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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화 속에서도 변화할 것 - <앳 더 시> 코르넬 문드루초 인터뷰

<앳 더 시>(At the Sea)는 재활시설에서 퇴원한 무용가 로라(에이미 애덤스)가 케이프 코드의 가족 별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자기소외와 화해 사이에서 새 정체성을 모색하는 여성의 내면적 드라마를 연출한 이는 사회적 폭력을 육체적 언어로 전환시켜온 헝가리 감독 코르넬 문드루초다. <앳 더 시>는 모호함을 무릅쓰고 감정에 집중하는 과감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는데, 솟구치는 활력이 돋보이는 몇몇 형식적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응집력이 다소 미약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프로덕션과 협업하기 시작한 문드루초가 한명의 예술가로서 극 중 인물처럼 느낄 흔들림이 궁금했고, 포츠다머 중심부의 한 레스토랑 홀에서 그와 만났다.

- 해변은 영화에서 정신적 무대로 자주 간주되어왔다. <앳 더 시>에선 왜 바다가 중요했을까.

이 영화는 어머니의 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로라는 매우 강력한 아버지 아래서 살아왔고 어떤 의미에서 그녀 자신도 재능은 충만하지만 다소 과시적인 사람이 됐다. 알코올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집에 돌아와 이 여성은 자신의 새로운 버전을 찾는 과정에서 물과 연결된다. 수영장과 해변을 거쳐. 우리 모두가 어머니의 몸 속에서, 물속에서 나온 존재이기 때문에 인물이 가장 취약하고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고 싶었다.

- 예술가의 중독 문제를 다루는 서사는 이미 많다. 클리셰를 피하려 했나, 혹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나.

중독 영화의 클리셰는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마약을 하고, 재활원에서 악마와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상은? 나는 이 영화가 한번 죽은 사람이 사후의 삶을 겪는 과정이길 바랐다. 돌아왔을 때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전과 같은 사람이 돌아오길 원한다. 그 안에서 가족과 동료들이 어떻게 새로운 주인공과 새로운 연결을 찾아가느냐의 탐구로 <앳 더 시>를 봐주면 좋겠다. 또 중년의 이야기로 본다면 젊은 자아를 뒤로하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 당신의 작품들은 몸짓의 힘을 믿는다. <주피터스 문>의 소년은 중력을 거스르는 초능력을 갖고 있고, <그녀의 조각들>에서는 출산으로 부서지는 몸이 묘사된다.

우리는 말을 배우기 전에 먼저 춤을 추고 음악을 흥얼거렸다. 신체언어가 말보다 더 강력한 소통의 형태일 수 있다. 사랑한다고 30분 말하는 것보다 한번 안아주는 것이 더 강력하니까. 문제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몸짓의 힘을 잊어버리고 언어 속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냥 언어 너머에 있기로 결심해야 한다. 그런 순간들이 삶의 의미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 정체성의 변화 앞에서 로라는 자기 자신, 그리고 주변과 불화를 겪는다. 당신도 이런 난제와 마주한 적이 있나. 할리우드 프로덕션과 일하는 산업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는데.

매우 그렇다. 중독에 고통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주 방황한다고 느낀다. 나는 지금까지 꽤 오래 영화를 만들었고 적어도 내 영화가 부끄럽지는 않다. 동시에 위기도 분명한데, 예술가가 일정 기간 동안 열심히 자기 메시지에 몰두하게 되면 어느 순간 같은 이야기는 결단코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솔직하고 취약하게 내가 변하고 있음을 드러내려고 하고 그런 이야기에 끌린다.

- 두 남성성이 대조된다. 유해한 남성성으로서의 아버지, 현재 시점의 동료이자 퀴어인 피터가 있다. 이 두 인물을 통해 어떤 측면을 드러내고 싶었나.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예술가였지만 도덕적으로 유해했던 과거의 아버지는 강력한 유산을 남긴 존재다. 그러나 말 그대로 과거의 유산이어야 한다. 내가 학생 시절에 처음 배우로 업계 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이 살면서 경험할 필요 없는 나쁜 일들을 많이 겪었다. 예술가에게서 더 나은 것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훈육 방법으로서의 폭력이었다. 로라는 자기 안에 남은 그 남성성을 학습해 남자처럼 행동하지만, 오히려 피터가 그녀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다독인다. 21세기는 변화했다. 나는 이제 억압된 자아에 휘둘리지 않는, 스스로 가장 편안한 상태로서의 남성과 여성으로서 머무는 인물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