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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원한 비밀은 없다 - 개봉 전 공개된 <디스클로저 데이>에 관한 7가지 정보

방송 스튜디오에서 돌연 기묘한 음성을 내뱉는 트레일러 속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의 모습은 외계 존재와 소리로 소통하던 <미지와의 조우>가 떠오르게 한다. “<미지와의 조우>의 DNA를 가졌으며 <스파이 브릿지> <뮌헨> <더 포스트> 등을 연상시키는”(배우 콜린 퍼스) <디스클로저 데이>관련 정보에 관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작진은 말을 아끼며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몇몇 전작과 유사하면서도 그들의 속편이 아님을 주지하는 이 신작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디스클로저 데이>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작품의 배경을 7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무엇이 사실이고 공상인가에 관한 질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지와의 조우>를 준비할 당시, 나사로부터 기술 지원 거절은 물론 제작 자체를 전면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받은 적이 있다. “정부가 이 영화를 반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오히려 확신했다. 나사가 20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내게 보낼 만큼 시간을 할애했다면,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스필버그 감독은 1987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지와의 조우>를 제작한 뒤에도 UAP(미확인 이상 현상, 최근 UFO보다 자주 사용되는 용어)와 엮인 진실을 감추고 대중의 관심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관해 스필버그 감독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일례가 2017년 공개된 드라마 <더 포스트>다. 이 시리즈물 역시 진실을 억압하는 은폐의 위험성과 대가를 극적으로 다룬다.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미군의 UAP 관련 정보를 더해 다룰 결심을 한 데에는 <뉴욕타임스>의 2017년 보도 기사의 영향이 컸다. “빛나는 아우라와 블랙 머니: 펜타곤의 미스터리한 UFO 프로그램”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에서 국방부가 UAP 조사를 위한 비밀 군사정보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점과 더불어 해군 전투기가 포착한 미확인 비행체의 영상을 공개했다. 기사 말미엔 “어떤 정부나 기관도 위와 같은 증거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기밀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라는 프로그램 전 책임자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이후 2023년, 미 의회의 하원 감독위원회가 “미확인 이상 현상: 국가안보, 공공안전 및 정부 투명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UAP 관련 청문회를 대대적으로 열면서 스필버그 감독은 차기작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를 결심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UAP 관련 정보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설정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건들, 1947년 미국 로즈웰 지역에서 정체불명의 잔해가 발견된 로즈웰 사건과 크롭 서클(밀, 옥수수 등의 작물을 일정한 방향으로 눕혀 만든 문양), 외계인과의 조우에 관한 증언, CIA의 초능력 감시 연구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서사를 꾸렸다. 데이비드 켑 각본가는 “사람들이 영화의 어디까지가 공상과학이고 어디까지가 과학적 사실인지에 대해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진실을 공개하려는 자 VS 은폐하려는 자

이 두 집단이 <디스클로저 데이>를 이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들에 관해 먼저 살펴보자.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마거릿 페어차일드는 캔자스시티 지역의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며 커리어 도약의 기회를 꿈꾼다. 그러다 외계어를 쏟아낸 방송을 계기로 예기치 못하게 자신을 알린다. 한편 다니엘 켈너 박사는 조시 오코너가 분했는데, 외계인에 관한 증거를 관리하는 군산복합체의 비밀 조직 ‘워덱스’(WARDEX)에 소속된 사이버 보안 전문가다. 어린 시절 천재적인 해킹 실력을 뽐내다 복역한 전력도 있다. 진실을 알릴 목적으로 다니엘은 상부의 명령에 반기를 든 채 도주한다. 마거릿과 다니엘은 워덱스가 은폐한 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기억은 명확하지 않고, 해당 사건이 지닌 의미도 해석하지 못한 상태다. 둘은 워덱스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고 대중에게 공개하고자 한다. 둘 모두 대의를 지닌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영화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달리는 기차에 뛰어드는 등의 액션을 거리낌 없이 행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에밀리 블런트조시 오코너는 이번에 처음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합을 맞췄다. 마거릿이 한국어, 러시아어에 능통한 언론인이란 설정에 따라 에밀리 블런트는 두 언어를 능숙해질 때까지 익혔고, 마거릿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외계 언어는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직접 고안했다. 이 외계 언어는 게리 라이스트롬 사운드디자이너의 후반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챌린저스> 홍보를 마친 후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미팅에 참석한 조시 오코너는 평소 각본을 읽고 체화하는 데 3~4일가량 걸리지만 <디스클로저 데이>의 경우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다니엘에 관한 접근 방식도 달랐다. 나는 수년간 맡은 인물의 배경과 정보를 그림, 소설 등과 함께 채집한 스크랩북을 만들며 역할을 준비해왔는데 다니엘은 그럴 수 없었다. 그의 과거가 정작 본인에게도 미스터리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니엘이 내게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조시 오코너)

