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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 <여름의 카메라> 성스러운 감독

*<여름의 카메라>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가족의 죽음, 정체성 등 여러 주제가 얽혀 있다.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그 사람의 시간이 멈추지 않나. 내가 모르는 그의 과거에 관해 알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관해 들려주는 마루(곽민규) 캐릭터를 먼저 떠올렸다. 퀴어에게 안전한 세상을 설정한 뒤 그 안에서 소중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 다중플롯으로 설정했다.

- 여름은 빨간 백팩을 매일같이 메고 다닌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배우에게 소품을 준다. 여름은 어둡고 슬픈 내면을 지녔지만 다른 사람은 그걸 모른다. 티가 잘 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흔적을 짊어졌다는 느낌으로 큰 백팩을 안겼다.

- 여름의 아버지의 얼굴을 결말부까지 보여주지 않는데.

일부러 뒷모습 위주로 보여줬다. 뒷모습은 유일하게 스스로 볼 수 없는 모습이고 그걸 지켜봐주는 게 사랑의 표현과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여름이 아버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거다.

- 친구 민정(이은솔)이 여름의 커밍아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등 호모포비아가 등장하지 않는 세계를 조성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퀴어 친구들을 인터뷰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고민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다더라. 그들처럼 퀴어를 받아들이고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자연스러웠으면 했다. 내 아버지가 가부장 끝판왕이다. “여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하니 “말세”라고 하셨을 정도다. 걱정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시곤 “얘네가 이렇게 힘들게 사랑을 했는데 왜 해피엔딩으로 끝맺지 않았냐”고 하시더라. 괜히 뭉클했다.

- 여름이 차도의 중앙선을 따라 천천히 걷고, 똑같이 중앙선을 걷는 10대 지훈의 컷으로 바뀌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지훈은 스스로를 “중앙선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지훈이 바이섹슈얼이라는 것을 중앙선에 빗대 보여주고 싶었다. 길 위에서 여름이 바라본 풍경이 아름다웠고, 죽기 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 아름다워 다행이라며 상실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길 바랐다. 김시아 배우가 이 장면의 감정을 어려워해서 오래 대화를 나눴다.

- 10대들이 각자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그려진다.

친동생이 자사고를 다니다 갑자기 힙합을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다들 성적에 맞춰 대학 가는데 본인은 진짜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는 거다. 그 말에 영향을 받았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생각의 표현이다. 여름과 연우도 각자 좋아하고 재밌는 걸 해나갔으면 한다.

- 데뷔작과 함께 국내외 30여개의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은.

해외 관객과 영화라는 언어로 소통한 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처음과 달리 영화가 정말로 좋아져서 큰일이다. (웃음)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