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주간 소셜미디어 엑스(X)와 블로그에는 예술활동증명에 관한 경험담과 담론이 한창 뒤섞이고 있다. 민심을 얻지 못한 복지제도에 높아지는 목소리. 도대체 현실과 닿지 않은 간극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걸까. 간극의 빈틈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직접 체험해봤다. 예상외로 신청 프로세스는 깔끔하다. 일반/ 신진/ 특례로 구분된 신청 방법은 명료하고, 일반미술과 디자인/공예, 일반음악과 대중음악 등 세밀하게 나뉜 15개의 예술 분야도 꽤 상세하다. 더구나 PDF와 e북, 심지어 유튜브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설명된 자료들은 이 제도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문제는 예술활동증명의 과정이다. 많은 이들이 난처해하거나 당황한 구간도 이 챕터에서일 것이다.
5년 전 출간한 단행본으로 실험해볼 생각으로 문학란에 [V]체크를 하고, 상세 분야로 창작을 선택했다. 이제 아래로 작품명, 출판사, 나의 역할, 상세 페이지 등을 증명 자료와 함께 적으면 된다. 그때 장난기와 호기심으로 분야를 바꿔봤다. 대중음악[V]의 지휘자로. 문예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게다가 일반음악도 아닌 대중음악의 지휘라니, 상대적으로 대중적 이해도가 높은 분야는 아니었다. 따라서 내용 선택에 따라 기재란도 자연스레 바뀔 거라 예상했지만… 조용한 홈페이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까 문예인과 대중음악 지휘자는 모두 똑같은 항목을 나란히 채워야만 하는 것이다. 단순히 분야가 달라서 생긴 문제만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질문이 생겨난다. 이 신청서에서는 자기 증명의 기회가 모든 예술인에게 공평하게 작동하는가?
단행본을 출간한 사람에게는 더 간단하다. 책 제목, 출판사, 목차, 책 표지와 ISBN 넘버. 명확한 답안이 손안에 있다. 그렇지만 내가 만약 대중음악 지휘자라면 어떨까?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지만 공식적인 공연 무대에 서지 못한 사람이라면? 길거리 연주자라면? 1:1 클라이언트와 결혼식에서 클래식음악을 연주해와서 이렇다 할 주최측을 구체화할 수 없다면? 모든 분야의 예술인이 정말 이 신청서 앞에서 동등하게 답할 수 있을까. 기준화할 수 없는 사례를 미리 경계하듯 작은 글씨의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뭉뚱그릴 뿐이다. “대학 등 교육기관 내 활동이나 취미/여가/봉사/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활동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길거리 연주, 결혼식 연주는 생존이 걸린 예술 활동이 아니라, ‘취미, 여가, 봉사, 행사’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될 것이다.
나는 오직 체험형으로 신청 과정을 거쳤지만 짧은 시간에도 많은 게 밟혔다. 예술 분야에 왜 게임은 없는가. 순수문학과 달리 웹소설은 왜 100화 이상의 ‘유료 연재 및 완결’ 시에만 ‘5년 동안 1편’이라는 기준이 충족되나. 피너툰과 같이 이제는 사라진 웹툰 연재처들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예술을 일종의 노동으로 판단해 노동시간으로 예술가 자격을 판단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는 ‘진짜 예술가냐, 아니냐’를 평가하느라 모든 게 멈춰 있다. 그렇다면 도리어 묻게 된다. 이것은 진짜 예술가 복지인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