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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김화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셋이서 친한 관계에서 나 빼고 나머지 둘이 더 친밀할 때, 둘 사이에 나만 모르는 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은 아닌지 내가 저 아이에게 더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데 왜 그게 아닌지 못 견디게 싫고 친구 사이에 이런 질투와 모멸감을 번갈아 느끼는 내가 더 싫고. 끝내 그 관계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깍두기였다는 것을 확인할 때의 감정을 김화진 소설만큼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공룡의 이동 경로>가 3-2=1에서 나머지 1의 애증 어린 감정을 묘사했다면 김화진의 신작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는 그 1이 다른 1을 찾아 2가 되었을 때, 혹은 2로 시작해 1이 떠나고 다른 1이 그 자리를 채워도 괜찮을 때, 아니 사실은 그냥 1로서 완전하게 삶이 괜찮게 느껴진 사람들이 나온다.

왜 사람은 지긋지긋하도록 긴 시간을 갖게 됐을까, 왜 나는 나인 채로 그 시간을 견뎌서 이 인생을 끝까지 완주해야 할까, 그 긴 달리기 과정에서 왜 내 트랙에는 자꾸 이상한 사람이 끼어들어 나를 방해하고 힘들게 하는 걸까. 내향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스포이드로 한 방울 끌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문장들은 누구나 알 것 같은 감정을,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양가적인 마음을 그려낸다. 야, 너 왜 나 안 챙겨. 같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왔을 뿐 친하다고 생각지 못했던 친구가 매일 팔짱을 끼고 나를 평가하고 재단할 때 하는 말. 너는 왜 나 안 챙기냐? <다른 사람>의 ‘나’는 새로 관계 맺은 혜수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친해지다가 문득 중학생 때 친구 진경을 떠올린다.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고 온종일 딱 붙어 다니는 친구를 내가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 그런 애들이 부럽긴 했지만 그저 부러웠던 거지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던 모양인지.”(91쪽) 혼자 남는 게 두려워서 불편한 마음을 꽁꽁 숨기다가 결국 서로 싫어하는 마음이 폭발해버렸던 중학교 강당의 어느 풍경. 왜 나는 이 풍경을 어디서 본 것 같을까. 싫거나 좋은 마음을 입 밖으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과 그런 마음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수년이 지나서야 들여다보고 알게 되는 사람 사이에는 얼마나 머나먼 간극이 있는지. “누군가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사실이 슬프고 외롭고, 나에게 왜 이러나 싶었는지, 시간이 흘러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될 때마다”(114쪽) 어떤 장면은 들러붙은 딱풀처럼 머릿속에 눌어붙어 평생 재생 또 재생된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고 예고 없이 간간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시간에 대해서, 이상하게 느리게 가고 혹은 휙 지나가버렸던 시절 속 고여 있는 시간들에 대해서 애써서 들여다본다.

어리석은 결정만 한다는 사실이 수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나를 실망시킬 때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에게 설명해보았다. 왜 그래. 왜 자꾸 실망을 시켜.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짓만 계속해. 나는 내가 안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유일한 사람이다,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 <시간과 자리>, 238쪽