진정 인류를 위하는 길이란?

워덱스의 리더인 노아 스캔런은 영화의 최대 빌런일 수도, 보는 시각에 따라 인류의 영웅이 될 수도 있는 존재다. 그는 UAP와 외계 존재에 관한 진실을 지속적으로 숨겨 온 장본인이다. 노아 역의 콜린 퍼스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세상의 가혹한 진실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는 부모”에 빗댄다. “악당처럼 등장하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실을 알게 된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것을 두려워하고, 그런 혼돈을 막아야 한다는 복잡한 신념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휴고는 그런 노아의 곁을 든든히 지킨 워덱스의 핵심 인물이다. 한때 노아의 신념에 동의했지만 그와 반대로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인류에게 더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작전 성공을 위해 그는 워덱스를 떠나 다니엘과 마거릿의 여정을 돕는 조력자로 변모한다.

그 ‘장치’, 어떻게 사용할까

이번 신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는 인물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독특한 형태의 ‘장치’(the device)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됐기에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가 착용하느냐에 따라 ‘장치’의 활용 범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노아가 ‘장치’를 사용할 땐 상대를 조종하며 일종의 정신적 대결을 펼치는 세뇌 무기가 되는 반면, 마거릿은 과거를 탐색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단으로서 ‘장치’를 이용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UFO와 관련된 설화를 깊게 파고들다 ‘장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UFO 정보를 읽다 보면 인류 문명의 여러 기술적 진보가 추락한 UAP 기체에서 발견한 기술을 역설계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추측을 접한다. 그것이 추측에 불과할지라도 내겐 흥미로운 접근이었고, 그래서 나는 워덱스가 한번도 분석해내지 못한 이 ‘장치’를 설정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끌고 싶었다.”(스티븐 스필버그)

‘장치’에 관한 스필버그 감독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작업은 소품 담당자 조엘 위버가 맡았다. “시나리오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형태’라고 묘사되어 있어 참고할 정보가 없었는데 오히려 덕분에 다양하게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장치’는 칼 제작에 자주 사용되는 내구성 강한 다마스쿠스강철이 주재료로 사용됐고 여러 피드백과 3D 모델링을 거쳐 약 15cm의 길이에 중앙이 불룩한 육각형 모양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완성된 세개의 ‘장치’는 기기마다 약간의 외형 차이를 지니며 다니엘, 노아, 그리고 휴고에게 주어졌다(휴고는 후에 이 장치를 마거릿에게 넘겨준다). 콜린 퍼스는 가장 까다로웠던 연기 중 하나가 노아가 ‘장치’를 장착했을 때라고 말한다. “노아는 자신의 신체에 머무는 동시에 멀리 떨어진 타인의 신체에 접속해 그에게 말을 걸고, 조종하고, 때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노아가 접속한 상대는 적극적으로 저항할 뿐만 아니라 그가 느끼는 감정적 경험이 노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앉은자리에서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고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심리전”이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노아와 워덱스 요원들이 마거릿, 다니엘, 휴고를 찾기 위해 대형 공항 창고를 급습할 때 마거릿은 이 ‘장치’를 요긴하게 사용한다. 요원들의 정신을 흐트러놓은 덕에 그들은 이상함을 감지하면서도 창고를 텅 빈 공간으로 인식한다. 마거릿이 자신이 살던 집과 유사한 구조의 장애물이 창고에 존재하는 듯 연출하자, 요원들은 무언가에 계속 부딪히며 이들을 찾아 헤맨다. 결과적으로 마거릿과 동료들이 워덱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데 성공하는 이 장면이 <디스클로저 데이>의 하이라이트다.

