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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선희 프로듀서의 한일영화관 여행담

커뮤니티시네마 페스티벌은 한국과 일본의 예술영화관 운영자들이 우정과 연대의 취지로 만들어낸 독립예술영화 교류 행사다. ‘한일영화관 여행’을 테마로 양국 독립영화를 순회 상영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11월 오사카와 후쿠오카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월27일(금)부터 3월1일(일)까지 도쿄에 위치한 유로스페이스와 스트레인저에서 두 번째 순회 상영전을 기념하는 특별 행사가 마련되었다. 극영화로는 역대 한국예술영화관협회(이하 한예협) 어워드 한국영화 작품상 수상작인 <성적표의 김민영>(2022), <절해고도>(2023), <장손>(2024) 등 아직 일본에 배급되지 않은 세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무너지지 않는다>와 영화관의 의미와 영화의 미래에 대해 질문하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가 초청되었다. 국내외 독립예술영화의 가치를 조명하고, 예술영화관의 의미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순수 민간 차원의 교류 행사였다는 점에서, 그간 정부 공공 기관 중심의 독립예술영화 진흥 및 영화관 지원 사업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일본의 극장가는 ‘시네콘’이라 불리는 멀티플렉스 체인과 ‘미니시어터’로 대표되는 독립예술영화관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는 총 577개의 극장에 3653개의 스크린이 있는데, 그 가운데 90%가 멀티플렉스이고, 나머지 10%가 미니시어터이다. 전국의 주요 미니시어터들은 ‘사단법인 커뮤니티시네마센터’라는 이름의 단체로 조직되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 조직은 2003년 설립되어 2009년 일반 사단법인으로 전환되었으며, 2025년 12월 현재 총 93개의 단체가 등록되어 있다.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에도 등장하는 다카사키 시네마테크의 시오 아쓰코 대표가 현재 이 단체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상태. “필름 라이브러리 및 아카이브, 미술관, 지역형 영화관, 공공 홀, 영화제, 자주 상영 단체, 도서관, 학교 등 지역의 영화·영상 문화를 담당하는 조직이 중심”이 되어, “주로 상영 보급 활동과 영상 교육을 통한 영상 작품의 다양성 확보와 풍부한 영화 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예술 문화의 진흥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예협과 커뮤니티시네마센터의 교류는 2019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커뮤니티시네마센터 정기 행사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에서는 미니시어터를 살리자는 ‘세이브 더 시네마’ 운동이, 한국에서는 독립예술영화관 중심의 ‘세이브 아워 시네마’ 운동이 각각 일어났다. 2023년에는 한예협이 결성되어 총 16개 회원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24년에는 일본 미니시어터 관계자들이 내한해 인천 미림극장에서 ‘한일영화관 협력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의 예술영화관 운영자들이 일본 현지를 직접 방문해 마련한 첫 행사로,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저변을 해외로 확대하고자 하는 순수 민간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자리였다.

이번 도쿄 페스티벌은 양국의 독립예술영화와 영화관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행사 첫날에는 <해피엔드>의 소라 네오 감독이 ‘스트레인저’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고, 이어 한예협 관계자 및 한국 영화인들의 무대인사가 진행되었다. 둘째 날인 2월28일(토)에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의 김동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담이 열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날 저녁에 열린 환영 리셉션에서는 커뮤니티시네마센터측이 일본 배급사들을 다수 초청해 이번에 상영된 한국 독립영화가 일본에 배급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3월1일에는 <장손>의 오정민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예술영화와 예술영화관의 현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양국 극장 운영자들의 심도 깊은 대담, 그리고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인 박시영 ‘빛나는’ 대표와 스트레인저 극장의 오카무라 다다유키 창립자 대담 등이 진행되었다. 특히 페스티벌 주요 공간 및 인근 독립서점 등에는 박시영 디자이너의 작품이 전시되어 한국영화의 독창적인 포스터디자인을 일본의 영화 팬들에게 선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의 마지막 순회상영전은 3월 셋째 주 군마현 다카사키에서 열리는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이어진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20일(금)에 열리는 한예협 어워드 시상식에서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센터에 ‘프렌즈상’을 수여한다. 또한 31일(화)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리즈 강좌 ‘영화+장소’의 일환으로 이와사키 유코 커뮤니티시네마센터 사무국장이 연사로 나서는 온라인 토크 ‘영화관과 관객-일본 미니시어터를 중심으로’ 온라인 토크가 마련된다.

페스티벌 주요 행사장인 유로스페이스 전경.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일제강점기 시절의 무정부주의자 가네코 후미코의 전기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 2월28일 개봉했다. 올해는 가네코 후미코 옥중 사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삼일절을 맞아 이 영화가 개봉한 시기에 한일 양국 영화인들의 교류 행사가 열린 셈이다. <요시코와 유리코>(2011)를 연출했던 하마노 사치 감독의 신작으로, 마침 우연히 한국 방문단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도쿄 동부 스미다구에 위치한 미니시어터 ‘스트레인저’ 로비. <구룡성채: 무법지대>로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준겸 배우의 신작 중국영화 <장안적려지>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행사 첫날 스트레인저에서 마련된 <해피엔드> 소라 네오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소라 네오 감독은 우리 극장가에서 1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해피엔드>의 큰 성공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마치 아이돌 스타가 된 것 같았다”는 소감으로 한국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감사를 전했다.

유로스페이스 입구와 카페에 전시된 박시영 포스터 디자이너의 작품들 및 한일영화관의 여행 행사 포스터. <지옥만세> <3670> <성적표의 김민영> <안녕하세요> <문라이트> <우리들> <세계의 주인> <벌새> 등 주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위주의 포스터들이 소개되었다.

1982년 시부야에서 설립된 유로스페이스는 일본의 미니시어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극장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미니시어터는 극장마다 고유한 프로그램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취하는데, 마침 이번 방문 시기 유로스페이스에서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 회고전과 홍상수 감독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시부야의 또 다른 미니시어터 ‘르 시네마’ 입구. <센티멘탈 밸류>와 <어쩔수가없다>가 상영 중이다. 르 시네마는 일본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인 ‘분카무라’에 위치한 미니시어터인데, 현재 분카무라 메인 건물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시부야 미야시타 거리에 임시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부야의 또 다른 미니시어터 ‘휴먼 트러스트’ 내부. 한 부동산 개발 회사가 세운 건물 맨 위층에 자리한 새로운 예술영화관이다. ‘TBS 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리는 한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세키 유타로 감독의 <재앙 재>가 개봉되어 영화에 사용된 의상들이 전시되고 있다.

‘르 시네마’는 시부야 인근 미니시어터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유명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한 세련된 인테리어와 ‘아트버스터’ 위주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주로 도쿄 곳곳의 미니시어터에서 상영되고 있다.

실험영화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니시어터 이미지 포럼. 한국 방문단이 참관했을 때는 마침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제작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민간 차원의 예술영화관에서 미래세대 영화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의 촬영을 위해 두 차례 김동호 감독과 인터뷰를 했던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영화계에서 미니시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행과 나날>로 한국 배우 최초로 <키네마준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은경과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국보>의 요시자와 료의 사진이 실린 <키네마준보> 포스터가 일본 서점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에 깊이 침투한 K팝의 인기를 증명하듯, ‘타워레코드’에는 K팝 섹션이 크게 마련되어 있고, 시부야 거리 한복판에는 신보를 발표한 블랙핑크의 팝업 스토어가 팬들로 붐볐다(맨 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