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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디스클로저 데이> 코멘트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영화제 기조연설 자리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외계인에 관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지난 2월 브라이언 타일러 코언의 팟캐스트에 나와 “외계인은 존재하지만 나는 본 적 없다”(버락 오바마)고 말한 것이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걸 보고 “<디스클로저 데이> 홍보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다”고 곧바로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외계 존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하고, 무시할 수 없는 관련 증거가 존재한다고 스필버그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설파한다.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조작된 정보에 관한 영화이자 권력자들이 이익을 위해 사실과 허구,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세상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작품”(스티븐 스필버그, <더랩>)이다. <미지와의 조우>를 만들 당시 스필버그는 이 모든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얼마나 멋질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는데 그로부터 근 50년이 지난 현재, 이제는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점을 실제로 우리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라고 자문한다며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스필버그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보다 흥미를 갖게 된 건 “2017년 UAP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공군, 해군 조종사, 국회의원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엠파이어>)부터다. “나는 70년 넘게 지구 대기권과 그 너머 우주의 존재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인가, 아닌가. 만약 정부가 알고 있다면 왜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가. 바로 이 질문이 내가 평생에 걸쳐 만든 외계 존재에 관한 작품 목록에 새 이야기를 추가할 때라고 결정하게 만들었다.” (<가디언>)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디스클로저 데이>를 통해 얻었다”고 전한다.

공감과 분열 사이에서

“SF 장르의 테두리 안에서 영화 제작자로서의 나를 집대성하는 작품”(<가디언>)이라고 명명할 만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디스클로저 데이>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스필버그 감독은 아이폰으로 52페이지에 달하는 트리트먼트를 작성해 데이비드 켑 각본가에게 전했고, 켑은 <디스클로저 데이>를 위해 42개의 초고를 썼다고 회고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전에도 수차례 외계 존재에 관한 SF 작업을 해왔기에 <디스클로저 데이>가 그의 최고작이 되길 원했고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롭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켑 각본가는 <디스클로저 데이>를 “1970년대 스타일의 편집증 스릴러”이자 “<미지와의 조우>가 다뤘던 주제들을 한층 더 깊게 탐구한 작품”(<배니티 페어>)이라고 요약한다. 스필버그 감독 역시 <디스클로저 데이>가 “판타지 장르에 속하는 <E.T.> <미지와의 조우>와는 확실히 다르고, <미지와의 조우>가 순수 SF라기보다 과학적 추측에 가까웠다면 <디스클로저 데이>의 SF적 설정은 훨씬 현실에 가깝다”(<버라이어티>)고 설명한다. 스필버그는 이번에도 존 윌리엄스와 영화음악 작업을 함께했다며 그에 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아마도 우리가 협업한 작품 중 가장 절제된 음악을 사용한 경우일 것이다. 적어도 ‘특정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 존 윌리엄스는 미묘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감정을 억제하며 관객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마치 영화의 뒤편에서 살짝 반주를 깔아주며 극을 앞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말이다.”(<더랩>)

“내가 본 모든 SF영화는 결국 현실이 될 일들에 대해 경고한다”(<가디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말처럼, <디스클로저 데이>는 극 중 인물들이 오랜 시간 정부가 은폐해온 진실을 마주한 순간 관객 또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되물을 기회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엑스 파일>은 진실이 저 너머에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막상 그 진실을 발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거부할까. 그 진실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이 분열시킬 것인가. 종교와 같이 삶에 의미를 부여해온 신념을 뒤흔들 만한 우주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 영화가 질문할 것이다.”(스티븐 스필버그, <더 랩>)

이번 신작에서 스필버그 감독이 강조한 가치는 ‘공감’이다. “결국 이 영화는 공감이라는 비범한 자산에 관한 이야기다. 공감은 사익을 위해 독점하거나 내 주변만을 위해 무언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AP 통신>) <CBS>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선 “공감은 궁극의 초능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극 중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마거릿(에밀리 블런트), 다니엘(조시 오코너), 휴고(콜먼 도밍고)의 동력과 이들의 지향점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셸 오바마와 크레이그 로빈슨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IMO>에 출연해 <디스클로저 데이>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로빈슨이 “인간이 이런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스필버그 감독은 웃으며 답했다. “준비됐든 안됐든, 이제 시작이다. 그게 바로 우리 영화의 대전제니까.” 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건네는 질문에 마침내 답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