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라드의 모든 것’을 다룬다고 감히 말해도 좋지 않을까. 음악평론가 김영대의 <더 송라이터스>는 ‘송라이터’와 ‘(노래라는) 이야기’를 두루 아우른다. 작사와 작곡의 역할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이야기되는 가요의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김영대는 글과 멜로디가 분리될 수 없음을 짚으며 ‘송라이터’라는 개념을 끌고 들어와 책을 쓴 것이다. 한국 발라드. 실연당하면 다 자기 마음을 읽어낸 것처럼 들린다는 그 장르 말이다. 지극히 통속적이어서 분석할 거리라고는 한줌 남아 있지 않은 듯 느껴지는 한국 발라드의 세계를 짚은 <더 송라이터스>는 그 자체로 끝내주는 플레이리스트의 구실을 한다. 첫곡이 나미가 처음 불렀고 후일 015B가 다시 부른 <슬픈 인연>이다. 1984년 일본에서 발표된 <키즈나>라는 곡을 일본 활동 당시 나미가 작곡가에게 받아와 한국에서 발표한 이 곡은 ‘발라드’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통용되던 1985년이라는 시대와 맞물린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도 이 해에 선보였다. 1985년에 무슨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먹고살 만해지기 시작하면서 사랑 이야기라는 감상에 젖는 일이 가능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 노래를 넘어선 숭고미를 엿볼 수 있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언제 들어도 세련된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 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가 줄줄이 언급되는 동안, 발라드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조차도 얼마나 많은 한국 발라드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책 곳곳에 곡에 얽힌 비하인드가 소개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박정현의 <꿈에>가 실린 4집은 015B의 정석원이 프로듀스했는데, <꿈에>를 처음 들은 박정현의 첫인상은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끝까지 주저했지만 정석원이 끈질기게 설득해 타이틀곡으로 정해졌다. 이 곡의 가사는 만화 <총몽>의 스토리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백 마디 말을 다 담아 부르는 이장희의 <나 그 대에게 모두 드리리>, 언제 들어도 아스라한 아름다움에 젖게 만드는 부활의 , 조용필의 숨겨진(?) 명곡 <이젠 그랬 으면 좋겠네>를 비롯해 뉴진스의 를 포함한 K팝 시대의 인상적인 성취들까지 두루 살펴보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무래도 노래방에 가야 할 것 같다.
<넌 언제나>의 사운드나 톤은 익숙한 시티팝 공식 안에 있다. 그 구성은 매우 영리하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인트로는 거의 완벽에 가깝고, 잔향 가득한 신시사이저와 기타 리프, 그리고 김보희의 공명하는 듯한 보컬이 자아내는 질감은 단숨에 도시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6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