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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그립고도 낯선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소개

지난 1월 타계한 고 안성기 배우의 지난 발자취를 회고하는 특별전과 1960년대부터 시작된 홍콩, 뉴욕의 사회정치적 변화, 예술적 시도를 반영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올해 전주영화제에 마련됐다. 국내에서, 큰 스크린으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던 세 특별전의 상영작이 궁금한 관객들을 위해 <씨네21>이 이번 전주영화제의 특별전 가이드를 정리했다.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기쁜 우리 젊은 날>

제27회 전주영화제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한국영화사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해온 고 안성기 배우를 기리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선보인다. 한국영화계가 스스로 지평을 넓힐 기회를 제공했던 그의 영화를 다시금 되돌아볼 기회다. 안성기 배우는 1957년 데뷔해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 <하녀>, 임권택 감독의 <십자매 선생> 등 수십편의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대학생 시기까지 잠시 영화계와 멀어졌었으나 대학 졸업 후, 군사독재 시절에 복귀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중 하나가 됐다. ‘국민 배우’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을 만큼 그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가리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내비쳤다. 그런 안성기의 ‘조금 낯선’ 모습을 조명하는 이번 특별전은 그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7편의 출연작을 상영한다.

먼저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선정됐다. 극 중 혜린(황신혜)과 오랜 기간 연이 닿지 않았던 영민(안성기)이 그녀와 재회해 가정을 이뤘으나 결국 두 사람이 비극적인 이별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로 안성기 배우는 제32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에선 치고 올라오는 신입들과 억압적인 위 세대 사이에서 분투하는 오성전자 제품개발부의 과장 안성기(안성기)로 분한다. 부장의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을 계기로 그 역시 품고 다니던 사직서를 던진다. 폴란드에서 제작된 문승욱 감독의 독립영화 <이방인>에선 태권도 사범 ‘Kim’(안성기)으로서 외지인이 경험한 소외감, 타지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헤어지는 관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신연식 감독의 <페어러브>에선 사진기 수리공 형만(안성기)이 친구의 유언으로 그의 딸을 만나며 맞이하는 삶의 변화를 연기한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부당 해고된 교수가 재판장을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작품이다. 안성기 배우는 부당 해고된 교수 김경호를 스크린에 옮겨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남자최우수연기상, 제3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한편 병원 로케이션의 촬영장이 배경인 장률 감독의 <필름시대사랑>에선 병원 추격극의 주동자를 연기하는 배우 역을 맡았다.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는 광복 후 한국 배우가 일본영화에 출연한 첫 사례이다. 일본영화가 국내에 개방되기 이전에 안성기 배우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평범을 거부한 7편의 장편영화에서 안성기 배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에 깊이를 더해갔고, 그로 인해 한국영화의 가능성 역시 조금씩 영역을 넓혔다.

특별전: 홍콩귀환: 시네마 + 아방가르드

<애살>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현대 미술관 M+ 홍콩과의 협력으로 마련된 특별전으로 1960~80년대 당시 홍콩영화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수작들이 ‘M+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4K 버전으로 상영된다. 탕슈쉬엔의 <동부인>은 홍콩의 영화산업 밖에서 제작된 소수의 아트하우스 영화 중 하나로 한 미망인의 심리를 시청각적 감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아비정전> <동사서독> 등의 편집감독으로 활약한 탐가밍 감독은 <애살>에서 주인공 아이비를 주축으로 세 사람의 멜로드라마를 스릴러 장르와 조화시킨다. 이번 특별전에선 메리 스티븐 감독의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인디아 송>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단의 그림자>는 1935년 두 중국 여성의 관계를 그리며 아시아 여성의 시선으로 <인디아 송>을 변주한다. <팔림프세스트: 이름에 관한 이야기>의 경우 홍콩에서 태어난 메리 스티븐이 ‘스티븐’이란 서양식 성의 배경을 조사하는 과정을 담았으며 개인의 서사에서 정체성, 디아스포라에 대한 탐구로 주제의식을 넓힌다. 이 섹션에 속한 ‘사적 혁명, 공적 공간: M+ 아시아 아방가르드 필름 컬렉션’에선 최초로 공개되는 전위적인 3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한옥희 감독의 <무제 77-A>와 대만 천제런 감독의 <기능장애 No.3>, 필리핀의 닉 데오캄포 감독의 <혁명은 노래 후렴처럼 돌아온다>모두 각국의 계엄령 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실험영화,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연출된 강렬한 저항을 카메라로 기록했다.

특별전: 뉴욕 언더그라운드 – 더 매버릭스

<퍼트니 스워프>

베트남 반전운동, LGBT 운동 등의 열기와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60~70년대 미국은 격변기를 맞이했다. 영화계 역시 젊은 창작자들의 주도로 큰 변혁을 일궜다. 특히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급진적이고 독보적인 방식으로 정치사회적, 예술적 변화를 반영한 혁명을 주도했고 이러한 영화 스타일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시네마’로 발전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960~7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에 주요한 족적을 남긴 세 아티스트에 주목한다. 12편의 영화는 대부분 한국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들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인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감독은 주로 사회제도, 계급, 인종에 대한 비판을 다뤘다. 백인 직원이 대부분인 광고 회사에서 흑인 CEO가 선출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퍼트니 스워프>와 <그리저의 궁전> <노 프레지던트> 등 총 3편이 선정됐다. 뉴욕 언더그라운드 시네마의 선구자로 불리는 잭 스미스 감독의 주요 주제는 젠더와 성정체성이었으며 직접 드랙 차림으로 등장하는 전위적인 이미지로 유명하다. 외설물로 분류돼 감독이 대법원에까지 소환됐던 <황홀한 피조물들>과 <노 프레지던트> <나는 남자 이본느 드 카를로였다>가 공개된다. 캐롤리 슈니먼 감독은1960~70년대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아방가르드 아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분노와 연인과의 이별을 교차시킨 <플럼 라인> 외에도 <퓨즈> <스노우> <보디 콜라주> <베트남 부스러기> <미트 조이>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