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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마쓰바라 하지메 지음 정한뉘 옮김 나무의마음 펴냄

‘까마귀 덕후’ 도쿄대 교수가 ‘만약 까마귀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해서 출발해 책을 썼다. 까마귀가 존재하는 수많은 풍경 속에서 까마귀를 없애보는 사고실험이다. 생태계에서 까마귀의 역할이나 까마귀 대역 후보(청소부 역할을 하는 다른 새가 있다면?)를 살펴보고, 종교와 문학, 엔터테인먼트, 이름, 학문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나씩 전개해나간다.

첫 번째 장면은 도심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까마귀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는 것이다. 좋은 일인 것 같지만 “여러분이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 떨어뜨린 치킨너깃이나 술에 취한 사람이 토해놓은 토사물을 밟게 될 확률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까마귀가 없다면 자연계의 사체 분해 속도가 다소 늦어질 테고 까마귀가 주로 잡아먹던 작은 곤충들의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다. 마쓰바라 하지메 교수의 말을 빌리면 어떤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그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까마귀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게 될 것이다. 바로 3장 ‘인간 사회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때문이다. 종교, 문학, 엔터테인먼트에서 까마귀의 자리를 찾아 하나씩 없애보는 이 작업은 노아의 방주에서 물이 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날려 보낸 새가 까마귀라는 것부터 그 원전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있었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며 진행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까마귀>의 구조를 분석하다가 ‘다른 새소리를 흉내내는’ 까마귀의 특성을 짚는가 하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토토가 까마귀라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한다(원작에서 토토는 까치인데 까치는 일본 규슈 지역 정도에만 일부 존재한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공했을 때 일본으로 가져간 새라는 설이 있다고).

‘까마귀가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을 여러모로 검토하는 책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까마귀를 중심으로 자연 모든 생물들의 관계도 그리기. 인간이 그 작은 연결점 중 하나라는 사실은 어쩐지 조금 감동적이다.

까마귀가 전깃줄에 앉아 다리 주변의 깃털을 부풀린 채 좌우로 뛰며 깍깍 우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이는 수컷 까마귀가 추는 구애의 춤이다. 번식기 초기에 아주 잠깐 보이는 행동이므로 좀처럼 관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빈도가 낮을 뿐 매년 보이기 때문이다. 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