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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 칼럼 좀 필독, 페친 사이에서 공유되며 여러 번 눈에 띄던 신문 칼럼에는 반드시 이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한국 대학의 문제를 절감해 교수직을 사직하고 동네 사회학자라는 짧은 소개글로 활동 중인 조형근 칼럼니스트다. 지금은 동네 협동조합 책방의 조합원이 유일한 직함이라는 그의 글은 그 때문인지 거주하는 동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웃을 통해 느낀 바에 대해 쓴 것이 다수를 이룬다. <한겨레>의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를 찾아 읽던 구독자에게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그의 칼럼이 책으로 묶여나왔다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그의 글이 다른 칼럼들과 무엇이 다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먹먹한 슬픔이 남는다는 것이다. 슬픔이 어떻게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숱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법도 제시하는 지식인 칼럼들 중에서도 조형근의 글은 유독 다정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그러고도 슬프다. 힘이 없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향하기 때문이다. TV나 신문이나 주요 언론에서 글 한줄 내주지 않는 세상에서 그의 칼럼만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한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국인노동자 니로샨이 12년을 숙련 노동자로 일했음에도 한국의 영주권을 받지 못한 사연을 알리며 외국인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 쓴다. 미얀마 내전과 SPC 산재 사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민법 개정에 대해서도 그는 거듭 쓴다. 한국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뾰족하고 날카롭게, 그리고 거기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더해서 쓴다. 들어가는 글 첫 문장은 이러하다. ‘어중간하게 살아왔다.’ 자신 역시 어중간한 사람, 소시민으로 고만고만하게 살아왔다고. 세상이 썩었다고 목소리 높이다가도 나 따위가 뭐라고 썩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며 금세 포기하고 마는데, 계속 그렇게 살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고. 그리고 보통 사람일지라도 개인은 세상을 이렇게 만든 데 누구 나의 기여분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고. 2022년에 쓴 글부터 묶여 있기에 과거의 칼럼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책에 언급된 한국 사회의 사건 중 속 시원히 해결된 것은 전무하다. 시일이 지난 사건은 2026년의 시점으로 바뀐 제도나 경과를 글 하단에 별도로 추가했다. 한국의 문제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뉴스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모두가 긴밀히 연결된 세계에서 시민이자 이웃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염려에 대해 이보다 진솔하고 사려 깊은 제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당신의 부모가 노동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당신을 낳은 게 아니듯, 청년들도 조국의 경제 성장과 복지 비용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려고 사랑하는 게 아니다. 적절한 유인을 제공하면 자극에 반응해서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사고방식 자체가 오싹하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저출생 대책 따위나 세우는 세상이 무서운 탓이다. 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