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항상, 늘, 언제나, 어딘가에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 하나를 매고 있어요. 그건 그녀의 서명이나 마찬가지죠.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도시 전설 같은 비하인드를 적잖이 보유한 소설이다. 예를 들어 패션계의 최고 권력자이자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는 것. 주인 공인 23살의 앤드리아는 작가의 ‘자캐’(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라는 것. 파리며 밀라노 등에서 펼쳐지는 패션쇼의 맨 앞줄에 앉은, 선글 라스를 낀 금발 단발머리 여성의 존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알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한 패션계에 발을 들인 앤드리아의 일과 삶,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전 세계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소설은 출간 이후 일년 내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했으며, 총 40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13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2006년 메릴 스트리프와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는데, 20년이 지난 현재 속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개봉을 앞두고 소설도 새 표지로 출간되었다.
큰돈이 오가는, 유행을 만드는, 화려한 업계에서 말단의 직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젊은 여자의 이야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진지한,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앤드리아가 서서히 변화해가는 모습만큼이나 절대적인 권력자였던 미란다의 삶이 사실 공허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전개는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변화해가는 자신과 세계의 지평에 공명한다. “미란다한테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 알아챘어요, 에밀리? 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 전화하지만, 아이들이나 일 얘기, 결혼 생활 얘기 같은 건 전혀 안 하잖아요. 그들은 단지 뭔가 필요해서 그녀에게 전화할 뿐이죠. 물론 멋있어 보이긴 하죠. 하지만 누가 당신한테 그런 이유로만 전화한다고 생각해봐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 ‘잘알’ 독자에게든 ‘알못’ 독자에게든 시원하게 읽히고, 영화와 더불어 보면 더 재밌다.
“앤디, 네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은데, 이제 그 직장은 직장이 아니야. 네 삶을 송두리째 잡아먹고 있다고!” 4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