스필버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기차 충돌 신

거듭 언급되는 또 하나의 신은 액션 충돌 시퀀스다. 이번 열차 시퀀스는 스필버그 감독이 <듀얼> 시절부터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실현한 결과물이다. 다니엘과 마거릿이 화물열차에 매달린 채 끌려가는 차 안에 갇힌 신으로 뉴저지주 케이프 메이의 철도와 뉴욕의 대형 스토디오인 스테이너 스튜디오의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이 신을 위해 켄터키주의 한 기차 박물관에서 약 15m, 22.7t 무게의 화물열차를 구해 개조했다. 야누시 카민스키 촬영감독은 이 열차 시퀀스가 <파벨만스>에 등장한 장난감 기차 세트의 열차 사고를 현실로 옮긴 것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워덱스의 파일 속엔 무엇이 있을까

워덱스의 영상 보관 자료에 등장하는 외계 존재와 우주선의 모습은 신선하거나 새롭지 않다. 오히려 지난 80여년간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들에 관해 흔히 묘사된 특징을 따랐다. 시각효과팀은 기록물과 같은 영상부터 대규모 외계 존재의 대기권 출현, 인류와 근접하게 접촉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다양한 목격 장면들을 구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카이브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수십년에 걸친 UAP들의 지구 방문 기록이 각기 다른 포맷으로 촬영됐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16mm 필름, 20세기 중반의 키네스코프, 비디오테이프 변환본 등 다양한 포맷을 전부 다시 재현해 기록물들을 제작해야 했다.

시각효과팀 또한 <디스클로저 데이>에 등장하는 광활한 풍경과 건축물 내부, 그리고 특유의 대기 상태 등을 오로지 CG를 이용해 정교하게 구현했다. 미스터리 서클이 형성되는 애니메이션 신과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서클의 위성 조감도 역시 시각효과팀이 공들여 묘사한 결과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슴, 여우, 너구리, 홍관조 등의 동물들과 ‘비인간’ 캐릭터들은 실물 퍼핏과 CG 작업을 조합해 완성됐다.

방송국과 워덱스 본부, 이렇게 완성됐다

마거릿이 기상캐스터로 근무하는 캔자스시티의 TV방송국은 유리 외벽을 지닌 스튜디오다. 제작진은 그에 충족하는 장소를 찾는 데 오랜 시간 난항을 겪었다. 스테이너 스튜디오에서 실내 촬영만 하는 방법도 제기됐으나 애덤 슈토크하우젠 미술감독은 실제 로케이션을 반드시 섭외하길 바랐다. 최종 낙점된 곳은 뉴저지 공과대학캠퍼스 건물이었다. 1층엔 유리벽으로 된 공용 공간이 있었고 건물 주변의 부지가 넓어 방송국으로 몰려드는 수많은 차량, 구급차, 보조 출연자를 수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덕분에 모든 TV방송국 장면 촬영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데버라 휘틀리 아트디렉터는 “어느 것도 오프셋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 부조정실과 수십개의 모니터, 카메라, 조명, 프롬프트 등 실제 작동 가능한 장비들을 완벽히 갖춘 TV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덕분에 돌리, 크레인 등을 활용해 스튜디오 곳곳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었다.

워덱스 본부는 <디스클로저 데이>가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세트다. 다른 세트와 마찬가지로 워덱스 본부 역시 스테이너 스튜디오에 건설됐으며 제작진은 뉴욕의 구 AT&T 본사, 나사의 미션 컨트롤 센터, 군 지휘 본부, 기차역 차량기지, 일본의 브루탈리즘 건축 등 실존하는 다양한 구조물과 건축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거대한 규모의 워덱스 본부 세트에는 300개가 넘는 스크린과 수백개의 LED 조명, 천장에 매립된 추가 백열등이 설치되어 있다. 카민스키 촬영감독은 필요에 따라 이들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시각효과팀의 매슈 버틀러는 현장 상황에 맞춰 모든 디스플레이의 재생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어했고 덕분에 배우들은 스크린 속 정보에 맞춰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유니버셜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