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가 도대체 마이클 잭슨이 얼마나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말문부터 막힐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금 대담하게 말해보자. 그는 21세기 사람들이 흔히 ‘팝’이라고 부르는 장르 아닌 장르를 개척해 완성한 사람이다. 종잡을 수 없는 대중과 까다롭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평론가들의 입맛 모두를 평등하게 사로잡아버린, 장르·인종·국경의 벽을 넘어 달콤하고 완전한 팝의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사람. 그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마이클 잭슨의 존재감을 ‘산소와 중력’에 비유한 잡지 <롤링스톤>의 반응은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수천만을 넘어 억 단위로 올라가야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기록적 판매량이나 후대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력을 굳이 셈할 필요도 없다. 팝 음악의 역사는 마이클 잭슨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게 음악 업계의 정설이다. 그는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 사이 인종의 벽을 부수고, 아무도 넘지 못할 거라 여겼던 솔과 록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오갔다. 음악과 춤이 무대 위에서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알렸고, 뮤직비디오가 단지 음악을 홍보하는 수단이 아닌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계 정상급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 투어’의 초석을 놓은 것도, 발매 첫주 빌보드 핫100 싱글 차트 1위 진입을 뜻하는 ‘핫 샷 데뷔’ 기록을 처음 만든 것도 그였다. 마이클 잭슨은 의아할 정도로 모든 능력치가 꽉 찬 보컬리스트이자 퍼포머, 전략가이자 프로듀서였다.
영화 속 등장하는 공연들,어떤 무대였나
첫 장면만 봐도 안다. 영화 <마이클>은 작품의 목적을 조금도 돌려 말할 생각이 없다. 목표는 단 하나, 상영관을 찾은 이들이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춤에 푹 빠지게 할 것. 영화가 시작하고 2시간 뒤 관객들은 마이클 잭슨을 추억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적어도 엔딩크레딧에 흐르는 노래에 맞춰 발과 고개를 까딱이며 상영관을 나갈 수밖에 없다. <마이클>은 그것에 모든 사활을 건 작품이다. 그 뚜렷한 목표 달성을 위해 마이클 잭슨 본인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심리나 상황에 대한 맥락 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스크린에 흐르고 있는 사건이나 갈등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1969, 1971, 1978, 1981 등 연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화면 가득 뜬다. 그리고 그는 대부분 그해를 상징하는 화려한 무대와 오버랩되거나 대표작을 떠올리게 만든다. ‘(굳이 애쓰지 말고) 정해진 화살표를 따라오세요’라는 제작진의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질 정도다.
영화 <마이클>의 이러한 친절함 아닌 친절함이 다소 언짢은 관객도 절대 피할 수 없는 건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가진 매력이다. 상영관의 모든 불이 꺼지고 트레이드마크 같은 환호 ‘Hee-Hee’와 노래 <Wanna Be Startin’ Somethin>의 숨찬 비트가 함께 울려 퍼지는 순간. 관객은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발뒤꿈치를 3번 부딪힌 것처럼 순식간에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장면은 바로 무대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마이클 잭슨의 등으로 이어진다. 1987년에서 88년까지 이어진 역사적인 ‘Bad’ 월드 투어의 하이라이트,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연 공연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영국에서만 총 7회,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관람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공연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박수와 함성, 맥박이 귀에 달린 것처럼 쿵쿵대는 몽롱한 기분, 모든 걸 준비하고 주인공의 등장만을 기다리는 관객과 스태프들. 영화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로 다시 등장하는 이 장면은,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조 잭슨과의 갈등을 제외하면 거의 무중력상태처럼 흘러가는 영화 <마이클>의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되어준 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을 모르고 보면 ‘잭슨가 막내 마이클의 독립 성공기’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이 욕망하는 건 오로지 이 순간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영상과 무대를, 내가 원하는 스태프로 꾸려, 홀로 선 무대에 터질 듯이 채우는 것.
마이클 잭슨이 음악에 담아낸 것,소망한 것
그가 자신의 진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이 놓인 크고 작은 요소들은 그를 모르던 이들에게는 ‘네버랜드’를 꿈꾸는 여린 청년의 일기장으로, 팬들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로 다가간다. 1980년대 당시 투어 때마다 동행하며 화제를 모은 반려 침팬지 '버블스’가 반가운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잭슨 파이브를 발굴한 모타운 프로듀서 수전 드 파스나 마이클 잭슨의 황금기를 함께한 프로듀서 퀸시 존스 같은 측근은 물론 마이클 잭슨이 사랑과 존경을 담아 <Smile>과 <Smooth Criminal>을 각각 헌정한 배우 찰리 채플린과 댄서 프레드 아스테어의 언급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모든 중심에 마이클 잭슨 특유의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말투를 긴장된 표정으로 내뱉는 조카 자파 잭슨이 있다는 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온 세상에 문워크를 처음으로 알린 1983년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 단편영화로 제작한 <Thriller>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등 꼭 팬이 아니어도 친숙한 장면이 타래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싶은 장면들도 있다. 그를 팝의 황제인 동시에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만들어준 활동 초기 에피소드들이다. CBS 레코드 대표를 압박해 당시 흑인 음악가들의 뮤직비디오를 틀지 않던 음악 전문 채널 <MTV>에 <Billie Jean>을 틀게 하거나, LA의 실제 라이벌 갱단이었던 크립스와 블러드에서 80여명을 불러 함께 춤을 추며 반폭력 메시지를 전한 <Beat it> 뮤직비디오 촬영 모습 등은 그의 영향력이 왜 단순한 인기 팝 가수에서 그치지 않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여러 단서를 제공한다. 뜨거웠던 인기만큼이나 수많은 레이어가 존재했던 인물을 좀더 입체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영화가 못내 아쉬운 가운데, 영화는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자막을 띄우며 속편을 넌지시 예고한다.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계속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마 세상이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Don’t Stop ’Til You Get Enoug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