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 사회주의리얼리즘
조립식 주거단지로 대변되는 노동자계급의 질식할 듯한 일상을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포착했다. 거친 핸드헬드카메라와 비전문 배우 기용이 특징이다.
❶ <패밀리 네스트>(1977)
젊은 노동자 부부인 이렌과 라시는 시댁의 작은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두 사람은 마찰을 겪으며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정부 지원 주택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된 픽션으로 1970년대 헝가리의 사회상을 담았다.
❷ <아웃사이더>(1981)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간호사인 안드라스는 알코올중독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결혼 생활, 일, 인간관계가 전부 무너져내린다. 사회적 규범에 부응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인물의 소외감이 부각되며 비전문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출연했다.
❸ <불안한 관계>(1982)
경제난과 육아 문제로 지친 한 부부의 관계가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공산주의 시대, 헝가리 중산층이 경험한 우울과 억압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대본이 아닌 배우들의 즉흥연기로 구현됐다.
중기 - 스타일의 혁명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편집자 아네시 흐러니츠키, 작곡가 미하이 비그와 팀을 이뤄 벨러 터르 특유의 미학을 정립한 시기다.
❹ <가을 연감>(1984)
부유한 노파가 소유한 아파트에서 그의 아들, 유모를 비롯한 총 5명이 함께 거주한다. 돈과 애정을 갈구하는 데에서 비롯된 적대감, 탐욕, 절망이 주요하게 그려진다. 스토리보다 정적인 대사에 초점을 맞추는 등 벨러 터르의 후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❺ <파멸>(1988)
카렐은 동네의 한 바에서 일하는 가수 발리에게 한눈에 반한다. 유부녀인 발리는 카렐을 멀리하지만, 카렐은 발리의 남편을 위험한 밀수 계획에 휘말리게 해 그를 제거한다. 그러나 카렐의 뜻대로 상황이 펼쳐지지 않아 괴로워한다. 감독의 독보적인 흑백 롱테이크 기법이 돋보인다.
후기 - 우주적 묵시록과 거장의 마침표
서사는 거의 소멸된 채 시간의 지속성, 사물의 물질성만이 강조된다.
❻<사탄탱고>(1994)
헝가리의 대평원,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던 공장이 폐업하고 주민들은 보상금만을 기다리고 있다. 황량한 마을을 벗어나길 꿈꾸던 이들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이리미아스가 돌아온다. 새 공동체를 꾸리자며 이리미아스는 돈을 수금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의 계략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된다.
❼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박제된 거대한 고래와 ‘왕자’라 불리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공연자로 구성된 서커스단이 나타나면서 한 마을이 혼란에 빠진다. 야노스는 고래와 왕자를 바라보며 신과 고래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하고, 사람들이 폭력과 광기에 시달리며 붕괴하는 모습을 마주한다.
❽ <런던에서 온 사나이>(2004)
철도 선로 전환원인 마로인은 부두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피해자의 품에서 거액의 영국달러가 담긴 돈가방을 발견하고 이를 몰래 가로챈다. 런던 경찰청에서 모리슨 경감이 찾아오고, 용의자를 다른 이로 특정하자 마로인은 죄책감에 휩싸여 더 큰 사건에 말려든다.
❾ <토리노의 말>(2011)
1889년 토리노, 한 시골 마을에서 농부와 그의 딸, 늙은 말이 함께 살아간다. 밖에서 거센 폭풍이 불어오며 그들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니체가 토리노에서 말이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겪은 정신적 붕괴에서 영감을 받았다. 절망, 종말이라는 주제를 최소한의 대화, 롱테이크로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