재미는 순우리말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좀 과장을 보태면 재미는 이제 모든 것의 가치를 판단하는 지고의 기준이 되었다. 기왕 재미 타령을 한 김에, 몇 방울 남지 않은 먹물을 쳐서 “최근 한국사회에서 ‘재미의 정치학’에는 몇개의 양상이 존재한다”고 우겨보기로 하자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재미 찾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