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네21 추천도서 -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

조효제 지음 창비 펴냄

기후 문제를 생각하면 문명 전체가 선택의 갈림길에 멀뚱히 서 있는 것만 같다. 지난여름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도 그렇고, 이번 겨울은 또 예전보다 춥지 않으면서 변칙적으로 심한 추위가 닥치는 등 이상기후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는 변덕이라는 말로는 품을 수 없을 듯한 변화가 닥칠 것 같다. 이 책도 그렇고 기후와 생태 문제를 다룬 책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자본주의가 약 200년 동안 지구의 자원을 추출하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이클을 돌려왔으나 이제 더는 자원을 뽑아다 쓸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자원이 유한한데, 인류의 무한한 자유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선진국 상류층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비를 자발적으로 줄여야 하고, 문명 자체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조별 과제 같은 문제를, 인류가 다 함께 힘을 모아 해낼 수 있을까? 대학 조별 과제 같은 작은 일도 갈등이 벌어지기 일쑤인데 하물며 인류 전체가 다 같이 과제를 해야 하다니!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해 기후 위기가 거짓이라고 믿는 지도자들이며 화석에너지 신봉론자들이 있고 자본주의의 페달이 계속 돌아가기를 바라는 입장도 나름의 논거를 갖추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책은 생태 이론에서 제시하는 여러 개념을 모아서 쉽게 설명해준다. 그 가운데 기후를 설명하는 ‘선형적 서사’와 ‘비선형적 서사’가 눈길을 끈다. 선형적 서사는 어떤 문제든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선형적 서사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이미 대기 내 탄소가 늘어난 상태이므로 환경 개선의 결과를 당장 받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의 문제, 또 기술과 함께 진화한 현대인이 기술 발전을 거부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미래에 산적해 있다. 책에서는 자율성 이론을 바탕으로 인류가 민주적으로 기술을 통제하고 사회체제를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나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도 현실이다. 차라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파국과 세계경제에 불황이 닥치는 바람에 물가 폭등으로 소비가 쪼그라들고 생활이 달라지는 미래를 상상하는 쪽이 더 쉬울 것 같기도 한데 책에서는 이를 가리켜 ‘글로벌 다중위기’라고 설명한다. 어느 쪽이든 “완전히 달라질 세상에 긴 호흡으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라는 지적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지구온난화·오존층 파괴·자원소비와 같은 환경문제들이 어떠한 단일 국민국가보다도 훨씬 더 큰 ‘환경적 운명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