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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름과 마루의 버디무비 - <여름의 카메라> 배우 곽민규

- 여름(김시아)의 아버지 지훈(최지훈)의 학창 시절 연인 마루 역을 맡았다. 존재조차 몰랐던 지훈의 딸이 찾아오자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던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여름의 카메라>가 어둡지 않은 퀴어물이며 마루가 여름의 조력자 역할인 게 마음에 들었다. 마루는 10대 여자아이들과는 대화를 많이 나눠보지 않았을 캐릭터라 처음엔 여름에게 경계심을 보이다 조금씩 풀어지는 면모를 보이면 좋겠다고 감독님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루는 여름에게 뭘 대단한 걸 알려준다기보단 여름의 말을 경청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좋은 친구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 마루의 미용실엔 지훈이 촬영한 사진이 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매일 되새기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자신의 가게에 사진까지 걸어둔 걸 보면 당시에 정말 좋아했고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연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여름을 통해 지훈이라는 존재가 다시 인생에 등장한 것이다.

- 지훈이 마루에게 여름의 엄마를 소개해준 건 너무하지 않나.

뭐, 지훈이 원래 그런 놈인 거다. 원래 연인 흉보면서 연대가 생기지 않나. (웃음) 여름과 마루의 관계도 그렇다.

- 말투, 팔의 타투와 같은 마루의 특징을 감독과 함께 갖춰갔다고.

감독님은 여름이 찾아왔을 때 마루가 주저앉는 움직임까지 정해둘 정도로 바라는 바가 명확했다. 그런 세심한 제스처는 디렉팅을 따르되 내가 만든 두마루와 감독님이 정해둔 두마루의 모습을 적절히 섞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영화 톤에 맞게 마루도 밝게 표현하고 싶어서 타투를 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진짜 타투를 할 순 없으니 스티커 타투로 대체했고, 감쪽같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제 GV에서 “누가 봐도 스티커 타투였다”는 말을 들었다. 감쪽같을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 여름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교하는 여름과 지훈의 빈소에 관해 대화하는 신을 좋아한다. 둘의 관계와 영화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면이어서다. 또 하나 생각나는 건 여름이와 미용실에서 김밥을 먹는 장면이다.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지만 다시 찍을 기회가 있다면 김밥을 좀 천천히 먹을 텐데…. 너무 배고팠던 사람처럼 먹는다. 감독님에게 의미 있는 장면이라는 걸 알기에 열심히 하다 그렇게 됐다.

- 후반부의 육교 신에선 지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촬영 막바지에 찍은 신이다. 롱숏으로 촬영된, 여름과 마루가 걸어가는 장면의 후시녹음을 새로 한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가져가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서 좋았다. 지훈이 했던 말과 맞물려 육교 위에선 마루가 진심으로 여름에게 위로를 건네고, 여름의 어깨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어떤 의미에선 <여름의 카메라>는 여름과 마루의 버디무비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