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상영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바로 예술가라는 점이다. 이들은 글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우리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존재들이다. 이런 이들이 지난 3월 말 SNS 엑스(X)에 자신들의 예술활동이 제도, 즉 예술활동증명을 받는 데 어려웠다고 밝히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창작이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의구심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받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경험담이 X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패담이 많이 들려온 건, 실제로 예술활동증명 탈락률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손솔 진보당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에는 예술활동증명 신청자의 53%가 자격을 얻지 못했고, 2024년엔 실패율이 68%에 달했으며, 2025년에는 58%를 기록했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활동증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측은 손솔 의원측에 예술활동증명 불인정에 이르는 가장 큰 이유로 정량요건 미충족(수입금액 부족, 편수 부족), 정보 확인 불가, 전문예술활동 미인정 세 가지로 꼽았다. 예술활동증명은 재단이 담당하는 행정검토(정량평가)와 전문성을 가진 약 120명 규모의 전문위원회 검토(정성평가), 두 단계로 나뉜다. 현재 많은 이들이 탈락을 경험하는 단계는 그 첫발인 정량평가다.
예술활동증명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역시 문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구축·운영하는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kawfartist.kr)에 따르면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되기까지 “접수 후 약 15~20주 이상 소요되며 신청 급증 시 행정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증명을 받기까지 실제 기간은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보다 더 길다. 논란이 일어나게 된 트윗에서 박상영 작가는 “6번 시도 만에 (무려 1년 반에 걸쳐) 해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재단의 행정검토 단계에서 서류 보완을 요구받으면 일주일 만에 1회에 서류를 완벽하게 제출해야 하는데, 기간 내에 해내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신청하고 긴 줄을 서야 한다. 참고로 4월9일 기준 2만1895명이 행정검토 단계에 와 있고, 8040명이 위원회 검토를 받고 있다. 다른 기업, 기관에 요청해 자료를 받아야 해 일주일 안에 서류 보완에 실패하면 다시 2만명 뒤에 줄을 서야 하는 것이다.
서류 보완에 주어지는 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24년 12월 발표한 ‘예술활동증명 신청 안내서 E-BOOK’에 따르면 보완 가능 기한이 14일이었지만 현재는 7일로 줄었다. 여기에 더해 한국예술인재단은 최근 팝업창 공지를 통해 올해 1월12일 이후 신청 건부터는 “정량 충족 건에 한하여 보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필수자료가 부족한 경우 보완 요청 없이 불인정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3개월 동안 3만8천건 이상 신청되어 전년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는 게 그 근거다. 예술활동증명의 행정검토 보완 기간은 법으로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7일간 단 1회만 보완 가능하다는 조건은 긴 시간 기다린 예술가들에게 시간을 촉박하게 주고, 제도 밖으로 쳐내는 밀어내기처럼 보인다. 게다가 1년 주기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보완 가능 기한을 줄여온 것도 문제다.
최근 불거진 예술활동증명 논란에 관해 손솔 의원은 “예술활동증명 제도의 시작은 현장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더 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면서 “시간이 지나며 점점 지원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예술인이 지원 대상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증명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현장 예술인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손 의원은 또한 “예술활동증명을 포함한 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취지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 생활고에 생명까지 잃는 예술인들을 일단 살리고 보자고 예술인복지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예술인복지재단이 생겼던 그 역사를 생각해봐도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예술인복지법은 2011년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던 최고은 작가가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되어, 배고픔으로 죽는 예술인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단체들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를 증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활동증명은 바로 그 예술인복지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일종의 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뒤에야 연 300만원 지급되는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있고, 예술인 산재보험, 예술인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납부금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예술가를 위한 복지의 문이 너무 좁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의 역사가 긴 프랑스는 불규칙적으로 고용되는 공연, 영상 예술 분야 예술가들을 보호하는 사회보험제도인 앵테르미탕 뒤 스펙터클(Intermittent du spectacle)을 운영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고용되는 예술가들의 월수입이 정부가 정한 월최저생계비보다 부족할 경우 실업급여 형태로 매달 지급한다. 이릍 통해 예술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생계비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한다. 작가, 미술가, 음악가와 같은 창작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세퀴리테 소시알 데 자르티스트 오퇴르’(Sécurité sociale des artistes-auteurs)의 경우, 일반 노동자보다는 낮은 세금을 내고도 건강보험, 가족수당 등 사회보장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유엔의 아이린 칸 표현의 자유 증진 및 보호 특별보고관은 2022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술가, 배우, 음악가, 화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스스로를 다르게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억압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며,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예술이 모든 이들의 삶에 녹아들고, 예술가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선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