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를 펼치기 전에 어떤 기대가 있었다. 이번 시집에선 어느 부분을 받아 적어 두고 괴로울 때마다 꺼내 보게 될까.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앞>에서는 외롭고 고독한 나, 숲과 별똥별과 저문 강을 상상하며 혼자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위안을 받았더랬다.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지는지(둘 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의 시에선 반복이 중요 하므로 여기서도 비슷한 말을 반복하련다)를 따라가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이지만 이상하게 이문재의 시에서만큼은 그가 여전한 것에 위안을 얻는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연을 파헤치고 갈수록 강해지며 서로에게 무지해지는 세계를 근심한다. ‘우 리가 너무 늦게 왔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 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노약자석 옆에 서서 옛날 책을 읽을 때/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대학생을 볼 때/ 우리가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83쪽, <근황>) 마스크를 벗는 게 이상해진 현시점의 어느 때에 대해서 근황을 적다가, 세상 사물의 모든 것이 저 홀로 나타나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님을 얘기하며 그리하여 우리는 고마워하면서 미안해해야 한다고 쓴다. ‘칫솔이 내손에 쥐어지기까지/ 칫솔이 이동한 거리와 그 경로는/ (중략) 진실로 미워하려면/ 고마워하면서 미안해해야 합니다.’(112쪽, <이것은 칫솔이 아니다>) 시인은 단절된 사람들의 관계를 애석해하고 더욱 나빠지는 세상의 실황을 농담처럼 건넨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 마시면서/ 전화 한 통 안 하거나/ 문자 하나 확인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 무서운 사람이다/ (중략) 그렇다/ 혼자일 때 혼자가 더 많아야 한다.’(52 쪽, <혼자의 혼자>) 칫솔과 인간도 관계를 맺고, 우주 안에서 모든 사람은 혼자서도 혼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애정 어린 탐문은 ‘단백질보다 어둠이 더 부족하다’(47쪽, <무엇이 더 부족한가>)는 우스갯소리로 우회해 사색보다 검색이 더 늘어나고 부족한 사람은 더 부족해지고 넘치는 사람만 넘쳐나는 현실로의 일침으로 이어진다. ‘시인의 말’에서 “나는 우리가 ‘시의 마음’을 되찾는다면 이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시인은 쓴다. 시의 마음이란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는 것, 외로운 사람을 홀로 두지 않는 것,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되새기는 것이다.
75쪽, <활발한 생활> 중
이제 알겠다
우리의 삶이 이토록 걍팍해지고
세상이 이토록 무지막지해지는 까닭
우리 혀가 살아 있지 못해서
우리의 말이 서로 물처럼 흐르지 않아서
우리가 생활하지 못해서 활발하지 못해서
75쪽, <활발한 생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