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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던가요?”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속편 제작이 성사된 배경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제작 논의는 2024년 미국배우조합(SAG) 어워드에서 출발했다. 메릴 스트리프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가 함께 시상자로 등장한 것이다. 안경과 시상자 봉투를 잊은 메릴 스트리프에게 두명의 비서가 물건을 전달하며 미란다의 명대사, “No No, That wasn’t a question”(아니, 질문한 거 아니야)로 대배우를 짓궂게 놀리는 장면 역시 화제가 되었다. 앤 해서웨이에밀리 블런트는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함께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한 바 있는데, 이때에도 객석에 있는 메릴 스트리프에게 농담을 건넸다. 메릴 스트리프는 몇초 만에 표정을 바꾸어 미란다로 변신해 유연하게 농담을 받아줬고. SAG 어워드 이후 몇달 지나 메릴 스트리프를 만난 제작자 웬디 파이너는 스트리프에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편 출연 의사를 물었고, 그는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메릴 스트리프의 확답 이후 제작사가 신속히 속편 제작을 위해 움직였음은 물론이다.

2편 제작, 하필 왜 지금

1편은 무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개봉했고 알다시피 이후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1, 2편의 시나리오를 쓴 각본가 엘린 브로시 매케나는 “수년이 지난 후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한다. 메릴 스트리프는 “1편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지금이 바로 속편이 나올 적기라고 생각했다. 출판 및 저널리즘 전반에 걸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조직이 침몰하지 않도록 인물들이 무엇을 감내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감과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진다”고 속편 참여 이유를 밝혔다.

‘런웨이’와 미란다 프레슬리라는 요새

1편에서 ‘런웨이’는 세계 최고의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는 패션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강력한 존재였다. 20년이 지나 미디어 업계는 큰 변화를 겪었고 종이 잡지의 위력은 예전만 못하다. 속편은 바로 그러한 격변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입술을 오므리는 표정만으로 디자이너 컬렉션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던 미란다이건만 지금은 광고주의 비위를 맞추는 입장이다. 2편에서 미란다는 “무료 광고를 2페이지 더 주시고, 브랜드 이름을 더 노출해달라”는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에도 “당연히 반영해야죠”라고 응대한다. 물론 실망하기엔 이르다. 그들(광고주)이 있어야 우리(잡지)가 존재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인 미란다이지만 그는 여전히 미란다 프레슬리이다.

애나 윈투어 VS 메릴 스트리프

2026년 5월 미국 <보그>에는 애나 윈투어와 메릴 스트리프의 화보가 실려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던가요?”라고 대화를 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전편 제작 시 애나 윈투어가 이 영화제작 소식을 반기지 않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레슬리는 <보그>의 애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동명의 소설을 쓴 로런 와이스버거는 <보그>에서 편집장 비서로 일했던 경험으로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의 미란다는 영화 속 미란다에 비해 더욱 냉혹하고 독재적인 인물로 묘사돼 있다. 때문에 애나 윈투어의 눈치가 보였던 디자이너들 모두 출연을 고사했고 오직 발렌티노 가라바니만이 1편에 출연했다. 패션계가 비협조적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면 속편 홍보를 위해 애나 윈투어가 직접 등장한 영화 홍보 영상이 AI 제작처럼 느껴질 정도다. 애나 윈투어는 1편에서의 메릴 스트리프의 연기에 무척 만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릴 스트리프와 애나 윈투어는 2017년 영화 <더 포스트>의 홍보를 위해 <보그> 인터뷰로 만난 바 있으며 인터뷰에서 하비 와인스틴 사건과 페미니즘 의제에 대해 논했다.

패션, 이번에도 볼거리 충만할까

전편의 의상디자이너였던 퍼트리샤 필드는 이번에 참여하지 않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의상은 몰리 로저스가 맡았다. 몰리 로저스는 퍼트리샤 필드와 함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섹스 앤 더 시티>에 참여한 파트너이며 최근 방영된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의 의상을 담당했다. 패션에 심드렁(혹은 무시)하던 앤디(앤 해서웨이)가 세룰리안 블루 컬러 니트를 입고 미란다에게 패션 강의를 듣는 장면은 유명하다. 바로 그 세룰리안 블루 스웨터는 앤디가 흘렸던 수프 자국까지 그대로 박물관에 보관되었고, 속편에서는 복제품을 새로 구했다고. 또한 뒤늦게 패션에 눈을 뜬 앤디가 출근길마다 새로운 의상으로 갈아입고 뉴욕 도로를 누비는 장면은 지금도 관객이 꼽는 명장면이다. 전편에서 앤디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로 도배된 착장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선택했다. 미란다의 의상에 참고가 된 인물은 카를 라게르펠트. 1편의 크롭 재킷과 펜슬 스커트를 경유해 이번에는 카를 라게르펠트처럼 자신만의 유니폼 스타일을 선보인다. 예고편에도 등장한 레드 드레스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메릴 스트리프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1편에서 에밀리가 입었던 옷은 의외로 명품이 아닌 센추리21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그만큼 의상 협찬이 어려웠다고. 반면 2편에서는 모든 브랜드에서 에밀리에게 의상을 제공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디오르의 임원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에밀리의 옷은 대부분이 디오르다.

두 에밀리의 격세지감

전편의 주요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했지만 배역의 위치는 조금씩 바뀌었다. ‘런웨이’의 구원투수로 뽑힌 앤디는 잡지의 시니어 에디터로 복귀하고, 에밀리는 명품 브랜드 디오르의 임원이 되어서 오히려 미란다에게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되었으며, 나이젤은 여전히 ‘런웨이’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 젊은 비서들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알파 세대의 젊은 감성으로 미란다에게 “그런 단어는 쓰시면 안된다”고 조언하는 비서 아마리 역에는 시몬 애슐리가, 나이젤을 동경하는 남성 비서 찰리에는 케일럽 헤런이, 미란다에게 영향을 주는 강한 역할로 루시 리우가 등장하는데 그의 역할은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